[OTT뉴스=박해리 OTT 1기 리뷰어]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추천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수많은 걸작 중에 유독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처방전'과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몇 년간 얼마나 많은 '아동학대' 관련 뉴스를 접했는지 모르겠다.
그 누구도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과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하는 무력감이 만나 나로 하여금 명백한 현실을 때때로 외면하게 했다.
하지만 '5월에 볼만한 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무심코 들여다본 달력에 선명히 적힌 '어린이날'을 보며 애써 가려온 현실이 다시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아무도 모른다>를 넷플릭스를 통해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아동 방임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끔찍한 실화지만, 영화는 비교적 담담한 시선으로 현실의 문제를 다룬다. 자극적인 장면을 제외한, 배려 있는 연출 덕에 오히려 현실의 그 문제가 더 깊숙이 마음 안에 들어온다.
열두 살의 장남 아키라는 일순간 세 명의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다.
원래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던 엄마가 이제는 아예 '크리스마스에 돌아오겠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일본 도심 한복판에 버려진다.
시끄러우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늘 조용히 살 것을 요구받은 아이들은 자신을 숨긴 채 사는 일에 익숙하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가 남겨둔 약간의 돈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만큼 흘러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고, 쓰레기장 처럼 변해가는 집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버거운 시간을 견딘다.
아키라는 괴로운 삶 속에서도, 동생들과 헤어질 것이 두려워 그 누구에게도 이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는 다큐멘터리 같다. 영화는 어떤 서사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방임된 아이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쪽에 가깝다.
아이들은 때로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해맑게 웃고, 때로 시든 이파리처럼 방바닥에 가만히 누워있다.
사시사철 똑같은 옷을 입고, 편의점의 남은 음식을 받아 먹는다.
물이 끊겨 동네 공원에 가서 머리를 감고, 엄마의 전 남자친구들을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한다.
때로는 동네를 뛰어다니고,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고, 또래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운동장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그때 그때 적당한 대사를 일러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연출법은 이 영화를 현실로 바꾸는 마법과 같다.
아이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방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아이들의 면면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마음이 답답해지는 영화다. 쉴 새 없이 피어나는 '답 없는 질문들' 때문이다.
방임된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를 아프게 하고, 무심한 어른의 자화상은 우리를 성찰로 이끌지만, 결국 이렇다 할 답이 없다는 사실은 마음을 갑갑하게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끝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결코 '아동학대'의 처방전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현실에 '경고음'을 울리는 어른의 무관심에 대한 '처방전'이다.
그래서 5월 5일 어린이날, 어쩌면 수십 명의 아이와 눈을 맞출 당신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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