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특집] 주인공과의 가상 인터뷰…4인 4색 근로보고서

<미생> 장그래, <스타트업> 남도산, <좋좋소> 이미나, <변혁의 사랑> 백준 가상 인터뷰

전여진 승인 2021.05.01 07:00 | 최종 수정 2021.12.05 21:26 의견 1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미생>, <좋좋소>, <스타트업>, <변혁의 사랑>


[OTT뉴스=전여진 OTT 1기 리뷰어]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로, 근로자들의 권리를 향상하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에 다양한 근로 형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기업 계약직인 A, 스타트업 개발자 B, 중소기업 대리 C, 프리터 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눈으로 봐도 각 직장이 가진 공통분모라곤 없어 보인다.

완전히 다른 곳에서 일하는 A, B, C, D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또 어떤 경험을 가졌을까?

지금부터 4명의 근로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본 인터뷰는 드라마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좌)장그래의 모습, (우)최종PT를 진행하는 장그래. 사진 tvN


A. 대기업 2년 계약직 사원, 장그래 (26)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 원인터네셔널 영업 3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장그래다.

■ 바둑을 했다고 들었다. '무역상사'라는 전혀 다른 직종에 들어간 건데, 어렵지는 않았나?
▷ 프로 입단에 좌절하고 지인분의 도움으로 무역상사에 들어오게 됐다. 당시 나에겐 검정고시로 따낸 고졸 학력이 전부였다. 영어 회화도 불가능했고, 경제나 무역 용어도 아는 게 없었다. 외국어로 걸려오는 전화들에 대답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전화는 같은 동기인 안영이씨의 도움으로 답할 수 있었다.

■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가?
▷ 인턴십 과정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낙하산, 고졸, 무(無)스펙이란 신상정보에 다른 참가자들은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고, 나의 부족한 학력과 경력에 대해 무시하고 조롱했다. 최종 PT 면접을 통과하려면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나와 파트너를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근무지인 영업 3팀에서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를 그 누구도 팀원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 어떻게 인턴 최종 면접을 통과할 수 있었나?
▷ 최종 PT에서 바깥 현장만을 강조하는 한석율 씨에게 사무직의 현장이 담긴 슬리퍼를 파는 PT를 보이며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PT만으로 인턴에 통과할 수 있던 건 아니다. 내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어려운 무역 용어와 회계 공부도 병행했다.

■ 회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가?
▷ 요르단 중고차 사업 거래를 성사시켰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내부 비리 문제가 얽힌 아이템이라 모두가 기피했지만, 비리를 걷어내면 너무나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스스로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벌인 것 같아 창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차장님이 신입은 80%만 해도 된다며 믿고 의지하라 하셨고, 파격적인 PT를 통해 회사 내에서도 승인받았다. 영업 3팀의 노력으로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 자신과 같은 근로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완전히 죽지 않아 완생할(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돌을 두고 미생이라고 부른다. 사회에서 수많은 대국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이길 수 있을지 긴장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물론 모두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대국들 속에서 얻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바둑을 완성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장그래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다. tvN 드라마 <미생>

(좌)남도산의 모습, (우)회의를 진행중인 삼산텍. 사진 tvN


B. 스타트업 삼산텍 CTO(최고기술경영자), 남도산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 현재 삼산텍에서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맡은 남도산이라고 한다. 삼산텍은 현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샌드박스에 입주해 창업에 대한 지원을 받는 상황이다.

■ 스타트업이란 말이 생소한데, 우리가 아는 보통 기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 쉽게 말해 창업을 하는 벤처기업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 야놀자, 토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대기업보다 자금력이 부족하다. 보통의 기업과 크게 다른 점으로 기업 문화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편한 복장과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정장이 아닌 회색 티를 입는 것처럼 회사에서 불편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 삼산텍 회의 시간에는 직함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상사에게 보고를 차례대로 올려야 하는 대기업의 수직적인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가?
▷ 창업회사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다. 처음에는 부모님께 받은 투자금으로 삼산텍 운영을 이어나갔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3년이 지나니 버티기 어렵더라. 한지평 수석팀장이 계신 SH VC(벤처캐피탈)에도 계속해 사업계획서를 보냈지만, 저평가받아 투자를 받지 못했다. 월세와 식비, 인터넷 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안의 물건을 내다 팔았는데, 좋아하는 박찬호 사인볼도 중고나라에 올렸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사람 눈도 못 쳐다볼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다행히 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샌드박스에 입주하고 투자자도 연결해줘서 돈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 자신과 같은 근로자에게 한 마디
▷ 창업을 통해 세상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돈을 좇는 사업보다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었고, 앞이 잘 안 보이는 어르신이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사물을 인식해서 소리로 알려주는"눈길"을 만들 수 있었다. 무엇을 할지 정했다면 스스로에 확신을 갖고 해내라고 말하고 싶다.

▶ 남도산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

(좌)이미나의 모습, (우)조충범에게 그만두라고 하고 있다. 출처 <좋좋소> 캡처


C. 중소기업 대리, 이미나 (27)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 정승 네트워크에서 에이스를 맡은 27살 이미나 대리라고 한다.

■ 회사에서 요구되는 조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사회생활에 눈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8할이다. 눈치만 있으면 힘든 세상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모니터 위에 거울을 비스듬히 올려놓으면 사장님이 뒤에 있는지 없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척 연기하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날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게 바로 생존을 위한 눈치이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라 자신한다.

■ 새로 들어온 신입(조충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신입이 들어오면 바로 나가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조충범 주임이 면접 보던 날은 내가 휴가를 가 있어서 직접 보지 못했지만, 면접에서 노래시켰을 것 같다. 회식 때 (조충범에게)도망치라고 조언했고, 이전의 신입사원들처럼 금방 회사를 나갈 거로 생각했는데 퇴근 직전에 PPT를 만들라는 지시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 회사에 아쉬운 점이 있는가?
▷ 회사가 중소기업이다 보니 돈(자본)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기업 수준의 복지는 바랄 수 없다. 사장은 구내식당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근처 학교 구내식당을 말하는 것이다. 사장이 "라떼는~"을 많이 언급하고, 회식 자리를 자주 가지려고 하고, 술값은 각출하자고 하거나, 건배사가 지나치게 긴 점들이 힘들다.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절 선물을 사다리 타기로 한 명이 몰아 가져갈 수 있고, 사내에 귀여운 강아지도 키운다. 일하면서 머리도 식힐 겸 쇼핑도 가능하다.

■ 자신과 같은 근로자에게 한 마디
▷ 회사에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 보고 나와 관련 없는 일에는 신경 쓰지 말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지키는 것 아니겠는가. '월루'('월급 루팡'의 줄임말)들이여, 오늘도 화이팅!

▶ 이미나의 이야기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웹드라마 <좋좋소>

(좌)호텔에서 진상과 대치 중인 백준, (우) 청소를 하는 백준. 출처 tvN


D. 생계형 프리터, 백준 (28)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 안 해본 알바가 없는 알바의 여왕, 28살 백준이다. 현재는 모은 돈으로 오래전부터 꿈꿔 온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 자신을 생계형 프리터족이라고 소개하는데, 무슨 알바를 해왔는가?
▷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알바를 해왔다. 생수통 배달, 마트, 주차장 안내 요원, 녹즙 배달, 카페, 연회장 서빙, 대리운전, 공사장 인부, 청소 용역...

■ 다양한 알바를 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가?
▷ 원체 밝은 성격과 튼튼한 몸의 소유자라 일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진상 손님한테 데인 쓰라린 경험이 많다. 예전에 호텔에서 청소 일을 할 때였다. 손님이 귀걸이를 잃어버렸는데, 내가 훔쳤다고 죄를 뒤집어씌우더라. 거기다 젊은 애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의심스럽다며 나에 대한 인격 모독까지 서슴지 않았다.

■ 억울한 경험인데, 어떻게 대처했는가?
▷ 손님이 내 머리채를 잡고 폭행을 하길래, 나도 똑같이 맞서 싸웠다. 매니저가 와서 손님이 왕이니까 사과하라고 재촉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내가 훔치지 않았는데 ‘을’이라는 이유로 사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귀걸이는 땅에 있었고, 나는 귀걸이를 사과할 때까지 주지 않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진상에게 사과는 받지 못 했지만, 나의 인격과 감정을 지킬 수 있었다.

■ 알바하며 기억에 남은 경험은?
▷ 강수 그룹에 청소 용역으로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 더럽고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회사의 갑질이 치사하게 느껴졌다. 당시에 같이 일하던 변혁이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두고 회장님과 거래를 한 덕분에 청소하던 사람들 모두 구내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로 "을"이 "갑"을 당당히 이겨낸 것이다. 통쾌하지 않는가?

■ 자신과 같은 근로자에게 한 마디
▷ 나이를 먹는데 알바를 한다고 하면 모두가 이상하게 바라본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낙오자, 경쟁에서 뒤처지면 실패자라고 세상은 정의하지만, 내 길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주눅 들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 백준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다. tvN 드라마 <변혁의 사랑>

인터뷰를 마치고 몇 주 후, 장그래 씨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정규직 전환은 떨어졌다. 그 후, 오상식 부장님을 따라 중소기업 온길 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대기업과 달리 한 번의 실패로 회사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크지만,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수많은 대국을 헤쳐나갈 것이다."

평생직장은 옛말이라고 한다.

직장보다 직업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4명의 근로자는 다른 근로자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는 질문에 모두 '자존'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내가 선 자리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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