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타이틀. 사진 출처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OTT뉴스=박해리 OTT 1기 리뷰어] 오래도록 나에게 집은 '보금자리'의 다른 이름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도, 친구와 자전거를 타며 놀다가도,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더라도 그다음 날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포근하고 아늑한 곳 말이다.
그 보금자리에는 사랑하는 가족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시끌벅적한 텔레비전 소리가 공존했다.
집이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우리 집'이 사실 '우리 집'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다.
전세와 자가의 차이를 배우고 곧바로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차원의 집, 가치 저장 및 증식 수단으로서의 집을 배우게 되었다.
'보금자리'와 '자산'으로서의 집에 익숙한 한편 '건축물'로서의 집은 낯설었다.
나에게는 집을 '건축물'로 인식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새로 머물 집을 구할 때, 그것이 어떤 형태의 건축물인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내게 허락된 집들은 대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내 취향을 가꿀 기회는 없었다. 그 자체로 '매력적인 건축물'인 집,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였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넷플릭스'와 'BBC'가 합작해 만든 다큐멘터리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을 추천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목 그대로 전 세계 각지의 경이로운 집들을 소개한다.
이 여정에 함께하는 건축가 피어스 테일러와 여배우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캐럴라인 쿠엔틴은 '랜선 집들이'의 가이드로써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피어스 테일러는 전문가의 시선에서 시청자의 이해를 도울 건축적 해석을 제공하고 캐럴라인 쿠엔틴은 멋진 집을 마주할 때마다 폭발적인 리액션을 쏟아내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그녀가 '수영장 덕후'라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의 소소한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그녀는 방문하는 집들의 수영장에 빠짐없이 뛰어들며 그 시간을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그리스의 안티파로스 섬에 위치한 '지하 별장'은 집의 80%가량이 지하에 묻혀있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단연코 각양각색의 집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전 세계 각지의 집들은 저마다 집주인의 개성과 건축가의 철학을 반영해 지어졌기 때문에 하나같이 독특하고 낭만적이다.
그리스의 안티파로스 섬에 위치한 '지하 별장'은 집의 80%가량이 지하에 묻혀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부가 음침하거나 어두우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 안 곳곳에 위치한 빛이 통하는 텅 빈 기둥 덕분에 지하 공간은 지상과 마찬가지로 밝다.
스위스 발스에 위치한 '오목한 형태의 집'은 헛간의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가 비밀 통로와 같은 터널을 거쳐야 다다를 수 있다.
알프스의 풀밭에 콕 박혀있는 이 매력적인 집에서는 금방이라도 '반지의 제왕' 속 '호빗족'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알프스의 풀밭에 콕 박혀있는 이 매력적인 집에서는 금방이라도 '반지의 제왕' 속 '호빗족'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집들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집이 주변과 훌륭하게 어우러진다는 사실이다.
하나같이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건축적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설계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건축가 테일러는 "경치를 보기 위해 특정 장소에 집을 짓는 사람은 그 자신도 사람들이 볼 뭔가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말인즉슨, 집을 짓는 일이 아름다운 경치를 볼 권리를 빼앗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공공재로서의 뷰'에 대해 말한다.
그의 말처럼 경이로운 집들은 그 자체로 독특하고 멋지지만, 결코 주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집과 그 집의 배경이 되는 주변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모두에게 인상적인 뷰를 제공하기 위해서, 훌륭한 건축가들은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기 위해 애쓴다.
다소 고되더라도 귀찮은 작업을 감수하는 것은 그 집이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건축물로 보이게 하기 위함에 있다.
정리하자면, 이 다큐멘터리는 세 가지 이유에서 추천할만하다.
첫째, 경이로운 시각적 쾌락을 선사한다.
둘째, '랜선 집들이'의 초대 손님이 되어 집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감탄하는 과정은 각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집'의 이미지를 구체화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까지 아우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 시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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