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여러 가지 부위를 색다르게 요리하는 미식회 '돼지옥(屋)'을 열어 돼지고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사진 유튜브 KBS 한국방송 캡처
[OTT뉴스=박해리 OTT 1기 리뷰어] 최근 들어 중국에서 김치, 삼계탕과 같은 우리 음식을 '제 것'이라고 우기는 일이 많다.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지만 우리 국민의 분노는 거세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중국 사람들은 정말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할까? 여기에 대한 나의 답은 'NO'다.
중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대부분의 중국인은 '김치'를 분명히 한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두 번째 질문!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러한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
정답! 중국의 이런 '우기기'에는 '동북공정'이라는 검은 욕망이 숨어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의 이러한 '우기기'를 피식 웃어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분노하고 반박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검은 욕망에 대한 인지 때문이다.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계속해서 우리 것을 빼앗으려 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의 '김치 공정'에 유독 분노하는 것은 비단 이 이유만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거기에는 좀 더 근원적인 울분이 있다.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 먹어 온 음식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것을 통해 얻는 영양분과 그것을 먹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나'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치는 중국 음식이다'라는 거짓 주장 앞에 우리는 각자가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분노는 정당하다.
이러한 분노를 잠시나마 달래기 위해 고소하고 황홀한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를 추천한다.
노릇하게 익은 돼지고기에 파절임, 마늘 등 구미를 당기는 다양한 반찬을 곁들여 쌈 채소와 함께 먹는 장면. 사진 유튜브 KBS 한국방송 캡처
삼겹살에 대한 애정 어린 탐구가 담긴 이 다큐멘터리는 '지상파 KBS'와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작년 12월 공동 편성됐다.
중국의 '음식 공정'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삼겹살' 다큐멘터리가 글로벌 OTT에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를 안겨준다.
필자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의 의미를 절절히 체험했다.
노릇하게 익은 돼지고기에 파절임, 마늘 등 구미를 당기는 다양한 반찬을 곁들여 쌈 채소와 함께 먹는 장면은 그 향과 맛을 이미 익히 알기에 침이 잔뜩 고인다.
백종원 대표가 강원도 영월군 삼굿마을에 찾아가 조상의 지혜가 깃든 삼굿구이를 체험하는 장면. 사진 유튜브 KBS 한국방송 캡처
다큐멘터리 프리젠터로 나선 백종원 대표는 강원도 영월군 삼굿마을에 찾아가 조상의 지혜가 깃든 삼굿구이를 체험하며 감탄을 쏟아낸다.
이것을 시작으로 1부는 삼겹살의 역사를 따라가며 눅진한 기름으로 맺어진 삼겹살과 한국인 사이의 깊은 관계를 조명한다.
2부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요리연구소에 허영만 만화가, 가수 써니, 김태경 식육 마케터, 독일인 기자 안톤 숄츠 등을 초대해 다양한 품종의 삼겹살을 비교하고 돼지의 여러 가지 부위를 색다르게 요리하는 미식회 '돼지옥(屋)'을 열어 돼지고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돼지고기의 맛에는 익숙했지만, 식자재로서의 돼지고기는 생소했기에 꽤 흥미로웠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큰 사실은 삼겹살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이 정말 깊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누구보다 많이 먹어왔을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억도 특별하다.
누군가에게는 20대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먹었던 음식이고 누군가에게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가족들과 먹었던 위로가 되는 음식이다.
<삼겹살 랩소디>는 이와 같은 삼겹살에 얽힌 사소한 사연들 역시 짚으며 삼겹살이 한국인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는 그야말로 삼겹살을 향한 찬가다.
'삼겹살'을 둘러싼 긍정적 가치에만 집중해 제작되었기에 '육식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가린다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인과 삼겹살의 관계를 조명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 나라의 식문화와 그 나라의 국민이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 나라의 음식과 그 나라의 사람들은 쉽게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분명히 한다.
<삼겹살 랩소디>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음식 다큐멘터리를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삼겹살' 다음은 어떤 음식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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