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멧돼지 사냥>

웨이브 : '멧돼지 사냥'

진보화 OTT평론가 승인 2022.10.04 13:57 의견 0
<멧돼지 사냥> 공식 포스터(사진=MBC). ⓒOTT뉴스

<멧돼지 사냥>은 MBC 극본 공모 당선작으로 제작된 4부작 드라마 스페셜로 웨이브에서 시청 할 수 있다.

◆ 총성과 함께 시작되는 스릴러

총구를 겨누고 있는 영수(사진=MBC). ⓒOTT뉴스

시골 스릴러라고 장르를 내세운 <멧돼지 사냥>의 배경은 인심 좋고, 이웃끼리 정다운 충청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길을 지나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어려울 때는 서로를 도와가며 함께 잘 살아가는 동네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아이들이 등장하며 구수하고 정감 있는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멧돼지라고 단언하고 당긴 총,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온 외마디의 비명.

드라마의 분위기는 이 총성 한 발로 완전히 반전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던 가난한 영수의 돈벼락,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 실수로 쏜 총 그리고 영수 아들 인성의 실종.

이 세 가지 사건은 아주 촘촘하게 엮이며 초반의 마을 분위기와 대조되는 아주 서늘한 분위기로 극을 전개해 나간다.

◆ 탁월한 심리 묘사

혼란스러워하는 채령의 모습(사진=MBC). ⓒOTT뉴스

고단한 삶을 살아가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보나 기대했던 영수는 지금의 삶을 버릴 수가 없다.

단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죄를 낳고, 마음의 죄는 곧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신이 아들을 죽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은 점점 커져 영수를 괴물로 만든다.

판단력을 상실하고 의심은 점점 더 커져간다.

몰입도 높은 연출과 뛰어난 내면 연기로 주인공과 함께 미쳐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로또 1등 당첨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서 불안과 혼란을 거쳐 광인으로 변해가는 주인공의 내면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주인공 영수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아내 채령이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변화하는 채령의 모습은 서늘하다.

끝까지 그녀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채령은 선과 악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그릇된 모성애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사이좋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사진=MBC). ⓒOTT뉴스

멧돼지 사냥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영수의 아들 인성의 실종이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으며 많은 궁금증을 낳는다.

진짜 영수가 죽인 것은 멧돼지였을까 사람이었을까.

사람이었다면 아들 인성이었을까 다른 사람이었을까.

인성이의 목숨과 영수의 비밀을 담보로 돈을 요구해 오던 납치범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의문들은 주변 인물들의 속내가 드러나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다다랐을 때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지막에 모든 실마리가 풀렸을 때는 허망함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이 맞닥뜨렸던 노란 눈의 멧돼지는 과연 진짜였을까 하는 의심이 자리 잡는다.

◆ 미움과 증오가 낳은 괴물

기도하는 현민 할머니의 모습(사진=MBC). ⓒOTT뉴스

사이좋은 마을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멧돼지 사냥은 결국 그들 안의 자리 잡은 탐욕을 드러낸다.

모든 것은 작은 ‘미움’에서 시작한다.

이 미움의 이유가 오해였는지 아니면 진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마음,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다.

미움의 씨앗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폭력을 그리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이 잔인한 비극은 계속 되풀이되고, 이들은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이 되어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어린 시절처럼 살을 맞대고 정답게 누운 영수와 친구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하다.

절대 웃으며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아니다. 언제든지 괴물이 되어버릴 수 있는 인간의 서늘한 민낯.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과연 멧돼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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