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정현 OTT 2기 평론가]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행복했던 기억이든 불행했던 기억이든 과거는 추억이 되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만약 현재의 삶보다 과거의 추억이 아름답고 행복했다면 그리움은 더없이 클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고, 그 순간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추억의 대상은 헤어진 사람도 될 수 있고 어린 시절 늘 품에 안고 잤던 인형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오랜 세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 준 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만 머물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꿔야 하는 게 인생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현재의 삶을 집어삼키는 늪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표류단지"의 표류는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과거에만 머물려는 나츠메의 집착으로부터 시작된다.
◆ 과거와 추억이라는 바다를 표류하는 아이들
"표류단지" 애니메이션은 제목처럼 단지(아파트)가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우연히 그 단지에 갇혀버린 어린 소년소녀들의 생존기를 다룬 판타지 모험물이다.
같은 반 나츠메와 코스케는 어릴 적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 나츠메는 부모님의 불화로 코스케의 할아버지 집에서 코스케와 함께 지냈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나츠메는 코스케와 함께 할아버지의 집에서 보낸 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코스케의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사망하게 되고, 노후화된 아파트는 철거가 결정돼 떠나야 했다.
나츠메는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 되고 이후 어쩐 일인지 코스케와도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철거를 앞둔 아파트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 나츠메는 종종 야스의 집에 가서 머무는데 어느 날 코스케와 반 친구들이 그 아파트에 우연히 모이게 된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야스 할아버지의 유품인 카메라로 나츠메와 코스케 사이에 다툼이 일고 나츠메가 위험에 빠지는 순간, 아이들이 머물던 아파트는 돌연 망망대해에 빠져 표류하기 시작한다.
기막힌 상황에 당황한 아이들과는 달리 나츠메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 듯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원래 현실로 돌아간다고 말하지만, 다음날 여전히 그들이 머문 아파트는 표류한다.
그리고 표류된 6명의 아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미스터리한 소년 놋포를 만난다.
다사다난한 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솔직해지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나츠메는 표류하던 과거와 추억에 작별을 고하고 친구들과 함께 현실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 추억은 아름답다.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 순 없다.
현재를 잠식시킬 정도로 강한 추억의 향수는 누구에게나 미련이 되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츠메에게는 과거 야스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아파트 생활이 미련 가득한 추억이었던 것이다.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음에도 나츠메는 과거의 아파트에 머물려 한다.
헤어지는 건 이제 싫단 말이야
코스케는 나츠메가 왜 과거의 추억에 미련을 못 버리는지 이해하지만, 나츠메 없는 현실은 무의미하다는 걸 안다.
네가 미련을 못 버리니까.
난 이 낡은 아파트가 정말 싫어.
네가 숨어서 우는데 모른 척했던 것도 기억나고
그런 날 패주고 싶기도 하고
너더러 남이라고 했지만 절대 아니야.
넌 불청객이 아니라고
여기는 진짜 너희 집이야
하지만 이제 떠나야 해
안 그럼 너랑 같이 못 돌아가.
놋포보다 내가 훨씬 더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코스케의 말에 그제서야 비로소 나츠메는 추억에 이별을 고한다.
판타지 같은 모험의 시작도 나츠메고, 현실로 돌아오는 모험의 끝을 맺는 것도 나츠메라는 점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나츠메의 성장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추억은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추억은 과거에 머물고 우리는 지금을 살아내야 한다.
그리운 향수에 취해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현재도 미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소재는 참신하나 스토리 전개는 진부하다
추억이 깃든 아파트를 의인화하고 과거에 멈춘 상태를 아파트가 표류하는 것으로 표현한 점은 꽤 독특하고 참신하다.
그러나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갈등은 지루하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줄곧 나츠메의 서사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다 후반부 사사건건 나츠메와 대립하던 레이나의 추억의 장소가 등장한 점은 생뚱맞기도 했다.
일본 특유의 작화와 역동적인 연출은 칭찬할 만하다.
표면상으로는 아이들의 모험기이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전해져 필자는 나름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망망대해 표류하는 아파트의 소년소녀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리면서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은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 추억에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인 "표류단지"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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