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직한 후보>에서 연암선생의 ‘호질’ 보인다

넷플릭스 : '정직한 후보'

손여운OTT평론가 승인 2022.10.04 07:57 의견 0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의 달인 주상숙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손여운 OTT 2기 평론가] 영화 '정직한 후보'가 9월 28일 시즌2로 컴백했다.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한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주상숙이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직한 후보'는 2014년 개봉한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우 칸지다투 오네스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남성 대통령 후보는 여성 정치인으로 바뀌었고, 주상숙(라미란)의 할머니 김옥희 여사(나문희)는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 재설정됐다.

이번 시즌2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하고, 이 일이 뉴스를 타면서 그는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여성 주연 원톱물이 시즌2가 탄생한 데는 시즌1의 인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간 명품조연 이미지에 머물렀던 라미란은 이 작품 덕에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작전'(2009) '최종병기 활'(2011) '은교'(2012) '연평해전'(2015) '대립군'(2017) '기억의 밤'(2017) '악인전'(2019) 등 정극 위주로 출연해온 김무열은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 대중에 코믹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극 중 주상숙은 권력을 중시하는 인물로, 그가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 것은 일종의 풍자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의 핵심이 ‘현실 풍자’에 있다는 사실이다.

부패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진실을 통해 풍자와 웃음을 안기고, 타락한 정치인과 그들의 비리를 통쾌하게 파헤친다.

주상숙은 살아있는 할머니를 죽은 걸로 위장시키는 건 물론이고 두 집 살림을 하며 쇼윈도 부부, 서민 코스프레까지 할 정도로 권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인물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대변인이 되려고 정치에 입문한 건 까맣게 잊은 채 오직 당선을 위해 혈안이 된 손녀를 보며 할머니 김옥희 여사는 간절한 기도를 한다.

그리고 주상숙은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절대 못하는 병(?)에 걸려 선거활동에 차질을 빚는다.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한 빈말을 뱉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그녀의 모습은 허황된 말 일색인 정치인들을 정면으로 비꼰다.

이는 조선 후기에 연암 박지원이 지은 한문 단편소설이자 작자의 연행일기인 '열하일기' 관내정사에 실린 '호질'의 전개방식과 닮아있다.

'호질'은 선비이자 유자인 북곽선생이 젊은 과부를 탐하다가 호랑이에게 혼쭐이 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랑이에게 놀란 북곽선생은 들판의 분뇨구덩이에 넘어지고 마는데 청렴한 선비가 더러운 똥에서 발버둥치는 내용은 그 시절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을 것이다.

유학자의 위선과 아첨, 이중인격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점을 지닌다.

'정직한 후보'에서 북곽선생은 주상숙에 대응된다.

청렴결백을 운운하지만 명예와 권력을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 주상숙은 '입에서 나오는 똥 같은 말'로 벌을 받는다.

이를 테면 "부부끼리 누가 뽀뽀를 해. 맨 정신에", "말이 장에서 나와, 말이 똥처럼 나와", "내가 서민의 일꾼은 아니잖아", "남자였으면 이 더러운 꼴 안 볼 텐데" 같은 대사들이다.

물론 이 작품은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주상숙의 입에서 나오는 통쾌한 말들이 오락적인 요소로 해석되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후기 양반의 허상을 비판한 옛 선조들의 기법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정직한 후보 시즌2는 9월 28일 극장에서 개봉했다(사진=NEW). ⓒOTT뉴스

'정직한 후보'의 경우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구성했지만, 특정 직업군에만 해당되는 메시지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마음의 소리를 참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점은 관객 모두 공감할 법한 포인트니까.

이처럼 대중을 위해, 대중의 간지러움을 긁어주기 위해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도 둘의 접점이다.

다만 극의 재미를 위한 비현실적인 설정, '진실의 주둥이'를 구현하는 방식이 다소 올드하고 유치한 점은 아쉽다.

극 중 돌을 쌓아 소원을 빌다가 반딧불이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주상숙 할머니의 소원이 이뤄진다.

반대로 할머니가 손녀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죽자, 주상숙의 입이 예전으로 돌아온다.

2010년대 초반 ‘시크릿가든’을 필두로 한창 인기를 끈 판타지물을 보는 것 같았다.

라미란표 사이다 연기로 여성 원톱 코미디물의 선구자가 된 '정직한 후보'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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