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실에서 그려낸 수학동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티빙, 넷플릭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진보화 OTT평론가 승인 2022.09.28 07:02 의견 0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보기 드물게 '수학'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다.

수학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이미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한 나라라는, 흔히 동화에 붙는 수식어 덕분에 높은 허들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 동화같은 연출

칠판에 비친 지우의 모습(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영화는 엉뚱하고 발랄한 동화같은 분위기로 동화처럼 관객을 이상한 나라로 이끈다.

사건이 일어나는 주요 공간은 학교의 버려진 건물이다.

거미줄이 가득하고 책걸상이 산처럼 쌓여있는 공간은 무서울 법 하지만 노란빛의 전구들이 더해져 오히려 신비롭게 연출된다.

주인공 지우는 이 공간에서 학성에게 수학을 배우고 익혀나간다.

기본적인 수학 공식을 해체하며 본질을 파헤쳐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지루할 수 있는 장면을 사물인 칠판의 시점으로 독특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새로웠다.

주인공이 10대라는 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설정들과 숫자들과 음표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연출 때문에 해리포터와 같은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 단순한 인물 설정

수업 중인 담임 선생님의 모습(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두 명의 메인 주인공은 모두 자신이 속한 집단의 비주류들이다.

지우는 대한민국 상위 1%인 명문 자사고에 다닌다.

성적과 부의 수준은 비례하는 듯 학교에는 부잣집 아이들이 가득하고, 그 가운데 가난한 지우는 이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

이 학교에 경비 일을 맡고 있는 학성은 북에서 온 탈북민이다.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우는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학성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비밀을 가진 똑똑한 경비원과 명문 학교의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물 설정으로 ‘굿 윌 헌팅’라는 유명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두 명의 인물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감정적 교류를 한다.

아버지가 없는 지우는 학성의 손길에 따뜻함을 느끼고, 아들을 잃은 학성 또한 지우를 보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삼킨다.

이처럼 인물 배치와 설정은 매우 단순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캐릭터 설정과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 사이에 쌓여가는 유대와 존중이 묘한 감동을 선사했다.

악역으로 담임 선생님이 등장하는데 그는 학생을 위하는 척하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이야기 후반부에 조금 색다른 반전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보다 입체적이고 색다른 설정으로 극을 흔들고 사건을 극대화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한국의 교육제도에 던지는 질문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학성과 지우의 모습(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시린 현실과 맞닿아 있다. 지우는 수포자,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들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지우가 수포자라는 것에는 어폐가 있다.

친구들은 사교육을 통해 학교 진도 보다 앞선 교육을 받고, 학교 또한 이 흐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지우는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가 아니라 이상한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인 것이다.

영화는 학성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런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에 질문을 던지며, 배움의 과정은 무시한 채 명문대라는 정답만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정답이 과연 제대로 된 정답인지 돌아보게 하며 잘못된 질문에서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 갑자기 북한으로 간 이야기

핸드폰을 선물 받는 학성의 모습(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영화 후반부 학성의 과거가 밝혀지며 지우와 학성의 이야기는 축소되고 리만 가설과 국정원이 주로 등장한다.

지루할 틈 없이 현실과 동화가 적절하게 잘 버물어져 진행되던 이야기에 갑자기 현실과도 조금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침범한 듯 한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의 바흐와 피아노 이야기 또한 설정이 조금 과한 것 같았지만 영화 자체의 색깔과 잘 어울려지며 오히려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줘 좋았다.

하지만 리만 가설과 탈북 이야기는 앞부분과 결이 전혀 다른 느낌이었으며, 영화의 초점이 정확하게 조준되지 못하고 옮겨간 듯 했다.

급하게 훈훈한 결말을 보여주려 애를 썼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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