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경수 OTT 평론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진정성 있는 경청으로 이제는 육아 전문가를 넘어선 대한민국 대표 심리상담사가 된 오은영 박사.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시작된 오은영 박사의 심리 상담 열풍은 '금쪽 상담소', '결혼 지옥' 등의 프로그램 흥행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KBS에서도 오은영 박사가 직접 현장에서 출장 상담소를 열어 사람들의 고민을 듣는 '오케이? 오케이!'를 내세웠다.
현장에서 오은영 박사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기획은 신선하지만, 어쩐지 시청자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오케이? 오케이!'는 왜 시청자에게 외면받고 있는지 알아보자.
◆ 너무 많은 사연, 가벼운 솔루션
'오케이? 오케이!'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통시장에 찾아가 감동적인 시민의 고민을 듣고, 오은영 박사가 솔루션을 제안하는 방식은 오은영 박사의 따뜻한 공감과 경청을 잘 드러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할수록, 기억에 남는 고민 사연이 없는 점이 문제다.
다양한 출장지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만나다 보니, 한 회차에 너무 많은 사연이 등장하고 있다.
적게는 3명, 많으면 6명의 고민 솔루션을 러닝타임 1시간 동안 오은영 박사가 제안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했던 솔루션 프로그램은 보통 한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사연자의 일상을 보거나, 그 고민에 대한 깊은 대화를 1시간 동안 이어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꼼꼼히 사연자의 일상을 관찰해 문제를 진단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눔으로써 오은영만의 통찰력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케이? 오케이!'에는 오은영 박사만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솔루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사연이 들어오는 탓에, 오은영 박사가 충분히 고민을 분석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들어오는 고민 사연들도 다른 솔루션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다소 가볍고 일상적인 편이다.
사연이 가볍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인 고민을 담은 사연일수록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굳이 오은영 박사가 해결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가벼운 고민 상담이라면 '무엇이든 물어보살'도 있고, 유튜브에서도 여러 고민 상담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청자가 듣고 싶은 건 뻔한 고민과 솔루션이 아닌, 오은영만의 통찰력 있는 솔루션일 것이다.
20분의 짧은 고민을 듣고, 바로 사연 신청자에게 '오케이?'를 외치며 고민 해결이 됐다는 답을 요구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는 힘들다.
◆ 애매한 다른 출연진의 역할
오은영 박사 같은 전문가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전문가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다른 출연진의 역할이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형욱의 '개는 훌륭하다', 백종원의 '백패커'는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한 프로그램들이다.
'개는 훌륭하다'의 이경규는 반려인이자 베테랑 MC로서 강형욱을 서포트함으로써 자신의 예능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백패커'의 경우도 백종원이 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지만, 단체 손님을 위해 요리를 같이 준비한다는 컨셉 때문에 딘딘, 오대환, 안보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반면 '오케이? 오케이!'의 경우 다른 출연진의 역할이 아쉬운 편이다.
현장으로 찾아가 출장 상담소를 연다는 컨셉은 있지만, 결국 프로그램의 핵심은 오은영 박사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해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세형이나 게스트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양세형이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순간에는, 양세형과 게스트의 역할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오은영과 함께 경청의 기술이나 고민 상담의 핵심 같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는 컨셉이 있었다면 어떨까 싶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의 제자 역할로 나온 이경규처럼 말이다.
7회까지 방영된 '오케이? 오케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오케이? 오케이!'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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