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초록생 OTT 평론가]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 모든 것에 새로움과 궁금함을 느끼고, 또 처음이라 뭐든지 서툴고 어렵던 때 말이다.
이따금 현생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고 뭉클하게 만드는 착한 작품이 여기 있다.
바로 일본의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나의 첫 심부름'이다.
◆ 어린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시리즈는 편당 6~20분 분량으로 총 20부작이며, 매회 새로운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88년 일본의 니혼테레비에서 방송된 한 프로그램의 한 꼭지를 담당하는 코너였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정식 편성이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포맷은 단순하다. 부모는 어린이에게 심부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시하고, 어린이가 몇 가지 임무를 가지고 홀로 심부름을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자그마한 손으로 심부름할 물건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부디 어린이가 이 심부름을 아무런 사고 없이 씩씩하게 잘 해내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일까?
또 한 편으로는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여정의 험난함과 우리가 어른이 된 현재에도 상황이 다를 뿐 비슷한 처지일 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찡하게 된다.
그러니 무사히 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때로는 눈물을 찔끔 흘리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필두로 현재까지도 정말 많은 육아 관련 예능이 있긴 하지만 '나의 첫 심부름'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과 뭉클함은 정말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도 특히 위 사진 속 주인공인 7화의 미로짱은 보면서 눈물짓게 되었었다.
◆ 이 프로그램이 무해한 이유
앞서 살짝 언급했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내 육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우선 연예인의 가족을 다루는 것이고, 보통 회차가 1회차가 아니고 지속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저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노출돼도 괜찮을까?' 하는 오지랖 섞인 우려가 있다.
또 지속해서 출연을 해야 하다 보니 내용이 점점 자극적으로 구성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같은 심부름을 시키더라도 일부러 어린이들을 고난에 빠트리는 것이라던가, 억지스러운 이벤트에 노출이 된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그에 반하면 이 프로그램은 참으로 무해하고 착하다.
어린이들에게 마이크를 주는 법마저도 그러한데, 작은 크로스백에 마이크를 넣은 뒤 부모가 아이의 어깨에 직접 메어준다.
그리고 이 가방은 심부름을 잘 다녀올 수 있게 하는 부적이라고 설명한다.
어린이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 부적을 잘 지니고 있고, 덕분에 여정을 떠나는 어린이들의 혼잣말과 노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또 신기한 것은 화면에 가끔 카메라맨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당황스럽다는 생각도 잠시, 마음 한쪽에는 어린이 곁에 스태프 어른들이 지켜주고 있어 안전하겠다는 안심도 든다.
물론 카메라맨은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절대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짐을 들어야 할 때나 차들이 쌩쌩 달리는 넓은 도로를 건너갈 때 등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멋지게 이겨내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애틋한 존경심마저 든다.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를 처음 하는 미숙한 사람에 대해서 '-린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또 특정 장소에는 'no 키즈존'이 있는 등 어린이들이 그 뜻을 다 헤아릴 수 있다면 서글프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고, 삶은 살아도 살아도 녹록지 않음을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배우게 된다.
이 프로그램 속 등장하는 멋진 어린이들과 그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따뜻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느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가 최근 내게 해준 최고의 알고리즘이었던 프로그램 '나의 첫 심부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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