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낫 오케이>

디즈니 플러스: 낫 오케이

이수미 OTT평론가 승인 2022.08.28 11:01 의견 0
'낫 오케이' 포스터 (사진=IMDb). ⓒOTT뉴스

[OTT뉴스=이수미 OTT 평론가] 영화는 대니 샌더스(조이 도이치)의 붉어진 눈과 함께 시작된다.

그녀는 현재 '미국 희대의 거짓말쟁이'라며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고, 그녀가 한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다.

그렇게 영화는 대니 샌더스의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과거로 돌아가 어쩌다 그녀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합성할 사진을 찍기 위해 한껏 꾸민 대니 (사진=IMDb). ⓒOTT뉴스

시작은 아주 작은 거짓말이었다.

인기 있는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사진 편집자에 불과한 대니는 회사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 콜린(딜런 오브 라이언)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파리로 휴양을 간다고 말해버렸다.

일단 말은 해놨는데... 이제와서 거짓말이었다고 하기에는 입이 안 떨어지고 진짜 파리에 갈 돈은 없다.

그때 발견한 해결책이 바로 그녀의 주특기인 사진 합성!

그녀의 손길 한 번이면 집안은 파리로 변하고, 평범한 동네 카페테라스는 파리의 유명한 카페테라스로 바뀐다.

그녀의 거짓말은 한 남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작은 헤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대니가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게시물 하나가 테러 현장 5분 전에 올린 폭탄 테러 생존자의 게시물이 되어버렸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그녀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당황을 넘어 두려워진 대니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사실은 다 거짓말이었다고 밝히려 하지만, 그때 그 남자 콜린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는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무사했으면 좋겠다'

좋아, 이왕 거짓말할 거 아주 제대로 하는 거야.

그렇게 시작된 거짓말.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니는 살면서 받아보지 못했던, 마치 크리스마스와도 같은 관심과 애정에 중독되어간다.

◆ #IAmNotOkay: 난 안 괜찮아

자신이 정말 괜찮지 않음을 뒤늦게 깨달은 대니 (사진=IMDb). ⓒOTT뉴스

대니는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지속시키고 이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더 그럴듯한 '폭탄 테러 생존자'가 되어야 했다.

결국 그녀는 그녀만의 생생한 소설을 구상하기 위해 뉴욕 생존자 모임에 가기에 이른다.

끔찍한 테러로 살아남은 그들에게 자신의 고통은 몇 년이 흘렀는데도 매일 이야기를 해아 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대니는 그곳에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이자 10대 총기 규제 운동가, 시인, 소셜 인플루언서인 로언(미아 아이작)을 만난다.

그 사건 이후로 세상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던 로언은 테러 피해 생존자인 대니를 진심으로 대하며 상처를 이겨내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대니는 로언의 말속에서 세상을 히트시킬 해시태그를 발견해낼 뿐이었다.

#IAmNotOkay

세상은 대니의 거짓된 소설과 해시태그에 공감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해시태그로 자신의 고통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깨달으며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통은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로받았다.

누군가에게 그 고통은 로언처럼 극심한 사건으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삶에 대한 무기력일 수도,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은 고통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현실이다.

폭탄 테러 사건 이전의 대니가 겪고 있던 무기력과 공허함 역시 그녀의 고통이었고 '그녀가 괜찮지 않다'는 증거였다.

◆ 대니는 그저 '비호감 여자 주인공'에 불과할까?

로언과 함께 총기 반대 집회 무대에 선 대니 (사진=로튼 토마토). ⓒOTT뉴스

경고: 본 영화에는 섬광과 트라우마 관련 주제를 포함하며 '비호감 여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시청자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영화의 시작 문구다.

하지만 필자는 어쩐지 대니가 그렇게 비호감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한다는 느낌과 공허감으로 가득 찬 그녀는 현실과 인터넷상에서의 애정과 관심에 굶주려있었다.

물론 테러의 피해자인 척 연기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뉴욕 생존자 모임에 참석하며 로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언니를 잃은 후 처음으로 마음을 연 사람이 불행히도 대니였던 로언은 자신을 속이고 유명세를 얻기 위해 본인을 이용한 대니를 평생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유행시킨 해시태그 #IAmNotOkay로 위로 받은 사람들 역시 큰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모임에서 억지웃음을 짓던 대니가 뉴욕 생존자 모임 사람들과의 킥볼에서는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로언과 가까워진 후 로언을 지지하고 위로해준 대니의 마음은 진심이었으며, 이제는 진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는 그런 대니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모든 사람이 상처받고 끝날 엔딩을 알면서도 대니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는 그 뒤가 아무리 제대로 끼워졌더라도 처음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대니가 이제는 착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정말 좋은 행동을 해나가더라도 그녀가 폭탄 테러 희생자라고 한 거짓말이 풀어 내야 할 잘못된 첫 단추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니는 자신의 거짓말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고백할까, 고백 이후 그녀가 감당해야 할 세간의 손가락질과 수많은 부정적 시선들을 순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 뒷이야기는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 해 보자.

거짓과 가쉽으로 가득 찬 SNS의 문제점과 테러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을 꽤 잘 풀어낸 영화 '낫 오케이'는 디즈니 플러스 단독 작품으로 오직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7

*평점 코멘트: 챕터식 구성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트렌디한 OST 역시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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