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쿠팡플레이 '안나', 훔친 인생으로는 파멸도 하지 못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6부 전체 공개
훔친 인생을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
배우 수지 인생작 갱신, 과감한 연기 변화에 극찬 세례
섬세한 표현력과 응축된 에너지, 여운 엔딩까지

김은정OTT기자 승인 2022.07.11 12:16 의견 0
배우 수지 주연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 ⓒOTT뉴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감독 이주영)가 최종화 6부까지 모두 공개됐다.

훔친 인생을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촘촘하게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고, 배우 수지는 물론 김준한, 정은채 등 전 출연진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을 매료했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이 시작이었다. 이유미(수지 분)는 가난한 재단사 아빠와 청각장애인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처음 거짓말을 했다.

얼떨결에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며 남자친구와 미국 어학연수까지 꿈꾸던 유미는 출국 전 발각됐고, 같은 시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구질구질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유미는 이현주(정은채 분)가 작은 이사로 있는 마레 갤러리에 취직했다.

생기 없는 창백한 낯빛으로 가진 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유미는 대표의 모욕적 처사에 버튼이 눌린 듯 폭발, 현주의 다른 이름 '이안나'가 새겨진 여권과 개인정보 서류를 훔쳐 새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속마음을 들키지 마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던 조기 교육 때문이었을까.

'안나'로 개명하고 거짓 삶을 살게 된 유미는 예전보다 표정이 없었다. 마치 감정 없는 사람처럼 고요하고 적막했다. 진짜 안나가 되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발버둥 쳤지만, 가짜의 곁에 진짜는 없었다.

남편 최지훈(김준한 분)은 출세욕이 심한 사기꾼 기질로 유미를 이용해 성공할 궁리만 했고, 다시 마주한 '진짜 안나' 현주는 안나가 된 유미를 자꾸 과거로 밀어냈다.

"내가 그것을 정말 원했는지는 가져보면 알게 된다." 고된 삶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 자신을 꾸며내던 유미는 지훈과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고 모든 걸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지훈의 돌발 행동과 검찰의 비협조적 상황으로 유미는 지훈을 제 손으로 처형하고 진실을 고백하고 벌을 받는 대신 자취를 감춘다.

반박 불가 수지의 인생 캐릭터

수지는 '안나'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한 여자의 두 인생을 연기했다(사진=쿠팡플레이). ⓒOTT뉴스


'안나'를 통해 수지는 '예쁜 아이돌 출신' 수식어를 떼고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민낯을 두려워하지 않던 수지는 거짓 삶을 사는 유미의 10대부터 30대까지 약 20년간의 복잡다단한 내면의 변화를 대담하지만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특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유미의 특성상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이 제한된 상태에서 깊어진 눈빛과 분위기로 설득력을 높이며 연기자로서의 내공을 증명했다.

수지는 극단적 상황에서 놓인 인물 유미를 정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표현하며 '안나'의 전체적 톤을 구축했다. 격한 감정 표현을 아껴두고, 점차 팽팽하게 조여지는 현악기처럼 고조되는 긴장감과 위태로움을 드러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쌓아올렸다.

완벽하게 훈련된 사람처럼 흐트러짐이 없던 유미는 목표와 의미, 인간성까지 잃고 피투성이가 돼서야 가면을 벗고 표정을 구긴 채 오열한다. 매회 임팩트 있는 연기를 남긴 수지는 유미의 스토리에 집중해 '거짓말을 통해 정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연기로 극찬 받았다.

김준한·정은채,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향연

배우 김준한과 정은채가 빈틈없는 연기로 '안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사진=쿠팡플레이). ⓒOTT뉴스


'수지의 남편' 김준한은 자수성가한 유망 벤처기업 대표에서 서울시장을 꿈꾸는 야망꾼 최지훈을 연기하며 극 중 유미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성공을 위해 안나(유미)와 결혼한 지훈은 서글서글했던 미소를 지우고 본색을 드러냈다. 서슬 퍼런 눈빛으로 유미를 손바닥 위에 놓고 휘젓던 지훈의 모습은 폭력에 가까운 정신적 결박과 두려움을 선사하며 극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타고난 금수저로 뻔뻔하게 안하무인 태도를 취하던 현주를 연기한 정은채는 강렬한 활력으로 작품의 밸런스를 맞췄다. 집안의 몰락으로 예전과 달라진 경제적 상황에도 몸에 밴 우월함과 자신만심으로 "앞으로는 나 피해서 23층 꼭 걸어 다니라"며 대놓고 유미를 멸시하던 현주는 조급한 판단으로 지훈과 접촉해 살해당한다.

출발선이 다른 지훈과 현주는, 각자 바닥에서 올라가고 위에서 내려가는 상반된 상황이었지만 닮은 점이 있었다. 바로 자기 아이에게는 끔찍한 애정을 드러냈다는 것. 이야기 속 빌런 포지션인 이들은 양면성으로 인간미를 더해 매력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 파멸도 사치, 어리석고 가엾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니야

수지가 '안나'로 인생작을 갱신했다(사진=쿠팡플레이 '안나' 티저 캡처). ⓒOTT뉴스


뒤틀린 욕망의 종착지는 파국이다.

"행복은 애매하지만 불행은 확실하다"는 현주의 말처럼, 유미는 10여 년을 안나로 살았지만 행복보다 더 확실한 불행과 마주했다. 정체 발각 위기에 언제나 불안해했고, 감춘 것이 많은 남편을 만나 이리저리 휘둘렸다.

현주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화려한 킬힐에서 내려와 맨발로 23층 고급 아파트를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했던 굴욕은 유미 삶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했다.

거짓말로 꾸며낸 삶은 파멸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남편에게 속아 미국으로 향한 유미는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며 용서받지 못할 선을 넘었고, 흔적을 지운 채 도망쳤다.

안나도 유미도 아닌 리(Lee)로 불리며 국적도 모호한 정체불명의 도망자로 홀로 살아가는 삶. 계단도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눈밭에서 모든 정체성과 소중한 것을 잃고 살게 된 그녀에게 삶은 그저 연명일 뿐 지옥과도 같지 않을까.. 측은한 여운을 남긴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 평점: 8.8

평점 코멘트: 정주행을 각을 재고 있었다면 당장 시작해도 좋다. 점수가 후하다고 생각된다면 직접 '안나'를 만나보길. 스토리는 오는 8월 공개 예정인 '안나' 확장판에서 채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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