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즈니플러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하나뿐!

이지윤 기자 승인 2022.07.03 11:35 의견 0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 : 대혼돈의 멀티버스'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

최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스2)'가 공개됐다.

하지만 필자는 해당 영화를 개봉일에 맞춰 보고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공개된 직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한 번 더 감상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스토리 진행이 이렇게?" 라면서 말이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한 유명한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마블 영화는 cinema가 아니라 theme park다!"

많은 마블 팬들을 분개하게 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동의를 받은 발언이다.

필자는 '닥스2'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발언에 굉장히 들어맞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닥스2'는 온갖 어트랙션들을 거쳐야 비로소 탈 수 있는, 테마파크 깊숙한 곳의 놀이기구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나의 선행 드라마를 시청해야 한다.

혹자는 "드라마 n편에 영화 n편이 필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닥스1'은 시리즈의 시작이니 당연히 본다고 친다면) ‘완다비전’ 한 시리즈면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높은 연계성에 비해 두드러지는 미숙함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완다의 모습(사진=IMDB). ⓒOTT뉴스

토대 없는 역사가 어디에 있겠냐만, '닥스2'는 그 토대에 문제가 많다.

감독이 '완다비전'을 염두에 두었다면,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 분)의 폭주와 개과천선을 그렇게 묘사해서는 안됐다.

반대로 '완다비전'을 신경쓰지 않았다면, 영화에서라도 충분히 완다의 타락을 설명해줘야 했다.

하지만 '닥스2'는 둘 중 어느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내팽개친다.

완다는 시종일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온 우주를 헤집는데,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비전은 일절 찾질 않는다.

'완다비전'에서 그는 내장이 끊어지는 비통함을 느끼며 비전을 그리워했지만 '닥스2'에서 보여주는 완다는 다른 멀티버스의 완다인 건가 싶을 정도로 관심이 없다.

더불어 영화 내 상당히 중요한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다크홀드에 대해서도 설명이 대단히 불친절하다.

우리는 그저 ‘다크홀드는 굉장히 위험하고 사용자를 타락시킨다’는 대사 한줄을 통해 다크홀드의 전대미문한 위력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강력한 아이템이면 고작 수습생의 칼질 한방에 사라지질 말던가.

게다가 완다가 지나치게 강력한 탓에 안그래도 불안한 이야기의 곳곳에서 누수가 일어난다.

그는 멀티버스의 히어로 집단인 일루미나티를 그야말로 초전박살을 내면서도, 고작 뛰어서 도망가는 주인공 일행을 굳이 절뚝이며 쫓아가는 괴이한 행동을 보인다.

단신으로 카마르 타지를 붕괴시키며 절륜한 위력을 보이던 마법은 갑자기 봉인이 되었는지 좀비마냥 비척비척 추격하는 완다를 보고 있노라면 공포감보다는 안쓰러움이 인다.

감독인 샘 레이미가 공포 연출에 일가견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샘 레이미가 '닥스2'에도 호러 연출을 욱여넣느라 개연성이 잠식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 마블, 이대로 괜찮은가?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비장의 한 수를 날리려는 차베즈(사진=IMDB). ⓒOTT뉴스

그렇다고 새로운 히어로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 분)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무리 차베즈가 어리고 미숙하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그녀의 무기력함을 보다보면 감독의 이전작인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MJ가 떠오른다.

피터 파커의 속은 있는대로 긁어놓고는 비명만 지르며 히어로를 기다리는 구시대적 여성 MJ 말이다.

더군다나 차베즈의 각성도 날림으로 진행된다.

수년에 걸쳐 멀티버스를 오가면서도 익히지 못했던 능력 사용법을 고작 따듯한 말 몇마디와 윙크 한번에 깨쳐버린다.

이번 영화에서 허무하게 죽은 캡틴 카터(헤일리 엣웰 분)와 캡틴 마블(러샤나 린치 분)은 짧게나마 강력함을 뽐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장차 열심히 구를 차베즈에게는 왜 그렇게 박하게 굴었을까?

이처럼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영화지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주인공 스티븐 스트레인지의 팬이라면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신밖에 모르던 오만한 천재가 사랑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지고, ‘3000만큼 사랑해(I love you 3000)’에 버금가는 명대사, 바로 ‘어느 세계의 당신이라도 사랑해(I love you in every universe)’를 남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블의 팬이라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상당히 염려되는 영화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봐온 히어로들처럼, 마블은 언제나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4

→ 평점: 5.8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