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여운 OTT 2기 평론가] "저희 노래 제목이 This is Me에요. 그냥 보여주시면 돼요. 틀리면 어때? 이게 나야!"
뜨거운 씽어즈를 이끄는 김문정 감독이 백상예술대상 본 공연을 앞두고 한 말이다.
멤버들의 도전에 한껏 몰입해있던 시청자는 그 응원이 내게 하는 말로 들려 괜시리 코끝이 시큰해졌다. 실수에 관대하지 못하던 내 영혼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두 달 전 이직을 해서 지금의 회사로 왔다.
6년차의 경력직이지만 부서에 경력직들이 많은 탓에, 막내가 됐다.
이전에 접한 적 없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근무환경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내게 있어 큰 도전이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이방인'이 된다는 점은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해야한다는 것이고, 하고 싶은 말도 억지로 삼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생각 좀 하고 말하세요" "이건 인턴들도 안하는 실수에요" "이번엔 실수 안하게 잘 해보세요"
완벽을 추구하는 직장 상사들로부터 따끔한 잔소리를 많이 듣다보니 어느새부턴가 나 자신에게 엄격해졌다.
다시는 저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출근을 하면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 표정과 머릿속 생각회로를 굳게 만들었고, 또 다른 실수를 낳았다.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지만 진창에 발이 빠졌을 때처럼 빠져나오려 할 수록 더 깊이 빠지드며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가 심해 회사를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 날 오전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어지러움을 느껴서 수유실 신세를 지고, 또 다른 날 저녁에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뜨거운 씽어즈(이하 뜨씽즈)'를 만난 건 바로 이 무렵이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축하공연을 한다길래 기대감을 갖고 리모콘 채널을 멈췄다.
'여든 둘의 나이가 되어 도전을 했다'는 나문희 배우의 나레이션에 빨려들어 무대를 시청했다. 단원 면면에 깜짝 놀랐고, 그 다음엔 노래 실력에 놀랐다.
'립싱크를 하나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대 완성도가 높았고 단원들 표정에 여유가 묻어있었다.
멜로디는 익숙한데 가사는 생소하길래 유튜브 검색을 하면서,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
모든 도전이 그러하듯 뜨씽즈의 처음도 서툴고 미약했다.
나이도 경력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합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스케줄을 쪼개 연습실에 방문하며 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소소한 칭찬과 격려로 서로를 다독였고, 돌아가면서 간식을 준비해 올 정도로 정이 넘쳤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창단 미션에서 장현성 배우의 아들 준우가 출연해 눈물을 흘렸을 때, 야외 버스킹 도전에서 서이숙 배우가 어머니를 위해 ‘꽃밭에서’를 부를 때 감정적 교감이 나눌 수 있었다.
백상예술대상 공연 당일, 김영옥 배우가 출근하자마자 노래 한 구절로 인사를 대신하는 장면에서도 이들이 쌓아온 단결력이 느껴졌다.
노래에 자신감 없던 이들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엿보이기 시작한 건 합창곡이 결정된 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이 아니었나 한다.
쭈뼛쭈뼛하던 이들은 감독들의 이끌림에 앞으로 나왔다. 그게 막춤이든, 멋진 춤이든 상관없었다. 용기를 내어 몸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덕에 뜨씽즈 단원들은 한걸음 더 가까워졌고, 눈빛만 봐도 서로의 컨디션을 짐작하고, 헤어짐을 미리 걱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 노래 가사 한 구절로 충분히 표현됐지 않나 싶다.
"힘에 겨울 땐 고갤 떨구렴, 겁에 질리면 눈을 감으렴, 네 눈물 그 아픔, 모두 너의 노래야 This i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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