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OTT 시점] 세 기자의 콘텐츠 파헤치기, '노웨어 스페셜'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살피는 작품 이모저모

이지윤 승인 2022.05.06 07:00 의견 0
영화 '노웨어 스페셜'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

■ 전지적 OTT 시점이란?

OTT뉴스의 기자 셋이 OTT 전문지 기자 시점으로 신작을 두고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에는 '어린이 날'을 맞아 티빙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을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 기자 소개

편슬기 기자: 재밌는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문화 편식주의자를 지향합니다. (이하 '편')

황지예 기자: 쉽게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한 번 누르면 사골을 우림. (이하 '황')

이지윤 기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갑니다. (이하 '이')

■ 절제미가 돋보이는 연출

영화의 주인공인 마이클과 아빠 존의 모습(사진=영화 공식 예고편 캡처) ⓒOTT뉴스

이: 저는 영화가 시작했을 때부터 카메라 연출에 마음을 뺐겼어요.

카메라가 존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존의 직업이 창문 청소부잖아요. 유리창을 청소하면서 존은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유리창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죠.

카메라는 지속적으로 유리창 안의 모습과 그 유리창을 닦는 존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게 다른 평범한 가족들의 모습이나 일상 생활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상황이 대조되는 장치로 활용된 것 같았어요.

편: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창문 청소부라는 불안정한 존의 직업과 문신이 가득한 양팔과 목, 성실해보이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이상적인 아버지는 아닐 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존이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돌보는데 집이 그렇게 넓지도 않을 뿐더러 깔끔하거나 잘 꾸며져 있지도 않았고요.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존이 들어올리는 컵엔 NO.1 DAD(최고의 아빠)라는 문구가 적혀 있죠. 역설적이면서도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황: 맞아요. 저도 집을 보고 생기가 없고, 먹고 살기 급급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또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부분이 바로 촬영 연출이었어요. 카메라 움직임이나 미장센같이 전체적으로 화면을 구성한 촬영 방법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특히 주인공 존은 주로 바스트 샷이나 클로즈업 위주로 촬영됐잖아요. 주인공에 집중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한 것 같아요.

이: 감독이 섬세하게 연출을 한 것 같아요. 색감 자체도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하기보다는 조금 침침하고 어두운 색을 많이 사용했잖아요. 전반적으로 채도가 낮은 영화의 모습이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꾹꾹 눌러담는 주인공과 잘 어울렸어요.

황: 맞아요. 저는 만약 똑같은 소재로 CJ가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감정을 절제할 수 있었을까? 얼마나 신파적으로 연출됐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편: 그렇게 죽음에 대해 절제된 감정을 연출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정서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바닥에 쓰러져서 울거나, 곡소리를 하거나. 그런데 외국 같은 경우에는 성당에서 장례식을 할 때 대성통곡을 하진 않잖아요. 영화의 절제된 연출이 우리 정서와 구별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 '이상적인 가정'을 찾아 떠난 여정

자신의 아들을 입양할 가정을 만나보고 있는 존(사진=영화 공식 예고편 캡처). ⓒOTT뉴스

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존이 자신의 아이인 마이클을 입양시킬 가정을 하나하나 찾아다니잖아요. 저는 그 입양 가족의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는 굳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해서 보여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본인들 가정이 어떤지 설명하면서 각자의 특성을 담담하게 그려냈어요.

황: 영화 제목과 존이 방문한 가정들을 보면서 저는 '완벽한 가족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존은 마이클을 위해 최대한 이상적인 가족을 찾지만, 막상 만나 본 가족들 중에서 그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잖아요. 노웨어 스페셜이라는 제목 그대로죠.

개인적으로 여기 나오는 가정 중에서는 첫 번째 토끼를 키우는 가족이 제일 낫지 않았나 싶어요.

편: 저도 동감해요. 돈도 어느정도 있어 보이고,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비전도 가지고 있었잖아요. 그에 비해 마지막 가정은 부인과 남편이 서로의 의견을 동등하게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었어요. 또 아이보다 본인의 욕망을 더 우선에 두고 있다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가정이었어요.

황: 맞아요. 그 가정을 본 후에 존이 복지사들에게 화를 내잖아요. 사실 영화 내내 차분한 톤을 고수해왔던 존이 복지사들에게 유독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영화 초반에서도 종종 나오기도 했는데, 저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좀 기분 나빴어요.

존을 제일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그러면서 복지사들에게만 시비를 잘 거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물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예민하다는 건 이해하지만요.

이: 나중에 밝혀지는 존의 과거가 그런 행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부여했다고 생각해요.

위탁 가정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왔다고 하잖아요. 자기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입양 가정을 선별하는 데 더 까다롭고 예민하게 군 게 아닐까요?

편: 영화가 점점 진행될수록 존은 병색이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마이클은 여전히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의 모습 그대로라 아빠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조급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복지사들을 닦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빠와 아들

존은 자신의 아픔과 죽음을 아이에게 숨기고자 했다(사진=영화 공식 예고편 캡처). ⓒOTT뉴스

편: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굉장히 인상깊어요. 존은 처음에 '아이가 아빠의 죽음을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이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더라고요.

황: 맞아요. 처음 아이가 딱정벌레를 통해 죽음을 인식하게 된 게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고 존이 떠났다면 나중에 아이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가장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거잖아요.

특히 죽음의 매개체가 딱정벌레인 것도 감독이 머리를 잘 썼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면 마이클에게 죽음을 알려주는 매개체가 죽음을 둘러싼 좀 더 끔찍한 사건이었다거나, 다른 포유류, 특히 척추 동물이었다면 아이에게 죽음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상이 딱정벌레였기 때문에 죽음이 끔찍함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이: 그쵸. 딱정벌레와 함께 공룡도 마이클이 죽음을 수용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마이클이 좋아하는 공룡을 예로 들어 죽음을 아이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알려주죠.

공룡은 멸종해서 더 이상 실제로 볼 수 없지만 책이나 장난감으로 우리 주위에 계속해서 기억되잖아요. 많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공룡처럼 마이클의 마음 속에 존이 영원히 기억될 거라는 의미를 담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편: 영화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시한부 아빠가 아들이 입양할 가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띄고 있지만 아빠의 시점에서는 죽음과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한편으론 아이를 이해해가는 과정이었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입양과 죽음이 뭔지 배우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죽음을 수용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전혀 없던 것도 인상 깊어요.

딱 현재에 집중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미련을 효과적으로 보여줬어요. 저는 특히 존이 차를 몰고 가는 도중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걸 바라보는 장면이 되게 좋았어요. 신호가 바뀌면서 아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존은 아이를 등지고 멀어져가잖아요.

이: 멀어져가면서도 존은 시선을 사이드 미러에 두고 계속해서 그 아이를 쳐다보잖아요. 눈을 떼질 못해요. 저는 그 연출이 아빠로서 마이클이 저렇게 자란 모습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황: 맞아요. 또 마이클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입양 가기 싫다고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표현하면서 평행봉 위를 걸어가듯이 바닥에 그려진 하얀 선 위를 걷잖아요. 이후에 존도 마이클을 따라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져 오니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생과 사를 대비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또 이웃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죽음의 정의를 잘 담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할머니가 죽은 자신의 남편이 항상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잖아요.

나중에 존이 마이클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대화가 존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구나 싶었어요.

■ 특별한 곳은 없다(Nowhere Special)

존의 서른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마이클(사진=영화 공식 예고편 캡처). ⓒOTT뉴스

편: 영화 내내 빨간색을 굉장히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행복을 상징하는 장면에서 빨간색이 많이 사용됐더라고요. 마이클이 가장 좋아하는 색을 빨간색이라 말하는데, 그래서 행복을 뜻하는 영화 장면 곳곳에 붉은색을 유독 자주 배치하지 않았나 싶어요

예를 들면 존의 생일 케이크에 꽂은 초가 빨간색이었다거나, 마이클이 쓰고 있는 모자가 빨간색이었다거나, 함께 탄 범퍼카도 빨간색이었고, 심지어 박력분도 빨간 박력분을 샀어요.

황: 마지막에 아이에게 쓰는 편지의 봉투 색깔도 빨간색이잖아요. 엄마랑 같이 찍은 사진도 엄마의 빨간색 장갑 속에 넣어서 보관하고요. 마이클이 입양갈 때 쓰고 있던 모자로 빨간색이에요.

편: 존이 마이클을 입양보내기로 결정한 여성의 집도 지붕이 빨간색이었어요.

황: 저는 왜 존이 그 가정을 선택했을까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제일 큰 이유는 그 집에 아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결론이 나더라고요.

원래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가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존은 마이클에게 완벽한 가정을 주고 싶었잖아요. 그렇지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를 좀 더 생각하게 되면서 아이에게 덜 혼란을 줄 수 있는 집에 보낸 게 아닐까요.

자신이 죽고 난 다음에 갑자기 새로운 아빠가 생기면 혼란스러울테니까요.

편: 저도 행복을 꼭 완벽한 장소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한부모 가정이 입양 가정으로서 굉장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잖아요. 디메리트라면 오히려 모를까.

그렇지만 존이 방문했던 가정들 중 입양 희망자가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같은 높이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유일한 가정이여서 존이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이전까지 존은 자신의 기준에서 입양처를 찾았단 말이죠.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춰서 '내 아이가 살 곳은 이랬으면 좋겠어'라는 기준을 가지고 각각의 가정들을 판단해왔잖아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존의 생각이 바뀌게 됐죠.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아이와의 유대감을 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자에게 끌렸다고 생각해요.

진짜로 아이를 위해 어떤 가정이 더 좋은 곳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된거죠.

황: 맞아요. 마지막 집을 보면 이 사람이 아이와 아빠에게 질문을 많이 해요. 특히 아빠인 존에게도 어릴 때 어땠냐는 질문을 할 정도죠.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요.

이전 가정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통해서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아요.

■ 총평

: 어떤 것들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황: 죽음을 덤덤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풀어낸 영화. CJ가 본받았으면 한다.

이: 별다른 폭발없이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별을 그려낸다. 그래서 더 슬프다.

■ OTT지수 (10점 만점)

[편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4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6

[황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8

[이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6.2

■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모두 '추천'을 기록했다.(사진=OTT뉴스). ⓒOTT뉴스


■ 티빙 '노웨어 스페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

▷ 각본: 우베르토 파솔리니

▷ 출연: 제임스 노튼, 다니엘 라몬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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