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다큐 '아베크롬비&피치, 그 흥망의 기록'

잘 나가던 그 브랜드, 왜 망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화이트 핫: 아베크롬비 & 피치, 그 흥망의 기록'

박정현 승인 2022.05.04 12:24 | 최종 수정 2022.05.04 17:44 의견 0
영화 '화이트 핫: 애버크롬비 & 피치, 그 흥망의 기록'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필자는 이따금 스트레스를 받으면 패션쇼를 본다.

유튜브에 친절하게 브랜드별 패션쇼를 모아놓은 채널들이 많아서 멍하니 한두 개 골라 스윽 훑어본다.

브랜드별로 저마다의 정체성을 담아 디자인과 컬러를 채택하고 하나의 쇼에 맞춰 유려하게 구성해낸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욕망'이 가득 담겨 있고, 대놓고 보는 이를 홀리려고 작정한 쇼를 보는 것은 지치고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도피하기 딱 좋은 영상물이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의식주' 중에서 옷이야말로 가장 '욕망적인 것'이라는 점에는 많이들 동의할 테다.

'식(食)'은 혀를 즐겁게 하며 살아가는 에너지의 근본이 되고, '주(住)'는 몸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하나 '의'는 기본적인 개념만 따지자면 벌거숭이 상태를 유지하지 않게만 하면 된다.

즉, 뭐든 걸치기만 하면 된는 건데 사람들의 '시각'을 건드리는 만큼 대다수 사람들은 '아무거나' 입지 않고, 본인이 끌리는 스타일대로, 자신의 매력을 방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나 브랜드를 찾는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무엇을 입고 걸치는지 궁금해하며 따라 사는 심리도 바로 거기에 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담이 기냐고?

필자가 이번에 다룰 영화가 바로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핫: 아베크롬비 & 피치, 그 흥망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아베크롬비 & 피치 매장 내부를 재구성한 모습(사진=넷플릭스 유튜브). ⓒOTT뉴스


필자는 '아베크롬비 & 피치'라는 브랜드를 잘 모른다.

영화에 따르면 '쿨'한 애들은 누구나 입었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미국 대중문화를 지배했던 브랜드란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고민하던 중에 당시의 '쿨'한 애들은 누구나 입었다는 것과 '흥망의 기록'이라는 점에 홀려서 보기 시작했고, 다큐멘터리는 기대보다 더 알찼다.

한 시대를 풍미한다는 건 당대 타깃층의 마음을 홀리는 전략을 세웠고, 그 유혹이 '통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는 '패션 암흑기'라고 불리는 시절이 있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알 테니 구태여 말을 보태진 않겠다만, 지금은 질색하는 패션과 각종 아이템을 그때는 다들 좋다고 입고 다녔다.

빅뱅의 '거짓말'이 흥하던 시절에는 거리에만 나가면 빅뱅을 연상케 하는 복장이 즐비했고, 힌때는 샤기컷이나 쉼표 머리가 대세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대체로 '원하는 롤모델'에 맞게 옷을 사 입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즉, 유혹에 가장 약한 것은 10대와 20대 초반이다.

'아베크롬비 & 피치'의 전략은 바로 그 10대와 20대 초반을 홀리는 데 있었다.

몸매 좋은 모델이 섹시한 나신을 드러내는 상태의 광고를 연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모델과 같은 외양의 직원들을 다수 배치해 저 옷을 입으면 저 사람들처럼 '핫'해질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세뇌를 이용한 거다.

가장 먼저 반응한 이들이 트렌드에 민감하며 다수에게 매력을 뽐내고 싶은 학교의 소위 '인싸'들이었다.

이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세운 전략이 탁탁 맞아떨어져서 아베크롬비 & 피치 바야흐로 '대세 브랜드'가 된다.

애버크롬비 & 피치 모델 사진으로 꾸며둔 캐비닛을 재연한 모습(사진=넷플릭스 유튜브). ⓒOTT뉴스


이 영화 '화이트 핫: 아베크롬비 & 피치, 그 흥망의 기록'은 그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망하는 순간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베크롬비 & 피치'를 핫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전략이 이 브랜드를 '망'으로 이끌었다는 지점이 특히 흥미로운데, '유혹'의 전략이 어째서 망했다는 건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 접속하도록.

당시의 '아베크롬비 & 피치'를 기억하고, 그 브랜드와 함께했던 관련자들의 인터뷰와 자료영상, 새롭게 재연하거나 재구성한 장면들로 재치 있게 엮어둬서 친한 지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듣는 것처럼 몰입하게 될 것이다.

흥망에 대해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 것은 여기서 줄글로 아무리 설명해봐야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고, 또 알고 보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를 사전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고 간단한 소개글이나 예고편, 포스터를 보고 끌리면 보는 편인데 그 끌림이 '재미'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망함'으로 이어져도 좋다.

확실하게 끌렸다는 건 그곳에 필자를 끌어당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고, '재미'있다는 건 그 '무언가'를 넘어서는 흥미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라면 딱 '거기'에서 유혹을 멈췄다는 거긴 하지만, 그걸 반복하게 되면 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돼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콘텐츠 유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지금까지 꾸준히 도전을 시도하고 있고... 옷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친절했던 것 같아서 보태자면, '아베크롬비 & 피치'는 자신의 스타일이 확립되지 않았던 당대의 10대와 20대 초반에게 한때는 '확신'의 선택이었다.

'쿨'하고 '핫'하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하게 긍정적이었기에 '아베크롬비 & 피치' 로고가 박혀 있다는 것만으로 끌림 포인트가 확실했다.

또한 '아베크롬비 & 피치'가 흥하던 시절에는 그 브랜드의 옷을 사 입는다는 것만으로 '인싸' 조직 내에 속하는 사람처럼 보여 '끌림 포인트' 이상의 매혹이 있었다.

허나 브랜드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퇴색되고, 한때의 끌림 포인트가 사라지는 순간에는 무엇이든 퇴물이 될 뿐이다.

여러분의 옷장 구석에 구겨져서 박혀 있는 한때 사랑했던 아이템을 떠올려 보도록.

그 아이템과 함께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며, 이제는 빛바랜 추억의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분명 잘 모르는 브랜드인데도 과거 내가 애용했고 이제는 멀어져버린 기억 속 브랜드들이 오버랩돼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화이트 핫: 아베크롬비 & 피치, 그 흥망의 기록'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5.75

* 평점 코멘트: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인물이어서 연기력을 평가하기 어려워 생략했다. 나머지 요소들은 평균치다.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탁월한 수준은 아니었고, 나머지도 평이하나 콜라주 기법 등을 활용해 재구성하려 한 부분이 흥미로워서 미술 점수를 타 영역 대비 높게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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