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적 OTT 시점이란?
OTT뉴스의 기자 셋이 OTT 전문지 기자 시점으로 신작을 두고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차'를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 기자 소개
편슬기 기자: 재밌는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문화 편식주의자를 지향합니다. (이하 '편')
황지예 기자: 쉽게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한 번 누르면 사골을 우림. (이하 '황')
이지윤 기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갑니다. (이하 '이')
■ 좌천 검사의 우여곡절 본청 복귀 스토리
이: 영화의 도입부는 좋았어요.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전경을 비추고, 네온사인과 복잡하게 얽힌 뒷골목을 보여주는 장면은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를 얼핏 생각나게 했어요. 근데 영화 속 자동차의 핸들이 왼쪽에 있더라고요.. 홍콩은 우(右)핸들 국가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몰입이 깨진 것 같아요.
황: 아 저도 오프닝 영상의 미감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초반부터 한지훈 검사가 정의를 지키려고 하는 부분이 다소 무게 없고 빈약하게 느껴져서 너무 전형적이고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오빠는 검사인데 엄마랑 여동생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오빠 뒷바라지 하느라 대학 못 간 여동생들이 저절로 떠오르는데, 그건 너무 구시대적인 그림이잖아요.
편: 저도 주인공 캐릭터를 참 특색 없고 무미건조하게 잡아놨다고 싶었던 게, 어디서 봤던 느와르의 요소를 다 가져온 느낌? 뒷배는 없지만 정의와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모범적인 주인공에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생활이 넉넉치 않은 엄마와 여동생, 끝까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아 좌천된 것까지 진짜 밋밋한 캐릭터란 느낌이 들었어요.
황: 차라리 주인공의 성장배경이나 개인 서사가 좀 더 설명됐으면 모르겠는데 정의를 지키는 꼿꼿한 검사, 가난한 가족만 소개되니까 너무 깊이가 없고, 이 캐릭터의 선택에 당위성이 부여되지가 않더라구요.
차라리 어릴 때 청렴한 검사를 꿈꾼 계기라든가, 아무리 뻔해도 이런 설정이라도 들어갔으면 조금의 납득이 됐을 것 같아요.
■ 남들에겐 거칠지만 내 팀에겐 따뜻한
편: 특색 없는 한 검사보다 더 불편했던 건 지강인(설경구 분) 캐릭터였어요. 고독한 늑대, 팀원을 생각하는 리더, 남에겐 차갑지만 내 사람에겐 따뜻한 사람.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술집 마담과 마음을 끝내 주지 않는 나쁜 남자라니 고루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였어요. 80년대 느와르에서나 받아들여질 설정이 2022년에도 사용되니까 지극히 시대착오적이고 꼰대스럽게 보이기만 하더라고요.
황: 저도 지강인 캐릭터 정말 싫었어요. 캐릭터도 너무 전형적인데, 그걸 연기하는 설경구 씨 연기도 너무 전형적이었어요.
이: 맞아요.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캐릭터들 대부분한테도 매력을 잘 느끼질 못했어요
편: 진경이랑 정대는 왜 있었는지, 구색 맞추기용으로 데려온건가 싶은 느낌이에요. 차라리 송재림 배우가 맡은 재규는 분량도 있고 격투나 제압, 총격전이라도 벌였지 나머지는 캐릭터 매력을 느낄 새도 없었어요. 캐스팅을 하면 뭐하나, 활용을 못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황: 저는 초반에 진경, 양동근 배우의 연기는 좋았어요. 특히 진경 배우는 이제 저런 느와르 여성 캐릭터에 최적화되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또 희원 역에 이엘 배우는 모럴센스에서도 봤는데 여기에서도 봐서 반가웠어요. 한 검사 역의 박해수 님처럼 넷플릭스 공무원이 되고 계신건가 싶었어요(웃음).
■ 남과 북의 공조, 그를 막으려는 일본 '스토리의 진부함'
편: 저는 투탑 체제로 나오는 느와르길래 한 검사랑 지강인 팀장 캐릭터가 서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신뢰를 쌓고 생사를 함께하는 동료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두 사람이 서로를 믿게 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서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황: 맞아요~ 진서연 씨도 그렇고 훨씬 문주연 역할 연기한 배우님도 그렇고, 다들 잘하시는 분인데 디렉팅 문제인지 영화가 별로여서 그런건지 캐릭터 빌딩이 문제인지... 배우들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느낌이에요.
이런 남성 투톱 느와르 장르 작품에선 브로맨스를 미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둘의 관계성을 제대로 잡든가. 이 영화는 그렇게도 하지 못했어요.
편: 설정도 그래요, 문병욱과 그의 딸이 북한 사람이고 남한과 북한과의 공조를 일본이 방해하는 그림이잖아요 설정이 진짜 하나 같이 다 올드해요. 야차보다 1998년에 나온 쉬리가 더 재밌다고요.
황: 맞아요. 근데 저는 그 설정 자체도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저도 동의해요. 저는 액션도 연출이 문제였던건지 실제로 싸운다기보다는 단순히 합을 맞춘 걸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 캐릭터 활용의 아쉬움, 연출의 단순함
황: 여성캐릭터들도 너무 전형적으로 그렸어요. 아무리 액션 첩보 영화라고 해도 전투씬이 아닌데 남자가 여자를 일방적으로 때리는 장면(문주연 역, 진경)도 나오고, 강인이 말끝마다 '년년' 거리지를 않나 마담, 술집 여자, 그리고 아버지 때문에 납치돼서 이리저리 희생되는 딸... 하나같이 전형적이라 감독의 여성관이 다소 우려되면서 불쾌했습니다.
편: 맞아요 그부분도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너무 활용을 못한 게 훤히 보여서 역량 한계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느와르라는데 특유의 분위기, 연출, 멋도 없고....적대 인물과의 긴장감과 파워게임도 전혀 안 느껴지고, 사건을 해결할 키맨인 문병욱을 찾기까지의 과정도 얼레벌레. 국정원 비밀팀이라는데 대단한 전문성과 팀워크도 안 보여요.
이: 감독이 자기가 고심해서 캐릭터를 구축하기보다는 다른 영화들에서 이것저것 요소를 더해서 만든 영화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아요. 근데 이제 여기에 부족한 연출력을 곁들인 거죠.
영화 도입부와 종결부의 수미상관 연출도 유치해요. 초반에는 그럭저럭 어떻게 넘긴다 쳐도, 저는 마지막에 재벌이 자기가 썼던 똑같은 수법에 넘어가는게 이해가 잘 안됐어요.
편: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회장 역으로 나온 최원영 배우와 배우의 연기력이 아까운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황: 전반적으로 설정이고 뭐고, 정말 허술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코리아의 작품 보는 눈이 실망스럽네요.
■ 총평
편: 된장인지 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묻지만 때론 알아도 먹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 중세 시대 여관에서 파는 수프같은 영화. 그냥 손에 잡히는 거 아무거나 넣고 막 끓여서 맛보라고 준 기분이다.
황: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는데, 넷플릭스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굳이 자원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OTT지수 (10점 만점)
[편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1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2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3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2.8
[황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3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1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3.2
[이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4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1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3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3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2.8
■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 넷플릭스 '야차'
전 세계 스파이의 최대 접전지 선양. 북한, 중국, 일본까지 동북아 주요 스파이들이 얽혀있는 비밀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잡지 않으면 잡히는 스파이들의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 감독: 나현
▷ 각본: 안상훈, 나현
▷ 출연: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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