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넷플릭스 브라질, 韓 지상파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속여 공개

'사랑의 불시착', '그 해 우리는' 등 다수 드라마 오리지널로 소개
'플랫폼 제국주의' 등 부작용 우려 있어

황지예 승인 2022.04.08 12:58 | 최종 수정 2022.04.08 14:10 의견 0
넷플릭스 브라질에서 오리지널로 분류돼있는 한국 콘텐츠들(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넷플릭스가 '사랑의 불시착', '그 해 우리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국내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을 '오리지널'로 버젓이 표기해 브라질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8일 '넷플릭스와 한류' 학술대회에서 브라질 플루미넨시(Federal Fluminense) 대학의 다니엘라 마주르(Daniela Mazur), 멜라니아 메이마리디스(Melina Meimaridis), 다니엘 리오스(Daniel Rios) 세 연사는 넷플릭스가 잘못된 오리지널 분류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브라질에서 Viki, Kocowa 등의 OTT를 통해 이전부터 한국 드라마 시청이 가능했지만 한국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2016년경 넷플릭스를 통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진짜 콘텐츠의 오리진(origin, 출처)이 뭔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브라질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한국 콘텐츠 중 오리지널이라고 명시된 122개의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로 분류된 한국 콘텐츠를 세부 항목으로 분류한 현황(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이들은 총 다섯가지 항목으로 콘텐츠를 분류했는데, 첫 번째는 '오징어 게임'처럼 넷플릭스가 최초이자 유일한 공개 플랫폼인 경우다. 총 43개로 가장 많은 35.2%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넷플릭스에 올라오기 전에 한국 TV에서 이미 방영이 끝난 것이다. 이들은 tvN, JTBC 등에서 방영된 드라마들로 총 20개, 16.4%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한국 TV에서 방영이 진행되는 동시에 브라질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들은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25.4%(31개)를 차지하며, 동시에 올라오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올라오는 콘텐츠는 12.3%(15개)다.

이외에 넷플릭스에 올라오기 전에 한국에서 이미 개봉했던 영화는 가장 적은 비율인 10.7%(13개)에 그쳤다.

이들은 "정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오징어 게임'처럼 넷플릭스가 유일한 공개 플랫폼인 경우"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없는데 브라질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크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넷플릭스에서만 오리지널로 표기된 한국콘텐츠는 총 65.6%를 차지한다(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또한 이들은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로 표기돼있는 122개의 한국 콘텐츠 중 오직 34.4%(42개)만 한국과 브라질 모두에서 오리지널로 분류되며, 그외 65.6%(총 80개)는 오직 브라질에서만 오리지널로 분류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하이바이마마', '신입사원 구해령' 등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로 잘못 분류된 한국 작품들의 썸네일을 보여주기도 했다.

확인 결과, 이 작품들은 모두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오리지널로 분류돼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갯마을 차차차'의 오프닝 타이틀을 한국 TV 방영 버젼과 브라질 넷플릭스 버젼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제일 상단) '갯마을 차차차'의 TV 방영 오프닝. (두 번째) 넷플릭스 버젼 오프닝. 한국도 동일하다. (세 번째)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모습(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이들은 "'갯마을 차차차'가 한국에서 TV로 방영될 때는 오프닝에 방송사인 tvN 로고가 등장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tvN 로고가 삭제된 상태이며 브라질 넷플릭스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라는 문구가 추가돼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들은 브라질 내 한국 넷플릭스 콘텐츠의 번역과 더빙 현황도 소개했다.

이들에 따르면 넷플릭스 브라질에서 오리지널로 분류돼있는 122개의 한국 콘텐츠는 모두 브라질의 공용어인 포르투갈어 자막이 있고, 더빙이 존재하는 콘텐츠는 60.7%(74개)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드라마를 볼 수 있는 다른 플랫폼들도 존재하지만, 더빙을 해서 내보내는 곳은 넷플릭스 외에는 드물다"며 "넷플릭스가 한류를 전파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브라질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는 주역이지만 그 가운데에 결국 미국 회사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제국주의'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브라질에서 '한국 드라마'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작품들. 맨 오른쪽은 태국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다(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그 예시로 한국 넷플릭스 시청자 사이에도 잘 알려진 태국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girl from nowhere)'가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로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현상을 소개했다. 즉,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태국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빠'라는 단어가 포르투갈어로 'paizinho', 즉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로 잘못 번역된 예시를 제시하며, 넷플릭스가 왜곡된 문화 전파에 얼마나 개입하기 쉬운지 강조했다.

이들은 "잘못된 오리지널 분류를 통해 넷플릭스는 유명한 한국 드라마가 마치 자기들이 전부 다 제작한 것처럼 전세계인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한류' 학술대회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원장 우미성 교수)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센터장 홍석경 교수)가 공동 주최하며 4월 8~9일 양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넷플릭스를 통해 한류가 전파되고 있는 양상을 분석하며 한류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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