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제목부터 강렬하다. 살육이 벌이지는 호텔이란 자극적인 제목에 깜짝 놀랐다. '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지만 두려움은 이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살육이 벌어지는 거지?", "'쏘우'처럼 사람들을 고문하는 건가?", "실제 연쇄살인 사건인 H.H.홈스 사건을 영화화 한 걸까?"
이성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호기심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나는 포스터부터 무시무시한 영화 '살육호텔'을 재생했다.
◆ 잿빛 세상 속 유일한 안식처에 어서 오세요
잿빛 하늘,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 생명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을에서 한 가족이 쉴 곳을 찾아 헤맨다. 하룻밤 묵을 집을 찾아 문을 열어 보지만 따뜻한 온기 대신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만이 가족을 반긴다.
분명히 이 마을은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뜨면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뛰어놀고, 밤이 되면 온 가족이 집에서 따뜻한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을 터였다.
하지만 핵이 터지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잿빛 먼지가 돼버렸다. 핵폭발 사건 이후로 배우였던 엄마 레오(기테 비트 분)는 일자리마저 잃어버렸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 알리스(투바 올리비아 렘만 분)가 굶주리는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없었던 레오는 남편 야콥(토마스 굴레스타드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료 식사와 공연을 제공한다는 호텔로 향하게 된다.
호텔의 요리사들은 레오 가족과 호텔에 찾아온 또 다른 손님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대접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진귀한 성찬에 모두가 포크와 나이프도 내려놓은 채 두 손으로 고기를 정신없이 뜯기 바쁘다.
그리고 호텔 전체를 무대로 펼쳐지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 시작된다. 레오 가족은 배우들을 따라다니며 공연을 즐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이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 알리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둘은 수수께끼 같은 호텔을 뒤지기 시작한다.
◆ 별로 무섭지 않았던 공포 영화 '살육호텔'
수많은 공포와 스릴러 영화에 뇌를 잠식당한 나에게 '살육호텔'은 순한 맛으로 느껴졌다(로맨스와 일상 물을 즐겨보는 이들에겐 완전 끔찍하고 충격적인 영화일 것이다).
호텔에 찾아온 투숙객을 납치해 인육으로 요리한다는 소재 자체는 충분히 잔인하고 자극적이지만, 호텔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고 진부한 탓에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초반부터 당연하게 가면을 벗고, 당연하게 알리스가 사라지고, 당연하게 야콥도 사라지는 과정이 기존의 수많은 공포 영화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는 듯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게다가 주인공 버프(Buff, 능력치 증가 효과)가 너무 심한 탓에 여러 이해관계가 묶여 있는 호텔보다 혼자인 주인공이 더 무서웠다.
한편 '살육호텔'은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중독과도 닮아보인다.
내 집뿐만 아니라 직장마저 얻기 어려운 현실과 다르게 스마트폰과 SNS 속 세상은 안락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살육호텔' 속 호텔과 마찬가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관심(밥)을 받을 수 있고, 내가 보고 싶은 것(공연)만 골라 볼 수도 있다.
그러다 현실 속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끊으려 시도하지만 SNS 속 즐거웠던 기억을 놓지 못한 채 금단현상을 보인다.
주인공 역시 야콥을 잃고 간신히 되찾은 알리스와 함께 호텔을 빠져나오지만 변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뒤 다시 호텔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스마트폰 중독을 상징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의견이다.
강렬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무난한 '살육호텔'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연기력): 9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등): 2
3. OST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6
→평점: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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