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시맨틱 에러' 포스터(사진=왓챠). ⓒOTT뉴스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OTT 플랫폼들은 차별성과 고유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극을 탄생시키며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 예로, 동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BL(Boys Love) 장르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왓챠 '시맨틱 에러' 별점이 모두 5점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사진=왓챠 캡처). ⓒOTT뉴스
지난달 16일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는 공개 직후부터 지금까지 6주째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맨틱 에러'에 출연한 두 주연 배우를 표지로 한 잡지 '씨네21'은 출간과 동시에 품절됐고, '시멘틱 에러 포토에세이'는 지난 7일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일별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뜨거운 인기를 보여줬다.
또, 동명의 원작 웹소설을 유통한 온라인 도서 플랫폼 리디북스에 따르면, 원작 웹소설은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드라마 공개 첫날 거래액이 방영 기념 이벤트 진행 전 대비 916% 폭증했다.
드라마를 비롯해 잡지, 포토에세이, 원작 웹소설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층이 탄생하며 BL장르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흥행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BL장르는 그동안 TV 같은 대중매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마이너' 장르이자 논란의 대상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가수 겸 작곡가 유은성이 동성애 반대 발언에 사과했다(사진=유은성 인스타그램 캡처). ⓒOTT뉴스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마인'에서도 동성애 관련 논란이 일었다. '마인'의 주인공 정서현(김서형 분)은 동성애자 캐릭터다.
그런 정서현의 옛 연인인 최수지 역으로 배우 김정화가 출연했는데, 김정화의 남편이자 CCM 가수 겸 작곡가인 유은성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작년 2월 SBS는 설 특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동성 간 키스신을 모자이크하며 동성애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중매체에 등장하기만 해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 동성애가 화제성은 물론 팬덤을 일으키는 장르로 자리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이다.
BL 장르가 대중화의 물꼬를 틔우게 된 이유는 OTT나 웹드라마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특정 장르의 마니아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블루밍', '따라바람' 등 총 4개의 BL 웹드라마 공개를 예고한 영화 제작사 NEW 관계자는 "영화 투자배급, 제작 외에도 숏폼·미디폼, 시리즈물에 대한 업계 니즈와 소비자들의 관심에 부합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BL장르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환경 속,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BL 장르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OTT로 인해 구독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선택이 자유로워진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잡아두기 위해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는 BL장르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또, BL 등 '마이너' 장르에 속하던 장르가 주목받는 데에는 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 학부 박천일 교수는 "현재 OTT 콘텐츠를 보면 묘사라든가 역할 설정이 굉장히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의 대부분 콘텐츠에서 남녀 주인공은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이 연인이 되거나 흑인 남성을 롤모델로 삼는 등 역할 설정 부분에서 굉장히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묘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종과 성별을 뛰어넘는 역할 설정에 OTT라는 영역이 새롭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고정관념화 돼 있는 묘사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OTT 사업자들이 다양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금 더 과감한 역할 설정과 자극적인 묘사에 과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BL 장르 대중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박천일 교수는 "OTT가 동성애 장르에만 집중하거나 자극적인 콘텐츠 제작에만 몰두한다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관심을 살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보기엔 OTT 사업자의 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토종 OTT는 물론 해외 OTT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콘텐츠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지금은 자극적이고 새로운 장르에 흥미를 가지겠지만, 어느 순간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소비자의 판단에 의해서 걸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OTT는 개인화되고 맞춤형 되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다양한 취향이 있다는 건데, OTT 콘텐츠가 동성애로 몰려가면 장기적으로 보기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