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최대건 OTT 1기 평론가] DC와 마블.
슈퍼히어로물 장르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DC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히어로의 원형을 제시했다면, 마블은 좀 더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히어로 장르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두 간판 히어로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두터운 충성 팬층을 DC가 형성했다면, 마블은 21세기 들어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십분 활용한 히어로 프랜차이즈 마케팅 전개에 성공했다.
사실 두 진영 간의 역사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DC 코믹스가 1938년 '슈퍼맨'을 탄생시킨 이후, 불과 3년 후인 1941년 마블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후발주자인 마블은 어쩔 수 없이 클론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꾸준한 세계관의 확장과 전방위적인 투자를 통해 이제는 히어로물의 대표 프랜차이즈로 우뚝 섰다.
두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대표 히어로들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히어로 세계관을 펼쳐내고자 했던 영화계의 시도는 꾸준했다.
다양한 작품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너무 이야기가 방대해질 수 있는 관계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중에서도 현재까지 영화 마니아들에게 회자 되는 작품을 하나 꼽자면, 바로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영화 <왓치맨>이 있다.
동명의 DC 코믹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왓치맨>은 냉전 시대를 전후로 특유의 심도 있는 세계관과 개성적이고 철학적인 캐릭터 설정이 어우러져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다.
드라마 <가디언스 오브 저스티스>는 위에 언급한 DC 코믹스의 기본 골격인 슈퍼맨과 배트맨을 패러디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 <왓치맨>의 작품적 세계관을 이어받았으며 <모탈컴뱃>, <드래곤볼 Z>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비주얼을 펼쳐 보이는 B급 슈퍼히어로물이다.
작품은 히틀러가 사이보그가 돼 부활한 후 3차 대전을 일으키고, 이를 단 한 명의 절대적인 초인인 '마블러스 맨'(윌 윤 리 분)이 저지한다는 황당하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대담한 설정과 전개로 시작한다.
전 세계인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던 마블러스 맨은 자신의 활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날 모두가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 만들어진 탄환 '갓 킬러'를 장전해 권총으로 발사한 후 자살한다.
다소 급진적이고 우울한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마블러스 맨의 오른팔이자 절친이었던 '나이트 호크'(다이아몬드 댈러스 페이지 분)가 마블러스 맨이 죽음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추적해가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과연 나이트 호크와 <가디언스 오브 저스티스>의 히어로들은 마블러스 맨 죽음의 진실과 무너지려는 세계평화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까?
작품은 기본적으로 추리극 형식으로 진행되며, 영화 <씬 시티>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독백과 만화적 연출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잔인한 표현 수위와 게임 <모탈컴뱃>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척추뼈를 뽑는 연출은 다양한 서브컬처를 녹여내고자 했던 연출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기존의 히어로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기존 설정을 조금씩 비트는 패러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설정으로 '부트렉 유니버스'란 고유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외관은 새로울 것 없는 캐릭터들과 설정으로 덮여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더 과감하고 다양한 연출 기법들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어필하려 했던 것 같다.
다만, 견고한 설정을 처음부터 쌓아 나가기보다는 역순의 시간 설정과 뜬금없는 캐릭터들의 등장과 더불어 친절하지 못한 전개가 이어진다.
이에 시청자들이 알아서 퍼즐을 끼워 맞추는 형식이다 보니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여지가 다분하다.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기존의 슈퍼히어로물과는 달리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비주얼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B급 슈퍼히어로물이 궁금한 분들께는 한 번쯤 시청해보기를 권장한다.
드라마 <가디언스 오브 저스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