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비행기에 오를 때면 설렘과 동시에 불안한 감정이 불쑥 끼어든다. 설마 추락하진 않겠지 하는 걱정, 다들 해본 적 있을 테다.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당신의 목숨은 비행기 안에 묶여버리는 셈이 되니까.
기체가 흔들릴 때마다 엄습하던 불안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순간 '안도'와 '행복'으로 바뀌지만, 완전한 도착 이전 한순간의 어긋남은 곧 크나큰 비극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비극적인 추락 사고를 수많이 접했다.
그중에는 공중납치라고도 불리는 '하이재킹'이나 조종사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사고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온전히 비행기 자체의 결함으로 유발된 추락사고라면 어떨까.
필자가 오늘 택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는 바로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비극적인 추락 사고로 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건은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된다.
사고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비행기 결함의 문제는 '의심' 정도로만 남아 있던 이 이야기의 뒷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승객 전원이 사망했음에도 비행기 결함이 '의심'으로만 남은 이유는 당시 추락한 여객기가 미국 항공기업 보잉이 만든 신제품 '보잉 737 맥스' 여객기였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안전'을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 보잉이 엉성한 제품을 만들 리 없다는 건 공공연한 믿음이었다.
기체에 결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블랙박스 기록이 발견됐음에도 보잉의 입지는 견고하기만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5개월 만인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또 한 번의 추락사고가 일어나 승객 전원이 사망하고 난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사건이 일어난 즉시 '보잉 737 맥스' 여객기의 운항을 중지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은 이미 벌어졌고, 두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346명에 이르렀다.
보잉의 비행기는 '안전한 공간'이고 우리는 '안전한 시스템' 하에서 하늘을 날고 있다는 믿음을 부숴버리는 비극적인 사고였다.
영화 <다운폴: 더 보잉 케이스>는 비극적인 두 건의 사고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잉의 치명적인 결함과 시스템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증거와 관련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비극적인 사고를 재구성하고, 보잉 내부에 어떠한 문제가 숨겨져 있었는지까지 깊이감 있게 추적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못했을 조종사에게 날아드는 언론의 불합리한 비난이나 희생자 유가족들을 묵살하는 '보잉' 임원진을 보다 보면 가슴이 턱 막히지만, 끝까지 시청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들과 당시 언론, 정부, 기업의 대처법들을 떠올려봤을 때 너무도 거울처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설마... 마지막 반전은 있겠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해봤지만,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에 따라 2020년 11월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운항이 재개됐다.
전 세계 곳곳에 다시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도입되면서 우리는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을 해결했다는 보잉의 설명을 믿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늘 탄 항공기가 여전히 불안정한 '보잉 737 맥스' 여객기는 아닐까 불안해하면서 여행을 해야 한다는 건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영문도 모른 채 절망해야 했을 무수한 이들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 같은 처사를 할 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여객기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은 무엇인지, 보잉 내부에 어떤 추악한 비밀과 음모가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비극적이고 서글프면서 동시에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며, 고구마를 먹은 듯한 갑갑함을 선사하는 콘텐츠지만 필자는 하루쯤 시간 내서 봐볼 것을 권한다.
아는 만큼 보이지 않겠는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 삼아 미국 최대 항공기업이라는 보잉의 내부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막을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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