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대착오'를 착오하다,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우보이 비밥>

김현하 승인 2022.03.10 10:39 | 최종 수정 2022.03.10 10:41 의견 0
카우보이 비밥 공식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김현하 OTT 평론가] 먼저 해당 드라마의 시즌2 제작 캔슬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은 일본 애니메이션 명작, <카우보이 비밥>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마 다들 <카우보이 비밥>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도, 오프닝곡 'Tank!'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원작이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그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각색작이 반드시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현대의 우리는 그 아류작과 기출변형작에게 이미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같은 일본 만화 명작을 실사화한 <공각기동대>가 이런 예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의 실패는 이런 종류의 실패는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서양의 자본력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본토에서 제작되는 실사화들의 문제점-원작의 느낌은 없이 비주얼만 재현한 것이 느껴진다-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가진다.

스파이크 스피겔의 불멸의 연인, 쥴리아.(사진=IMDB)


우선 이 드라마에는 '향수'가 없다.

그 것이 드라마에서 원작의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유다.

<카우보이 비밥>의 시대적 배경은 2071년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년도는 1998년이고, 애니메이션이 오마주한 작품들은 7,80년대의 미국 서부 영화다.

그리고 이런 서부영화들은 1900년대 초중반에 실제로 보안관들이 존재하던 때를 그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주를 무대로 하는 미래를 그리면서도 본편의 시대와 100년 넘게 차이나는 지극히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작품이다.

또한 <카우보이 비밥>은 <은하철도 999>와 같은 작품 등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덕목과 이상을 그리워하면서 이를 끊임없이 좇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등장인물들 역시 과거에 묶여있고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낡은 직업을 가진 것으로 설정해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강화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런 지점에 관심이 없다는 점은 주인공의 사랑인 줄리아(엘레나 사틴 분)의 캐릭터에 의해 단적으로 보여진다.

줄리아는 본래 스파이크 스피겔(존 조 분)의 과거의 연인으로, 스파이크가 작품 내내 그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추억하고픈 과거'라는 작품의 대주제를 형상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줄리아는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화에 죽으면서 "...이건 꿈이지?"라고 말을 남기고, 줄리아를 쫓던 스파이크는 그녀를 애도하면서 자취를 감춤으로써 작품은 과거를 향한 아련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게 된다.

하지만 실사화에서 줄리아는 스파이크에게 '너는 내가 깨어나야할 꿈'이라 얘기하면서 오히려 작품의 최종 보스로 각성한다.

이외에도 과거를 찾는 장면이 아예 삭제된 것은 아니지만, 스파이크 스피겔 캐릭터 외에도 페이 발렌타인(다니엘라 피네다 분)도 자신의 과거를 좇는 모습이 전 시즌에 걸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 한 화에 몰아 나타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한 번의 해프닝으로 넘어간다.

제트(무스타파 샤키르 분)역도 아이가 있는 것으로 각색돼 구 애인과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져 질척거리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유사가족 형태를 꾸린 비밥호의 승객들.(사진=IMDB)


사실 과거를 '추억팔이'하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 자체는 무작정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카우보이 비밥>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20년이 지나면서, 작품은 상당히 올드해졌다.

줄리아 캐릭터의 경우 과거에는 그저 주인공의 사랑이라는 역할에 머물렀다가 현대로 오면서 주체적인 자신만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본토의 다른 실사화 작품들이 그렇듯이,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품의 비주얼만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 지점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과거에 대한 애수가 없는 상황에서 90년대의 촌스러운 복장들과 장면들을 재현하는 것은 레트로가 아니라 시대착오로 느껴질 뿐이다.

더불어 얘기하자면 제작진은 <비밥>이 가진 '촌스러움'의 상대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에도 <비밥>에는 올드한 면모가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당시의 기술로 이끌어낼 수 있는 최고로 세련된 비주얼과 연출로 구현했었기 때문에 <비밥>은 B급 감수성을 풍기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이 당시의 비주얼을 정말로 충실히 재현하려면 원작의 비주얼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금을 기준으로 더욱 더 세련된 영상을 가져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예 창의력을 발휘해 세련된 사이버펑크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또한 <카우보이 비밥>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오드아이를 표현하기 위한 렌즈를 CG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세심한 마감의 문제도 존재하고 전체적인 미감도 아름답지 않다.

연기 디렉의 문제인지 주연 배우 몇을 제외한 배우들의 발연기는 언어를 넘어서도 느껴질 정도다.

화면과 액션 역시 시원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은 디테일들을 아우를 수 있는 거대한 방향성이 있었다면 <카우보이 비밥>은 여전히 B급 영화로서 매력을 가졌을 것이다.

방향성 없이 B급을 표방하려다가 C급이 돼버린 <카우보이 비밥> 실사화에 아쉬움이 느껴질 뿐이다.

존조 주연 <카우보이 비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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