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애나 만들기>를 봐야하는 이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 <애나 만들기>
실화 기반, 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가짜 상속녀 이야기

초록생 승인 2022.03.08 12:03 의견 0
<애나 만들기>는 애나 델비의 실화에 기반했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초록생 2기 리뷰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가 2월 신작으로 공개됐다.

이 시리즈는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이 이야기가 지난 2017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존 인물 '애나 델비(소로킨)'의 실화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리즈를 더 흥미진진하게 보기 위해 화제의 실존 인물이었던 안나 델비(소로킨)에 대해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2013년 뉴욕의 사교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녀는 자칭 약 6,700만 달러(한화 약 787억 원)의 재산을 가진 독일인 상속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독일의 매우 부유한 집안의 딸로, 훗날 아버지로부터 위의 액수를 신탁자금으로 물려받을 거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그녀의 씀씀이를 보면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루 숙박비가 수백 달러(한화로 수십만 원)씩 하는 호텔에 돌아가며 주기적으로 숙박을 하는 모습과 명품으로 휘감은 패션 때문이었다.

호텔에서 보통 사람들이 1~2달러의 팁을 주는 반면 안나는 가벼운 심부름에도 100달러씩 팁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유러피언 악센트와 주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의 언변,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그녀를 '진짜 상속녀'라고 믿게끔 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허나 그녀에겐 원대한 꿈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안나 델비 재단 ADF(Anna Delvey Foundation)'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소호 하우스'와 같은 사교 클럽을 베이스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간에 VIP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공간.

거기에 현대미술품 전시를 곁들인 부자들만의 초호화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던 꿈이 있던 것이다.

문제는 그 꿈에서 시작된다.

그녀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주변 인맥들과 금융기관에 거짓을 늘어놓고 문서도 위조하는 등 크나큰 사기를 친 것이다.

사실 어디부터 사기라고 할 수 없이, 그녀의 미국에서의 인생은 모조리 거짓이다.

그녀는 러시아 태생으로 16세에 독일로 이민을 간 평범한 가정의 딸이었다.

이 모든 사기의 경위는 패션을 공부하던 그녀가 업계에서 VIP들의 일상을 접하며 그 세계를 동경해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이 발각돼 2017년 기소, 2019년 실형 선고, 2021년 가석방으로 현재는 독일로의 추방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위 내용이 드라마에 나오는 전부다.

그러므로 감상하기 전 필자의 관심사는, '이 실화를 어떻게 연출하고 연기했을 것인가?'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애나 만들기> (사진=넷플릭스).


이 이야기가 공개 전부터 주목을 받은 데에는 뉴욕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나 델비'의 이야기 때문도 있지만, 그 제작을 <그레이 아나토미>, <브리저튼>을 제작한 '숀다 라임스'가 맡았기 때문도 컸다.

이미 흥행작을 다수 배출한 제작자의 신작은 믿고 볼 이유가 된다.

<애나 만들기>를 기대하는 대다수는 아마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의 영향으로 기대치가 더 컸다고도 생각한다.

필자가 실제로 <애나 만들기> 시리즈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시리즈 속 주인공인 '애나 델비'를 연기한 줄리아 가너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꿰뚫어 보는 능력, 사진적 기억력, 뛰어난 언변, 미술적 감각 등에 대해 표현하는 연기는 애나 델비라는 인물의 타당성에 큰 힘을 실어줬다.

아무리 주인공이라 한들 범죄자라면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줄리아 가너의 연기가 타당성 있게 느껴질 때면 마치 실존 인물 안나 델비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느끼게 됐으니 말이다.

그녀가 돈이 없어서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없었을 뿐 어쩌면 그녀가 가진 능력은 천부적인 재능일 수도 있었다는 착각마저 든다.

극중 애나 델비의 재판을 우연히 알게 된 기자 비비안 켄트(애나 클럼스키 분)가 애나와 그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를 하며 취재하는 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애나만큼이나 비비안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비안은 과거 사실 검증을 정확히 않은 기사를 내보냈다는 오명으로 직업적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설상가상 비비안은 거의 만삭에 가까운 산모로, 기자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바로잡고 싶어 하는 야망을 실현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상태다.

그런 비비안이 출산 후 있을 커리어 단절의 불안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인상깊다.

출산을 앞둔 여성의 복잡한 심경에 대한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또 그녀를 돕는 '기베리아(늙은 기자들)'와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사내에서는 늙고, 획기적이지 못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로 취급받아 별칭으로 '기베리아'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그들이지만, 갖은 제약이 많은 비비안에게 그들만한 지원군은 없으니 말이다.

젊지 않은 세대를 모조리 싸잡아 '꼰대'라고 규정짓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체포되는 애나(사진=넷플릭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아쉬웠던 점도 많다.

우선 시리즈물의 경우 처음 1회의 전개와 분위기가 매우 중요한데, 이 시리즈는 1회가 매우 지지부진하다.

비비안이라는 기자가 애나 델비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이라는 형식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 반복적 설명이 많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회당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소비하기에는 다소 진행이 더디고 지루하다는 평이 있을 수밖에.

그리고 어떤 면에서 애나 델비의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고, 비비안의 설정은 과하게 주목하는 점이 아쉬웠다.

관객이 기대하는 바는 결국 애나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마침표를 찍느냐인데, 그 밖에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가지치기가 안된 느낌이다.

기자인 비비안이 애나의 사기 행각을 추적해가는 추리형식의 취한 만큼 러닝타임도 줄이고 긴박함을 잃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유로 작품의 호불호가 꽤 갈릴 것 같다.

돈이란 것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저런 거짓말에 속아?'라고 어떤 관객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설명하는 것이 나의 '내면'이나, '비전'이 아니고 내 배경과 돈'이 돼버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라도 돈으로 나를 속이려는 자에게 당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애나 만들기> 포스터(사진=넷플릭스).


◆ 이 시리즈를 추천한다면?

하나, 추리물 같은 전개를 좋아하는 그대!

둘, 일상이 아닌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그대!

셋,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패션을 즐기는 그대!

넷, 줄리아 가너의 연기를 사랑하는 그대!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마지막 회인 10회에서 이 드라마가 주는 에너지와 그 확장성을 폭발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 결말에 도달할 수 있길 바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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