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싱크홀이 돼버린 의심, 영화 <메기>

웨이브·넷플릭스: <메기>

서보원 승인 2022.03.08 11:41 | 최종 수정 2022.03.08 14:08 의견 0
윤영과 성원은 20대 청년 커플이다(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서보원 OTT 2기 리뷰어] 의심은 모든 관계에서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관계의 지속성이 달라진다.

이런 의심을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풀어쓴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다.

한국 독립영화계의 떠오르는 스타, 이옥섭 감독의 <메기>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은 남자친구 성원(구교환 분)과 동거를 하고 있다.

윤영의 병원에서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이 퍼지게 되는데 윤영은 이 사진이 성원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에 퇴사를 결정하지만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이 만류하며 사직서는 처리되지 않는다.

'엑스레이 사건' 이후 병원에는 윤영과 경진 외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는데, 이를 의아하게 여긴 경진은 윤영과 함께 직원들을 찾아 헤맨다.

한편 성원은 동현(던밀스 분), 강섭(박강섭 분)과 함께 뜬금 없이 생겨난 싱크홀을 메우는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성원은 윤영과의 커플링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윤영은 성원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고 성원은 동료 강섭이 훔쳐 간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사실 윤영이 진짜 궁금했던 건 성원의 엉덩이에 있는 'MOM' 문신이다.

그러다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인 지연(이주영 분)을 만나게 되는데 그로부터 성원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를 믿어야 할까, 의심이 도지던 와중에 성원은 실수로 윤영을 다치게 했고 둘 사이 마찰은 더 커져 결국 헤어지게 된다.

이별 후 윤영과 성원은 서로가 갖고 있는 의심을 확인하는, 마지막 만남을 가지는데 '여자를 때린 적 있냐'는 윤영의 물음에 성원은 맞다고 답한다.

바늘로 꾹 찌르듯 터져나온 의심이 진실이 된 순간, 성원은 싱크홀에 빠졌고 그런 그를 뒤로한 채 윤영은 떠났다

영화 제목이자 등장인물인 메기는 전지전능하고 진실하게 상황을 지켜본다(사진=다음영화).


◆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경쾌한 인권 영화

영화 <메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안을 받은 이옥섭 감독이 '믿음이 쌓이고, 깨지고, 또다시 조합되는' 과정을 담아낸 인권 영화다.

윤영과 성원은 청년들의 자화상이며 불법 촬영과 실업, 인간관계에서의 불신 등을 자연스럽게 견디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의심의 근원지를 생각해 보면 제법 불편한 현실이 드러난다.

엑스레이 사건만 봐도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는 관심이 없고 '누가 찍혔는지'에 주목한다.

또 성원의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의 고발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내용이었다.

의심의 씨앗은 점차 커지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물어보거나, 메기가 알려주거나 둘 중 하나다.

현실에서 후자는 불가능하니 직접 불편하게 대면해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2019년에 제작된 이 영화에선 믿음이 깨진 후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묘사하지만 현실은 대면조차 피하고 있으니 사실상 믿음은 재조립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성원처럼 싱크홀만 줄곧 파고 있을 수밖에.

영화 내내 드러나는 독특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미장센은 이옥섭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다(사진=다음영화).


◆ 쏟아지는 미장센과 다채로운 개성의 조화

영화 <메기>는 엉뚱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제목이 메기인 이유는 윤영과 성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보는 내레이션이 '메기'이기 때문이다.

메기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천재지변 싱크홀도 어렵지 않게 예견해냈다.

영화 속 메기는 의심의 반대인 신뢰를 상징하는 등장인물이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미장센은 메기뿐만이 아니다.

의심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에도 색감 넘치는 윤영의 방과 싱크홀로 대변되는 청년 실업과 일자리, 재개발 반대 평화 시위의 평화로운 장면 등 슬픈 건 슬프지 않게, 우스운 건 지나치게 웃기지 않게 표현했다.

독립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이제는 모두가 아는 이주영과 구교환의 조합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조·단역 인물들도 심상치 않으니 하나하나 주목하며 음미하길 바란다!

<메기>는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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