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마의 편집 없이 승부에 나선 <싱어게인2>

티빙·시즌: <싱어게인2>

김지수 승인 2022.02.23 13:27 의견 0

<싱어게인2> 포스터(사진=티빙).

[OTT뉴스=김지수 OTT 2기 리뷰어] 음악은 우리 일상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일의 효율을 올리고자 할 때 듣는 노래는 노동요가 되고, 리듬감이 살아있는 노래는 러닝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다.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 형태는 노동요다.

매일 새롭게 생기는 과제를 단숨에 해결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들이 있다.

이처럼 음악은 특정 상황과 잘 어울리며 노래만 들어도 그 상황을 떠오르게 하는 재주가 있다.

SBS <런닝맨>에서 박진감을 불어넣던 호랑이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김종국이 무섭게 달려 나가는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추노> OST인 Gloomy 30's - 바꿔 를 부르는 20호 가수(사진=티빙).

최근 유튜브 조회 수 30만, 100만, 500만을 연달아 달성하고 있는 <싱어게인2>는 우리의 추억 속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싱어게인2>는 앞서 말한 음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유튜브의 짧은 영상 속에선 <싱어게인2>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본 리뷰를 통해 악마의 편집을 택하지 않고 음악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싱어게인2>의 연출력을 함께 살펴보자.

◆ 이승기의 자리

예능 프로그램은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 잡기 십상인 곳이다.

웃긴 장면을 뽑아내야 하고, 웃긴 멘트를 순간적으로 던져야 하는 치열한 세계에서 출연자들은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비치기 위해 과장된 말과 행동을 하고, 그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리를 정확히 찾아 더 빛나게 된 예능인들도 존재한다.

MBC <라디오스타>의 안영미와 팟캐스트 대박 신화 <비보티비>의 송은이를 대표적인 예로 들고 싶다.

그리고 <싱어게인2>를 만나고서야 제자리를 잘 찾아갔다고 생각이 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승기다.

tvN <신서유기>부터 시작된 이승기의 깐족거림을 빛나게 해준 곳은 연예대상을 타게 해준 SBS <집사부일체>가 아닌, 바로 JTBC <싱어게인>이었다.

그의 짓궂지만 장난기 어린 표현력은 사부에게 배움을 얻는 <집사부일체>에선 다소 과장돼 보이고 불편했다.

하지만 무대를 보고 리액션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쓰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자신의 진행에 흡족함을 표현하는 이승기(사진=티빙).

그는 이제 <싱어게인>의 단독 MC로 당당히 자리를 잡아, 그의 강점인 리액션과 함께 노련한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이곳 <싱어게인>은 이승기가 있어야 할 적격의 자리다.

◆ 이제 '질책'의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싱어게인2>의 심사위원들은 '감탄'을 위해 모인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들의 심사평은 질책이 아닌, '당신의 이런 점이 너무 좋다'로 시작된다.

어두운 시기를 보낸 무명 가수들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의구심이 앞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음악적 확신이 간절한 34호 가수(사진=티빙).

하지만 이때 심사위원들은 '당신의 음악을 계속 듣고 싶어요'라는 'Again' 버튼을 박력 있게 누르며 그들의 의구심을 없애준다.

◆ <싱어게인2>엔 그 흔한 '신파'가 없다

무명 가수들이 주인공이 되는 <싱어게인>에는 종종 무거운 사연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51호 가수는 이런 말을 했다.

"주변 친구들이 한 명씩 TV에 나와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항상 부러웠는데, 더는 부럽지 않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이와 같은 지원 동기가 나올 때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그 친구들이 혹시 우리가 아는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등장할 것이다.

필자는 <싱어게인>에서도 저 부담스러운 질문이 나올 것만 같아, 순간 침을 꼴깍 삼켰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심사위원 규현은 "그 친구들이 51호님을 부러워할 만한 무대를 오늘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심사위원은 참가자의 주변 환경이 아니라 '무대'에만 열렬히 집중한다.

심사위원의 질문엔 개인적 호기심이 앞서지 않고, 적당한 무관심으로 감싸진 배려가 담겨있다.

이처럼 <싱어게인2>에는 시종일관 가수의 개인적 환경으로 빚어낸 신파가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싱어게인2> 심사위원들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자, 당신의 환경이 아닌, 무대를 보여주세요"

◆ 지원 동기를 꼭 물어보는 경연 프로그램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360명이 달리는 방향을 쫓아 경주하면 아무리 잘 뛰어도 1등부터 360등까지 있죠. 하지만 남들 뛴다고 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면 360명 모두가 1등 할 수 있어요. Only one,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싱어게인2>의 연출은 단 한 명의 1등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자신만의 개성으로 각자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며 1등을 하고 있는 모든 가수들을 빛나게 한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도 개성주의 시대에 맞춰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 1 우승자에게 빼앗긴 팬클럽 회장님을 다시 찾아오고자 지원한 가수부터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잃어버린 열정과 무모함을 되찾기 위해 등장한 지원자까지 출연 가수들의 지원 동기는 실로 다양하다.

가요계는 정글이고 자신은 정글 주변을 배회하는 초식동물 같지만 용기를 내기 위해, 40대의 여성 뮤지션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실패한 가수나 비운의 가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 출연한 가수까지 각양각색의 목적을 가진 지원자들이 등장한다.

지금껏 1등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경연 프로그램은 정든 출연자가 탈락하는 순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은 '안타까움'뿐이다.

하지만 <싱어게인2>는 출연진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했기에, 그들이 방송에 출연한 목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시청자는 자연스레 가수들의 미래를 함께 응원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출연 가수, MC 이승기, 심사위원까지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타인의 매력을 조명하는 데 능한 전문가인 동시에 다정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쉽고 자극적인 편집 방식을 이용해 없던 갈등도 끌어내는 악마의 편집을 <싱어게인> 제작진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았다.

제작진들의 따뜻한 노고가 돋보이는 JTBC <싱어게인2>는 티빙과 시즌(seezn)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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