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성인 블랙 코미디 <은밀한 회사원>

넷플릭스 오리지널: <은밀한 회사원>

김현하 승인 2022.02.16 11:33 | 최종 수정 2022.02.16 11:34 의견 0
<은밀한 회사원 타이틀(사진=넷플릭스).


[OTT뉴스=김현하 OTT 평론가] 인터넷 세계를 떠돌며 다들 다음과 같은 음모론을 몇 번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예인의 열애설은 국가 중요 정책 결정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터뜨린 것이다....

영상물에는 실은 지속적으로 특정 심볼이 등장하고 이는 사람들을 세뇌하기 위한 지하 조직의 소행이다....

백신 접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의 음모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은밀한 회사원>은 이런 음모론을 모두 반영한 성인용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세상에는 전 세계를 주무르고 조종하는 실세, '그림자 정부'가 있고, 주인공 레이건 리들리는 그림자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 '코그니토'의 팀장급 임원이다.

애니메이션은 이런 레이건과 레이건의 동료인 이른바 '갱'들, 같은 회사에서 사퇴당한 아버지, 그리고 새로 온 무급 인턴 브렛과 얽히면서 시작한다.

레이건과 레이건의 동료, 이른바 '갱단'(사진=넷플릭스).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흔한 편이다.

<릭 앤 모티>, <보잭홀스맨>, <사우스파크> 를 비롯, 태초에 <심슨>도 있었다.

위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음모론이나 그림자 정부 같은 소재가 단발성으로는 종종 쓰였다

의외인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총감독인 시온 타케우치가 이런 성인 애니메이션들의 제작진이 아닌 아동 애니메이션 <중력폭포>의 제작진이었다는 것 정도다.

때문에 작품 분위기에 참신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성인용 블랙 코미디 장르에서 요구하는 재미는 확실히 제공한다.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실존 인물에게 모욕을 주고, 캐릭터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며, 의외로 착실하게 회수되는 복선과 대중문화에 대한 패러디까지.

개인적으로는 시즌1 5화의 80년대 마을에 대한 에피소드가 이런 점을 가장 잘 다뤘다고 느꼈다.

인간 세상에 숨어살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파충류족(사진=IMDB).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의외인 점은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 정치적 올바름)적 요소였다.

성인 블랙코미디는 장르 특성상 수위 높은 '드립'을 치면서 정치적 올바름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작중 내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놓고 태클을 걸기도 한다.

<은밀한 회사원> 역시 자조적으로 도덕적인 요소에 대해 비웃는 말이 종종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PC'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작품의 팀 '갱'의 구성은 저절로 이 애니메이션을 어느 정도 건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 레이건은 미국·일본 혼혈 여성이다.

그리고 동시에 일종의아스퍼거 증후군을 겪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이기도 하다.

'갱단'의 다른 팀원 역시 무급 인턴 브렛을 제외하고는 여성이거나 동양인, 혹은 이종족으로 어느 정도 소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불건전한 이야기를 마구 내뱉어도 다른 작품들에서 같은 대사를 치는 괴팍한 백인 남성들 캐릭터보다 독특하고 참신해보이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또 주인공을 이렇게 구성함으로써, 전형적인 매드 싸이언티스트 아버지와 대립하는 이야기임에도 자신에게 가해진 가스라이팅을 극복하는 서사로 충분히 읽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에서 제일 묘한 지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부정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은밀한 회사원>을 보는 것은 어떨까?

<은밀한 회사원>은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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