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으로 묻히기엔 아쉬운 이유

웨이브 : <태종 이방원>

손여운 승인 2022.02.02 07:00 | 최종 수정 2022.04.05 15:43 의견 0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여말선초 시대를 새롭게 재조명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사진 KBS


[OTT뉴스=손여운 OTT 평론가]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말 학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논란은 지난달 17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태종 이방원 7화 이성계 낙마신 말, 살아있나요?'라는 청원 글이 등록된 후 불거졌다.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은 이후 19일 성명서를 제출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이 바닥에 넘어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1일 방송된 7회 속 이성계의 낙마 장면이다.

촬영 비하인드 영상에 의하면 촬영은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두고 방송사(KBS) 측과 동물권리보호 단체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섰다.

<태종 이방원>이 7회에 담긴 장면 때문에 말 학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 <태종 이방원> 캡처


동물권리보호 단체들은 이런 촬영 방식이 동물보호법에 위반되는 학대 행위라고 비판했다.

방송사는 해당 말이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방송사의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글은 21일 오후 2시까지 4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문제의 장면이 담긴 <태종 이방원> 7회는 웨이브에서 잠시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후에 낙마 장면을 제외한 편집본으로 다시 업로드됐다.

2주간 결방 결정에 더해 주인공인 주상욱(이방원 역)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시선을 끌고 있지만 <태종 이방원>의 존재 가치가 퇴색돼선 안 된다.

먼저 <태종 이방원>은 2016년 1월 전파를 탄 <장영실> 이후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부활한 KBS의 정통 사극이다.

이 작품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했다.

이방원에 대해선 드라마를 통해 여러 차례 다뤄진 적이 있어 이번 <태종 이방원>이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앞서 <정도전>에서 하륜 역을 연기한 배우 이광기는 <태종 이방원>에서 정도전 역을 맡았다. 사진 <태종 이방원> 캡처


<용의 눈물> <육룡이 나르샤> 등의 작품도 여말선초 시대를 다뤘다.

태종 이방원이 등장한 작품만 해도 <세종대왕>, <대왕 세종> 등 여러 편이 있다.

특히 KBS는 2014년 드라마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시기 정도전이 펼친 활약을 그렸다.

극 중 배우 유동근이 이성계를, 안재모가 이방원을 맡았다.

<정도전>에서 이방원이 죽음을 앞둔 강 씨(이일화 분)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태종 이방원>에서 주상욱과 예지원의 열연으로 재해석됐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도전>에서 공민왕을 연기한 김명수, 하륜 역의 이광기, 공양왕 역의 남성진은 <태종 이방원>에서 방과 역, 정도전 역, 하륜 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태종 이방원>은 올바른 리더상과 정권 교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둔 현 정권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KBS


<태종 이방원>을 가볍게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이방원 역에 주상욱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소 의아했다.

피비린내 나는 정치 싸움을 한 이방원과 로맨틱 남성상을 주로 연기해온 주상욱이 안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제작진이 둔 '신의 한 수'였다.

주상욱 표 이방원은 그간의 드라마들에서 다뤄왔던 이방원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냉혹하고 정치적인 인물로만 그려졌던 이방원은 정치보다는 가족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재조명됐다.

"가(家)를 넘어 국(國)으로, 국가(國家)를 다시 생각한다"라는 슬로건이 예고했듯, <태종 이방원>은 국가의 이야기와 집안의 이야기를 중첩시켰다.

이방원의 형제들이 비중있게 등장하고, 그의 부인 민 씨(박진희 분)의 현명함도 부각된다.

권력을 탐해 이방원과 갈등을 빚는 강 씨도 나름의 서사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태종 이방원>은 역사물을 가장한 가족극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 속 이방원은 무신이 주축인 이씨 가문의 유일한 문신으로, 이성계의 남다른 신뢰를 받아왔다.

그는 정몽주를 죽여 조선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고 왕위에 오른 후에는 왕권 강화를 통한 정국 안정을 꾀하며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현재 대선 정국의 화두는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이다.

국민이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무엇으로 생각할지가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하지 않을까.

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태종 이방원> ▶ 바로가기(웨이브)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7.8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