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진보화 OTT 2기 리뷰어] 넷플릭스 영화 <상상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는 이십 대 후반 남녀의 사랑을 코믹하고 사랑스럽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다.

제목만 보고는 상사와 부하가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두 명의 비서와 두 명의 상사가 나온다.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던 두 비서, 하퍼(조이 도이치 분)와 찰리(글렌 파월 분)가 업무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상사인 커스틴(루시 리우 분)과 릭(테이 딕스 분)을 엮어 사랑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에는 공식이 있다.

갈등과 위기를 겪는 이유는 달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이야기의 종착지에서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 영화는 이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은밀하게 다른 사람의 연애를 이뤄지게 하는 시라노 작전을 더해서 말이다.

대필 편지라든지 '시라노'는 사랑 이야기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다.

하퍼와 찰리가 커스틴과 릭을 사랑에 빠지게 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 중 엘리베이터를 멈춰 두 사람이 만나게 하거나, 야구장 키스 타임을 계획하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꽤 익숙한 장면이다.

상사의 취향을 완벽하게 알아 서로 전달한다거나 현재 감정 상태를 미리 알린다거나 하는 것도 다소 전형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신선했던 지점은 이 시라노 작전의 대상이 '상사'라는 것이다.

상사 둘을 이어주려는 이들의 행동이 터무니없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발칙해 기대감을 자아낸다.

하퍼와 찰리의 첫 만남 장면. 사진 넷플릭스 캡처

하퍼와 찰리는 같은 건물에서 일하며, 워커 홀릭 상사를 둔 비서다.

비슷한 상황의 두 사람이지만 가치관은 전혀 다르다.

하퍼는 이상주의자다.

자신의 상사인 커스틴을 존경하며 작가라는 꿈을 꾸고 있다.

반면 찰리는 현실주의자이며, 폭력적인 성향의 상사 릭을 싫어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그의 비서가 된다.

사랑과 연애는 두 사람이 시라노 작전을 실행한 동기가 된다.

워라밸이 웬 말이냐 연애와 확실한 거리 두기를 하고 살던 하퍼는 룸메이트 베카(메러디스 해그너 분)의 약혼으로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찰리는 모델 같은 여자친구가 있지만 바쁜 일정으로 데이트다운 데이트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조만간 이별을 통보받을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연애'라는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은 것이다.

작전은 성공하고,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은 연애 사업에 매진한다.

하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찰리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솔직한 하퍼의 밀땅 없는 직진 연애에 남자는 떠나가고,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만나며 "자기 오늘 너무 멋져"만을 남발하는 찰리는 자신이 완벽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연애를 하는 모습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

이쯤되면 당신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티격태격하며 붙어 다니던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왼쪽부터) 야구장에서 데이트하는 닉과 커스틴. 사진 넷플릭스

두 사람의 위기는 닉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극에 달하며 일어난다.

커스틴과 결혼하기로 한 닉은 찰리의 승진을 약속한다.

찰리는 그토록 바라던 승진의 기회를 갖게 되지만 닉이 전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승진을 포기할 수 없어 이를 하퍼에게 속인다.

이내 이 사실을 알게 된 하퍼는 찰리에게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하퍼는 커스틴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커스틴에게 진실을 고백한다.

해고당한 하퍼는 백수라 시간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글을 한 자도 쓰지 못한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무기력해 하던 하퍼는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며, 이상한 글이라도 써보라는 베카의 충고에 다시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한다.

찰리는 승진을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고, 하퍼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대화 한마디 없이 비싼 음식만 씹어대는 자신의 연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이별을 택한 찰리는 커스틴에게 달려가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결국 다 해고된다.

이내 커스틴이 하퍼의 빈자리를 느끼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지만 하퍼는 정말 자신이 작가가 되려면 글을 안 쓸 이유는 그만 만들어야 한다며 커스틴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양복을 벗은 찰리와 마주한다.

찰리는 말한다 이제 진짜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달았다고.

영화 내내 솔직하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하퍼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연기를 맡은 조이 도이치(하퍼 역)는 요즘 떠오르는 신예답게 집중하면 혀를 내미는 하퍼의 버릇까지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찌질한 것 같으면서도 일 잘하고, 유머감각 넘치는 찰리 또한 매력적이다.

축구 선수 메시를 닮아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서글서글한 글렌 파월(찰리 영 역)의 외모가 찰리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한몫한다.

베카의 파티에서 춤추는 하퍼와 찰리. 사진 넷플릭스

"you like because, and you love despite"
- 그래서 좋아하고, 그런데도 사랑하는 거야.

"You like someone because of all of their qualities and you love someone despite some of their qualities"
- 그 사람이 가진 자질 때문에 좋아하는 거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요.

영화 중간에 베카가 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이 영화를 꿰뚫는 주제다.

진짜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속아 상대의 단점도 장점 같아 보이던 시기를 지나야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또 받아들이고 감수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마지막에 두 사람은 서로의 단점을 남발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세레나데도 없고, 달콤한 말도 없는 이상한 사랑 고백이지만 그들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안정적인 직장을 저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두 주인공.

몇 달쯤 지나 통장 잔고를 확인했을 때 그들은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누구에게나 후회도 변명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퍼에게도 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 것이 아닐까.

연초가 되면 우리는 항상 그랬듯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기대보다 걱정과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들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꿈틀꿈틀 설레기 시작한다.

연애도 커리어도 다 잘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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