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만달로리안>이 쏘아 올린 '스타워즈'의 새로운 희망

구작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엿보여
팬들이 원하던 '우주 서부극' 그 자체
후속 시리즈 <북 오브 보바펫>, <오비완 케노비> 줄줄이 예정

편슬기 승인 2022.01.25 11:07 | 최종 수정 2022.01.25 12:38 의견 0
<만달로리안>의 딘 자린(사진=디즈니플러스).

※본 리뷰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창대했던 시작과 달리 미약한 종지부를 찍은 <스타워즈> 시퀄(후속) 3부작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상흔을 남겼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셜록> 등 수많은 팬들과 후속작을 낳은 명작들은 대개 '책'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영화'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다. 그만큼 공식 영화가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력과 존재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의미를 가진 시퀄 영화가 팬들 사이에서 사실상 '개봉한 적 없는 작품' 취급을 받으니 수십 년간 대를 이어온 견고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의 와이드 포스터(사진=디즈니).

■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빙하기

시퀄의 첫 편인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는 제작비 2억 4,500만 달러, 최종 수익 20억 6,822만 달러로 역사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베일에 싸인 주인공 '레이'와 스톰 트루퍼 탈영병인 '핀', 신 공화국 에이스 파일럿 '포 다메론'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스타워즈 8: 라스트 제다이>가 팬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제작비 3억 1,700만 달러에 최종 수익 6억 2,018만 달러에 그쳤고, 마지막 편인 <스타워즈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제작비 3억 달러, 최종 수익 4억 6,009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야말로 처참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이후 디즈니는 등 돌린 팬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클래식(4, 5, 6편) 3인방 중 한솔로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담은 <한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야심 차게 선보였으나 제작비 2억 7,500만 달러 최종 수익 3억 9,292만 달러라는 스타워즈 역사상 명함도 내밀지 못할 초라한 수준에 그쳤다.

차례로 <레지스탕스>, <배드 배치> 애니메이션이 제작, 공개됐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를 구원할 <만달로리안>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기까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혹독한 빙하기를 겪어야만 했다.

<만달로리안> 스틸컷(사진=디즈니플러스).

■ 부모 잃은 고아, 만달로어인 '현상금 사냥꾼'으로

<만달로리안>의 주인공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 분)'은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만달로어인이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는 그는 뛰어난 전투기술과 깔끔한 일처리로 업계에서 소문난 실력자다. 그러던 어느 날 현상금 사냥꾼 길드로부터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임무를 수락하며 그의 인생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한다.

임무를 통해 만나게 된 아기 '그로구'에게 알 수 없는 운명적 이끌림을 느끼고.. 둘은 함께 생활하게 되며 딘 자린은 냉혈한 현상금 사냥꾼에서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갖춰나가며 성장한다.

그렇게 시즌 1과 2를 거친 <만달로리안>은 팬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인정받으며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다시 흥행 궤도에 복귀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로구(사진=디즈니플러스).

■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 서부극' 장르의 귀환

드라마 <만달로리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스타워즈>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에 '서부극'을 표방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SF 범주에 속하는 하위 장르로,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전쟁을 다루는 이야기를 뜻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정의하는 장르적 특성을 <만달로리안> 작품에서 충실하게 되살리며 팬들이 열광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특히 <스타워즈>에서 인기 있었던 현상금 사냥꾼 '보바펫'과 마찬가지로 같은 만달로어인이란 점에 딘 자린 캐릭터에 호감이 더해졌고 베스카 갑옷, 블라스터 피스톨로 적을 처단하고 곤경에 처한 이들을 구해주는 모습이 전형적인 서부극, 영웅 서사를 연상시키며 성공 요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만달로리안> 낯익은 거리(사진=디즈니플러스).

■신작과 구작의 조화로 '향수'와 '재미' 동시에

작 중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여러 행성들 중 클래식과 <스타워즈 1, 2, 3> '프리퀄(원작의 앞선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 편에서 등장했던 행성과 인물들이 등장하며 기존 팬들에게 환영받았다.

아기 '그로구'의 종족이 '클래식'과 '프리퀄' 작품에서 등장했던 마스터 요다와 같은 종족이라는 점과 구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몬 칼라마리, 트월렉, 자와, 터스켄 등 낯익은 종족이 등장한다.

또한, 스타워즈 사가의 주인공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나고 자란 고향 '타투인' 행성이 종종 비춰진다. 타투인의 수도 '모스 에스파' 거리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쓰인 세트가 그대로 사용돼 "어? 여기?"했다면 "어! 여기!" 맞다.

레아 오르가나 공주가 자란 '얼데란' 행성이나 구공화국 시절의 수도였던 '코러산트' 행성도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등 구작의 단편을 찾아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요소가 팬들에게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긴다.

그렇다고 해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이 소외되는가 물어본다면 단언컨대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만달로리안>이란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되 알면 재밌지만 몰라도 그만인 정도로 구작의 요소를 배치해 비중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췄다.

<만달로리안> 시즌 2 8화 중(사진=디즈니플러스).

■ 원작과 캐릭터에 대한 존중 엿보여

시퀄 작품이 팬들의 지탄을 받았던 이유로 '개연성 부족', '중구난방 스토리', '설정 붕괴' 등등 하나하나 짚자면 많은 요소들을 꼽을 수 있지만 그중 '구작'에 대한 '존중 부재'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소로 지적됐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에선 이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라도 하듯, 간접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전작에서의 잘못을 사죄한다.

고아였던 딘 자린이 같은 입장의 고아 그로구를 만나 부자간의 강한 유대를 갖게 되는 모습에서 팬들은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여행자의 외투를 벗긴 것은 끝내 따스한 햇살이었듯, 다스베이더를 구원했던 건 그의 선함을 끝까지 믿었던 아들이었다.

만달로어인의 규율에 따라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았던 딘 자린을 떠올려보라,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그로구 앞에서 스스로 헬멧을 벗는 모습은 <스타워즈 6: 제다이의 귀환>에서 다스베이더가 마스크를 벗는 모습과 겹쳐진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스승으로 두었던 아소카 타노마저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그로구를 루크 스카이워커는 받아들였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는 맹세도 함께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새로운 희망' 루크 스카이워커다.

<오비완 케노비> (사진=디즈니).

■ 새로운 <스타워즈> 기대감 증폭

<만달로리안>의 후속작 <북 오브 보바펫>을 비롯해 제작 내지는 방영을 앞둔 <스타워즈>의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가 특히 그렇다.

제국과 다스베이더를 피해 사막 행성 타투인에 은거하며 지낸 '오비완 케노비'의 이야기를 팬들은 누구보다 궁금해하고, 기다려 왔다. 배우 유안 맥그리거가 '오비완 케노비' 역으로,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다스베이더' 역으로 돌아온다. 무려 17년 만의 귀환이다.

희망을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을 담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활약한 카시안 안도르의 이야기를 담은 <안도르>와 <만달로리안>의 또 다른 후속작 <아소카> 역시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야말로 <만달로리안>의 성공이 쏘아 올린 '새로운 희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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