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최대건 OTT 1기 평론가] 전 세계인은 어느새 3년째 팬데믹의 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쯤 온전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나날을 모두가 견뎌내고 있는 팬데믹 시대, 재난은 우리 곁에서 멀지 않을 수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여실히 실감하는 중이다.
거짓말 같은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재난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 전 지구적 재앙 속 동상이몽, <돈 룩 업>
지구에 혜성이 떨어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질문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는 우연히 새로운 궤도의 혜성을 발견한다.
기념비적인 발견이라고 생각한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축하를 건네며 소박하지만 흥겨운 파티를 열어준다.
마냥 즐거운 기분으로 혜성 발견을 축하하던 중 민디 박사는 학부생들의 질문에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99%에 수렴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즉각 백악관에 알리지만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 분)은 어딘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을 백악관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디비아스키와 민디 박사는 언론사에도 알리고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상황을 알리려 고군분투하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혜성 충돌까지는 단 6개월의 시간만이 남았을 뿐이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디비아스키와 민디 박사는 이 끔찍한 상황을 이겨내고 지구를 혜성 충돌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 요소를 가미한 정치 풍자 소동극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블랙코미디 장르의 재난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공개 전부터 이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 등 신구 대표 배우들의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화려한 라인업에 걸맞는 범지구적인 스케일의 주제를 다루며 같은 재난을 두고 각자가 가진 이념적, 정치적, 직업적 시선에 따라 같은 재난도 얼마나 다르게 볼 수 있는지를 그려냈다.
여기에 미디어에 대한 조롱과 풍자도 적절히 버무려냈다.
극장과 OTT 동시 공개 전략을 취한 <돈 룩 업>은 공개 이후 꾸준히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는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특성과 블랙 코미디를 뛰어넘는 '시니컬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 소시민들의 부동산 재난 오딧세이, <싱크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빌라 한 채가 통째로 땅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거짓말 같지만, 현실에서도 발생할 법한 이야기다.
어렵사리 신축빌라에 입성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 분)은 이사 온 첫날부터 이웃 만수(차승원 분)와 이래저래 악연으로 얽히게 된다.
각각 501호와 402호로 위아래 층에 살면서 자주 부딪치게 된 동원과 만수는 서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어느 날 회사 동료들과 집들이를 하게 된 동원은 우연히 대리 기사로 일하는 만수와 마주치게 되고, 만수의 영업을 의도치 않게 방해하면서 또다시 악연을 쌓는다.
그런 만수와 동원이지만 둘 다 빌라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그러다 집들이 다음 날 갑자기 빌라 주변 지반이 가라앉으며 순식간에 빌라와 빌라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대형 싱크홀에 빠져 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빌라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동원과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승현(이광수 분)과 은주(김혜준 분), 만수와 그의 아들인 승태(남다름 분) 등이었다.
저마다 반드시 살아서 올라가야 할 절박한 이유를 간직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모두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일명 '차승원 표' 코미디의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이면서 묘하게 그 궤도를 달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를 다뤘으며, 한 대형 싱크홀 사고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됐다고 알려졌다.
주연을 맡은 차승원 뿐 아니라 김성균, 이광수, 남다름, 김혜준 등 각 배우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뤄 공개 이후 꾸준히 콘텐츠 순위에 올라와 있는 중이다.
특히나 영화의 백미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오고 가는 특유의 현실적인 대사들에 있다.
위기 상황 속 어떤 대처를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캐릭터들 간에 주고받는 대사들이 지극히 상식적이며 협력적인데, 이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실제 위기 상황 속에서 나도 저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은 극사실적인 대사들이 중요한 타이밍마다 번뜩이며 등장한다.
하지만 중반 이후 영화가 맥락을 잡지 못해 재난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의견들이 꽤 보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코미디 요소와 한국 특유의 부동산 경제 시장에 대한 풍자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는 만큼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달하는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 잠들지 못하는 인류를 잠들게 하라, <어웨이크>
어느 날 인류가 잠들 수 없게 된다면?
<어웨이크>는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한부모 가정의 엄마 질(지나 로드리게스 분)은 아들 노아(루시우스 호요스 분)와 딸 마틸다(아리아나 그린블랫 분)를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가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강에 빠진다.
구사일생으로 모두 무사히 탈출하지만, 그날 이후 세상은 어딘가 변해버린다.
바로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 인류가 판단력이 흐려지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뿐만 아닐 육체적 한계에 이르게 되면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수면 장애를 겪게 되는데, 그 속에서 마틸다만이 잠을 잘 수 있다는 이유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의 표적이 된다.
질은 딸 마틸다를 혼돈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어웨이크>는 아이디어와 플롯만 놓고 보면 꽤 근사한 영화이다.
다만 한 영화에 재앙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성의 상실, 가족애, 암울한 아포칼립스 분위기 등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그 무엇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설정의 독특한 재난 영화라고 평가할 만하다.
소개된 영화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돈 룩 업> ▶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웨이크> ▶ 바로가기
넷플릭스 <싱크홀>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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