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 새로운 서부극이 등장하다
황야에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래바람이 일고 중절모를 쓴 카우보이가 멀리서 등장한다.
터벅터벅 걸어오던 카우보이는 자신을 향한 주변의 살기를 알아차린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는 '휘리릭' 총을 한 바퀴 돌려 잡곤 악당들이 숨은 곳에 발사한다.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악당들을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카우보이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유유히 석양을 향해 떠난다.
위에 서술한 이야기는 황야의 마을을 지키는 영웅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서부극의 기본 플롯이다.
서부극은 할리우드에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장르로, 할리우드의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서부극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최근의 서부극은 기존의 서부극과 어떤 차별점을 두었을까?
서부극에 변주를 더한 영화<더 하더 데이 폴>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소개한다.
◆ 검은 카우보이의 등장, <더 하더 데이 폴>
<더 하더 데이 폴>은 기존 서부극이 벗어나지 못하던 백인 남성 중심에 서사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본 영화의 주인공인 냇 러브(조나단 메이저스 분)는 놀랍게도 흑인이다.
주인공의 달라진 피부색만으로도 눈길을 끌 테지만, <더 하더 데이 폴>은 또 다른 차별점을 만들었다.
서부극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OST를 등장시키는데, 바로 흑인음악으로 대표되는 힙합, R&B, 재즈 등이다.
영화를 보려 했더니 리듬을 타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색다른 등장인물과 OST가 등장하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세련된 연출까지 더했다.
그야말로 할리우드의 사극을 '힙하게' 만든 셈이다.
다만 스토리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한 복수라는 닳을 대로 닳아버린 소재를 사용한 점부터 크게 아쉬웠다.
물론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결말 부에 큰 반전을 줬다.
하지만 'K-출생의 비밀'과 'K-막장드라마'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결말부의 반전이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서부극도 힙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더 하더 데이 폴>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어딘가 익숙한 카우보이의 등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감독의 영화<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도 색다른 카우보이가 등장한다.
서부극이지만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하는 <놈놈놈> 속 카우보이들은 모두 동양인이다.
<더 하더 데이 폴>처럼 주인공을 동양인으로 설정한 것 외에 또 다른 차별점을 두었는데, 바로 주인공의 성격이다.
<놈놈놈>의 주인공인 윤태구(송강호 분)는 지금까지의 서부극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서부극의 주인공이 멋진 중절모와 망토를 쓴 채 날아오는 총알도 피하는 초능력을 보여줬다면,
윤태구는 방한복과 군밤 장수 모자를 쓴 채 날아오는 총알을 막고자 잠수부 헬멧을 뒤집어쓴다.
그는 잘생기지도 않고, 매번 우스운 소리만 해대는데, 하필이면 조연이 카리스마 넘치는 박도원(정우성 분)과 박창이(이병헌 분)이다.
온갖 멋진 대사와 액션은 조연들이 차지하니 도저히 주인공 체면이 서질 않는다.
누가 봐도 멋진 역할인 '좋은 놈', '나쁜 놈'은 조연들이 다 차지하고 주인공은 '이상한 놈'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상한 놈'인 윤태구는 지금껏 서부극에서 볼 수 없던 카우보이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과 동료들을 끔찍이 챙기고, 아편굴에 감금된 아이들을 탈출하는 등 악당과 싸워 죽이기보단,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서부극에서 마초적인 독고다이형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놈놈놈>은 주변인들을 챙기고 소통하는 소시민형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피부색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색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형 서부극 <놈놈놈>은 왓챠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존 서부극의 클리셰에서 벗어난 새로운 서부영화 두 편을 소개했다.
둘 다 백인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더 하더 데이 폴>은 흑인 음악의 OST와 세련된 연출로 '힙함'을 강조했고, <놈놈놈>은 서부극의 마초형 카우보이 캐릭터를 거꾸로 뒤집었다.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서는 어떤 매력을 가진 카우보이들이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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