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도, 곱하기도 아닌 마이너스 - <랑종>

시즌: <랑종>

김현하 승인 2021.11.02 08:00 | 최종 수정 2021.12.05 16:43 의견 0
랑종 공식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김현하 OTT 1기 리뷰어] 극장 개봉 전부터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랑종>.

<곡성>, <추격자>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과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합작으로 예고편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샀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더불어 나는 두 감독에게 (일방향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곡성>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라 하면 열 손가락 안에 반드시 꼽는 작품이었고, <셔터>는 가장 무서워한 공포영화 중 하나이다.

이런 둘의 합작이라니.

당연히 <곡성>에서 나홍진이 묻던 메시지와 <셔터>에서 반종의 그로테스크한 비쥬얼이 결합된 영화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나홍진의 공포도와 반종의 느린 전개 흐름이 섞여버렸다는 생각 뿐이었다.

엔딩에서의 밍. 사진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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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이 뚜껑이 열리기 전에 공포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격한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두 감독의 이름값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두 감독의 합작을 마냥 좋아하기 전에 이 점을 생각해봤었어야 했다.

두 사람의 대표작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공포 포인트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곡성>은 일상에서 계속 불신의 떡밥을 뿌려놓으면서 전개 과정에서 코즈믹 호러적 공포를 주고 <셔터>는 초중반의 진상을 알아갈 때는 전형적인 추리물의 형태를 띄면서 절정 파트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즉, 지속적인 공포와 한 번에 몰아치는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또다시 '공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반종 감독은 공포가 목적인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중간 전개과정이 잔잔하고 느리더라도 한 번의 시그니처 장면이 있다면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엄밀히 말해서는 공포는 자신이 얘기하고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대놓고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 자체는 적은 편이다.

그리하여 나홍진의 각본과 반종 감독의 촬영이 합쳐진 <랑종>은 무서운 장면이 없으면서 전개가 느린 작품이 되어버렸다.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 중에서 핵심 주연 중 한 명인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이 신병에 고생하는 것만이 한 시간이 넘는다.

반복되는 전형적인 신병 장면이 지난 후, 나홍진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슬슬 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의 떡밥은 지금부터 한 시간 전에 투척된 것으로 다시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천천히 쌓아온 전개를 폭발시키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시사회 직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던 '기절했다' 라든가 '심장을 떨어지게 한다'한다던 루머와 너무 거리가 멀다.

모큐멘터리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도 않으면서 스케어 점프로 놀라게 할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카메라씬과 루머와 다른 일반적인 폭주만이 있을 뿐이었다.

줄초상을 치르는 '아싼티야' 가문과 '통와라' 가문. 사진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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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이 평소에 중점을 두는 연출은 이렇게 서로에게 중화돼버렸다.

하지만 두 감독의 서사 전개 차이와 달리 연출의 차이는 양립 불가는 아니다.

하지만 두 감독이 추구하는 서사는 거의 정반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랑종>을 본래 <곡성>에 나오는 무당 일광(황정민 분)의 본편 전의 일대기를 그리는 프리퀄 영화로 찍으려 계획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랑종>에는 <곡성>과 이어지는 주제의식이 존재한다.

바로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다.

밍과 함께 이 영화의 다른 중축을 담당하는 님(싸와니 우툼마 분)은 바얀 신이라는 토착신을 섬기는 무당이다.

님의 바얀 신에 대한 믿음은 초반에는 굳건하였으나, 자신의 언니가 본래 가업을 이어야하는 운명을 넘겼다는 것을 밍에게 빙의된 악령에게 들은 이후로 의심과 시험에 들게 된다.

그런 님의 흔들림은 영화 중후반부, 바얀 신의 석상이 부숴지면서 최고조로 치닫고, 결국 님이 죽으면서 관객들은 마찬가지로 의심에 빠지게 된다.

신과 종교가 주장하는 권선징악과 신의 가호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누군가가 고통을 받는 것에는 그에 맞는 필연적인 이유가 존재하는가?

이런 물음과 함께 영화 한 쪽에는 반종 감독의 뚜렷한 권선징악 서사가 존재한다.

반종 감독의 영화에서 귀신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은 결말부에서 실은 귀신의 원한을 살 만한 확실한 악인임이 밝혀진다.

이 영화에서는 밍의 친가 쪽이 이에 해당한다.

밍의 조부는 보험금을 노리고 사람들을 학살한 악한으로, 유가족들의 원한을 산 것이다.

결말에 이 모든 일이 밍의 친가인 '아산티야' 가문을 유가족들이 저주하여 일어난 것임이 밝혀지고 나서 바로 이에 이어 바얀신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고백하는 님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회의와 의심에 대하여 말하는 나홍진과 확실한 권선징악과 한을 얘기하는 반종의 합작은 유가족의 저주를 받은 아산티야와 무당의 운명을 이어받은 통와라 가문의 합작인 밍, 그 자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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