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최대건 OTT 평론가] 어느샌가부터 'F등급', 일명 여성주도형 영화들이 한국에서도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자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나 여성 단독주연 영화의 경우, 그 흥행성까지 담보하는 사례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김아중 배우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 강소라ㆍ심은경 배우를 앞세운 영화 <써니> 등 한국영화 역대 흥행기록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작품들도 여럿 존재한다.
박찬욱 감독의 경우, 아내와 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여성 캐릭터 위주의 영화를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봉준호 감독 역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부터 <옥자>, <마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서사를 내세운 작품들을 연출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남성 위주의 연기 영역이었던 액션 장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배우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기에, 과감히 미지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그녀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 팜므파탈의 불륜녀에서 언더커버까지, <마이네임>의 한소희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팜므파탈의 불륜녀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온갖 욕을 먹어야 했던 그 여자가 맞나 싶다.
<마이네임>에서의 한소희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잡기 위해 복수심에 불타는 마약 조직의 언더커버 윤지우 역으로 분한다.
아버지 윤동훈(윤경호 분)은 마약 조직 동천파의 조직원으로, 범죄혐의로 인해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이다.
동훈을 잡기 위해 경찰은 24시간 지우를 밀착 감시하게 되고, 지우의 생일날 불현듯 집에 찾아온 동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지우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박희순 분)에게 복수의 의지를 표출하고, 이를 무시하던 무진은 결국 지우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느와르 장르의 수순을 밟는다.
복수를 위해 인간병기로 길러진 지우와 지우를 이용해 자신의 조직을 굳건히 하려는 무진, 여기에 얽혀 지우를 돕는 전필도(안보현 분) 형사에 이르기까지 느와르 장르에 필요한 캐릭터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부분에서 그 형식을 충실히 하는 편이다.
색다를 것 없는 장르적 공식을 따르는 작품 내에서 모든 포커스는 한소희의 액션 연기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한소희는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지닌 액션 시퀀스를 소화해 냄으로써 기대에 부합했다.
본인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액셔니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할리우드가 감탄한 그녀, <악녀>의 김옥빈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뜻하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존 윅 3:파라벨룸>에서 <악녀>의 오토바이 액션 신을 오마쥬 할 정도의 강렬함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1인칭 및 다양한 앵글의 액션신 촬영의 정수를 보여주며 지금까지도 회자 될 정도의 명성을 남겼다.
아버지(박철민 분)와 단둘이 살던 어린 김숙희(민예지 분)는 보석을 노린 강도에 의해서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강도에게 잡힌 숙희는 인신매매로 팔릴 위험에 처하지만, 이중상(신하균 분)에게 구출되어 킬러로 길러진다.
성인이 된 숙희(김옥빈 분)는 스승이자 은인인 중상을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신혼 첫날 중상이 살해당하고 복수심에 눈이 먼 숙희는 70명에 이르는 조직원들을 혼자서 몰살시킨다.
이 일로 경찰에게 체포된 숙희는 처벌 대신 국가정보원의 비밀조직에 들어가게 된다.
국가의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숙희는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싸운다.
영화는 숙희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복수에 이르기까지의 상당히 오랜 시간을 압축해내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숙희가 어떻게 최강의 킬러로 거듭나는지 세세한 서사를 생략한 채 인물 간의 대략적인 관계와 설정만을 비춰준다.
그러다 보니 급박히 돌아가는 영화의 전체적인 감정선과 톤을 관객은 따라가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부분을 포기한 목적은 분명하다.
생략하고 비워버린 서사에 오롯이 액션 시퀀스들을 채워 넣기 위함이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 평할 만하다.
비록 커다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액션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고 평가할 만한 혁신적인 액션 시퀀스들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김옥빈이 자리한다.
◆ 다크히어로로 떠오른 라이징 스타, <마녀>의 김다미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초인물 장르의 영화이다.
어린 시절 비밀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에 의해 초인으로 길러진 자윤(김다미 분)은 어느 날 연구소에서의 탈출을 감행하게 되고 이에 성공하게 된다.
도망치던 중 우연히 외딴 목장에 도착하게 된 자윤은 구 선생 부부(최정우ㆍ오미희 분)에게 발견되어 그들의 손에 딸 구자윤으로서 길러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자윤은 친구 도명희(고민시 분)와 함께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이를 통해 자윤이 도망친 실험체임을 눈치챈 비밀연구소의 관리자 닥터 백(조민수 분)에 의해 표적이 되고, 또 다른 실험체 출신의 용병 대장 미스터 최(박희순 분)에게 생포해 오라는 임무를 맡긴다.
여기에 더해 자신과 같이 실험체로 길러진 귀공자(최우식 분)ㆍ긴머리(정다은 분) 등 또 다른 능력자들에게도 쫓기게 되는 신세가 된 자윤은 결국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발로 다시 비밀연구소로 향한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닥터 백의 계획을 알게 된 자윤은 마지막 혈전을 준비한다.
미스터리 액션 장르로 개봉한 영화 <마녀>는 젊은 층에게 독특한 장르적 설정ㆍ캐릭터 성을 어필하면서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였다.
순수 국내 자본으로만 제작되기 힘든 여성 단독주연의 SF 액션 영화로 기획되어서인지 제작비 대부분을 외국 자본으로 충당하였다.
그만큼 신선도와 흥미로운 설정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약간은 아쉬운 액션 분량과 미장센의 조화 등에서 혹평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주연을 맡은 김다미의 개성적인 마스크와 연기가 관객의 티켓팅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한방으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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