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 한낮의 공포, <미드소마>
빛나는 태양 아래 탁 트인 들판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미드소마>를 보고 나면 불쾌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혀 영화 속 장면을 쉽게 잊을 수 없다.
대니(플로렌스 퓨 분)와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스웨덴에서 열리는 가장 큰 하지 축제로 떠난다.
흰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마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고 대니와 친구들 역시 마을의 문화를 조금씩 배워간다.
하지만 어긋난 두 연인 관계는 이곳에서 종말을 맞는다.
가족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대니는 크리스티안에게 집착하고, 대니 보다 학문과 우정을 우선시하는 크리스티안은 결국 틀어지고 만다.
축제의 여왕으로 선발된 대니는 크리스티안의 외도를 목격하곤 결국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마을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왔던 대니와 친구들은 단 한 명도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만다.
호르가 마을의 풍습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데, 특히 72세 이후의 사람들은 극단적이고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만 한다.
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통을 행하는 모습이 연속적으로 펼쳐지지만, 이를 당연한 듯이 행하는 호르가 마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처럼 느껴진다.
환한 대낮의 <미드소마>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기분 나쁠 정도로 이질적인 마을의 가치관과 전통을 적나라하고 촘촘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 에덴 고시원의 비밀, <타인은 지옥이다>
고시원에서 살아본 지인들은 고시원 생활에 대해 하나같이 '최악'이라 평가한다.
다리를 쭉 펼 수도 없는 좁은 방 한 칸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거니와 방음이 되지 않아 전화 통화를 비롯한 개인 생활마저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시원 생활이 진짜 힘든 이유는 잘 알지 못하는 타인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인의 경험담을 나열하자면, 화장실의 개인용 샴푸를 마음대로 쓰고, 잠시 외출한 사이에 방에 들어왔다 나간 흔적을 남기고, 주의를 줬음에도 반복적으로 소음을 내는 고시원 사람이 있다고 한다.
보증금이 없고 저렴하단 이유로 당장 목돈이 없는 사람들이 주거지로 찾는 공간이지만, 최소한의 생활 공간과 보안만 보장하는 고시원 생활은 열악하다 칭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 종우(임시완 분)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고 거주할 집을 찾는다.
에덴 고시원을 찾은 종우는 낡은 건물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방세가 저렴하단 이유로 이곳에 묵기로 한다.
하지만 고시원에 묵는 다른 사람들은 왠지 모를 거리감과 불쾌감을 내뿜는다.
낯설고 이상한 고시원 생활이 길어지며 종우는 불안감에 미쳐간다.
사실 에덴 고시원에는 끔찍한 비밀이 있었다.
치과 의사인 서문조(이동욱 분)가 고시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에덴 고시원의 거주자들은 모두 서문조의 지시에 따르는 공범자들이었다.
과연 종우는 에덴 고시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하숙집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는 이유,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 암바르(크리스티나 로드로 분)는 방세를 아끼기 위해 낡은 하숙집에 계약한다.
하지만 밤마다 반복되는 이상한 꿈, 집안 어디선가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 곳곳에 놓인 수상한 물건들을 발견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수상한 하숙집을 나가기로 하지만, 선불로 지급한 한 달 치 방세를 돌려받기 위해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간 암바르는 결국 하숙집 주인 형제에게 붙잡힌다.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주인 형제는 하숙집의 여성들을 제물로 바쳐왔었고 암바르 역시 제물이 될 예정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미지의 괴물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기괴하고 독특한 겉모습을 가져 크리처물을 즐겨본다면 좋아할 것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괴물에게 벗어난 암바르는 마지막 15분 동안 주인 형제와 대적하며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암바르가 하숙집을 나설지, 아니면 형제의 뒤를 잇게 될지는 관객의 상상에 달렸다.
필자의 감상으로는, 암바르가 형제의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밀입국자이기에 양질의 일자리마저 구하기 쉽지 않거니와 믿었던 직장동료에게 거액을 사기당하는 등 그녀가 살아갈 세상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이들에게 더욱 험난한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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