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홍지후 OTT 1기 리뷰어] 이 드라마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증언, 경찰의 보고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범인을 찾는 식의 스릴러물은 아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필두로 몬터레이 오총사 - 셀라스트(니콜 키드먼), 제인(쉐일린 우들리), 매달린(리즈 위더스푼), 보니(조이 크래비츠), 레네타(로라 던) - 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흘러간다.
'누가'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이 드라마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누가'보다는 '왜'에 더 큰 비중을 둔다.
◆ 작은 거짓말
세상에 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살다 보면 가끔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거짓말은 거짓으로 꾸며낸 말일 뿐 아니라,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빅 리틀 라이즈>의 셀라스트는 남편 페리(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가정 폭력으로 힘들어하지만 아무한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거짓말이 셀라스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셀라스트는 두 아들이 있는 가족을 지키고 싶어서, 남편의 명예를 깎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종종 우리도 이런 거짓말을 강요당한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했지만, 침묵을 강요당하는 상황 말이다.
폭력은 일상 속에 다양한 형태로 깊이 잠식해있다.
그런 폭력을 당했을 때 우리는 선뜻 외부에 그 사실을 알릴 수 없다.
아직 우리 사회는 폭력을 한 사람보다 폭력을 당한 사람을 질책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어난 공군 이 중사 사건을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게 폭력과 피해자를 감추는지 알 수 있다.
공군 이 중사는 상관에게 폭력을 당하고 매뉴얼에 따라 바로 신고를 했다.
그럼에도 군과 국가는 그녀를 위한 어떠한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가해자와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을 숨기라는 '거짓말'을 강요받았을 뿐이다.
드라마가 현실적인 이유는 과감한 대사, 배우들의 호연, 적재적소의 음악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셀라스트와친구들이 처한 상황이 지금, 여기, 우리가 처한 상황과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이다.
셀라스트가 자발적으로 거짓말을 했더라도 그 거짓말이 자신을 위한 게 아닌 것처럼, 공군 이 중사도 그녀 자신이 아닌 견고한 조직을 보전하기 위한 거짓말을 강요당했다.
이 거짓말들은 절대 작지 않아서, 더 큰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 큰 거짓말
점점 남편의 폭력에 지쳐간 셀라스트는 페리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페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셀라스트와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셀라스트를 폭행한다.
셀라스트를 때리는 그를 막으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직감한 셀라스트의 친구 보니는 페리를 그만 계단 아래로 밀어버린다.
그 상황에 있던 사람은 오직 몬터레이 오 총사뿐이다.
그녀들은 이 상황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보니는 왜 페리를 밀었을까?
보니는 셀라스트와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페리를 민 이유는, 셀라스트를 폭행하는 페리를 멈추고 싶어서였다.
왜 몬터레이 오총사는 보니를 숨겨줬을까?
그녀들은 모두 지금 약자에게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폭력을 멈추고 싶어했다.
이 폭력이 잘못됐다는 감각은 페리는 누군가 죽인 게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녀들이 공유했던 일종의 감각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누군가가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그걸 방관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를 위해 행동하는 감각.
그래야만 피해자는 보호를, 가해자는 제대로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빅 리틀 라이즈>에서 한 뼘 더 나아갔으면 한다.
거짓말을 강요당하고, 거짓말이 불가피한 사회가 아니라, 진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로 변화하길 바란다.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는 미국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왓챠에서 수입해 현재 시즌 2까지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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