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이민주 승인 2021.07.29 06:30 의견 0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공식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이민주 OTT 1기 리뷰어]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 보이는 두 명의 흑인 소년과 사냥개가 짖는 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나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 역)의 공연장.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흑인들이 그녀의 공연을 보며 흥에 취해 있다.

짙은 화장과 걸걸한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녀의 모습이 압도적인 오프닝 씬.

나는 이미 영화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대사를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나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상징적인 인물과 소재의 사용 등 다분히 연극적인 면모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영화, 오거스트 윌슨의 연극을 각색하여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전형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인간 군상의 큰 축을 이루는 세 가지 인물의 성격을 살펴보며 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각 인물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노래하는 마 레이니. 사진 IMDb


◆ 마 레이니, "내 꼬장 때문에 놈들이 괴로워한다고 해도 난 끝까지 요구할거야"

그녀는 거만하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통해 백인들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며 온갖 까다로운 요구들을 해댄다.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그녀가 노래하도록 만들어야하는 백인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백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자신의 음악일 뿐이며, 결국 자신은 그들에게 있어서 돈벌이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 자각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백인들의 차별에 맞서 일종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의 권위적인 모습이 같은 흑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녀는 흑인들로 구성된 자신의 밴드로 하여금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며, 젊고 패기 넘치는 레비(채드윅 보스만 역)가 재능을 드러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녀는 차별에 맞서는 투사이지만, 홀로 싸움에 임하는 고독한 투사이다.

반항적이고 패기 넘치는 레비. 사진 IMDb


◆ 레비, "남이 던져준 개뼈다귀에 만족하고 사는 게 문제라고요"

레비는 매사에 자신감과 패기가 넘친다.

하지만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어머니가 백인들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연약함이다.

이 상처 때문에 그는 자존심은 높아도 자존감이 높지는 못하다.

그가 보이는 자신감은 결국 내면의 아픔을 감추기 위한 방어 기제인 것이다.

한편, 그는 같은 흑인들 중에서도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못해 현실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반항적인 태도로 인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밴드 멤버들과 불화를 일으킨다.

특히 털리도(글린 터먼 역)와의 갈등은 전형적인 세대 갈등의 양상을 보여준다.

레비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한계는 명확하다.

영화의 말미에서 레비는 음반 제작자에게 녹음을 거부당한 후 백인에 대한 분노와 설움을 자신과 한 배를 탄 흑인 동료에게 표출하고 만다.

그의 분노는 정당했으나, 그 분노의 방향성은 정당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백인 사회가 만든 불행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털리도. 사진 IMDb


◆ 털리도, "즐기며 사는 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그는 가장 보수적이기에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세상이 변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은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흑인들의 연대와 노동의 가치를 설파한다.

그는 당대 흑인들 중 지식인에 속하는 인물이며, 나이가 많다는 점과 특유의 권위적인 모습 때문에 동료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격인 마 레이니를 차치하고, 레비와 털리도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가 있다.

둘은 가장 대립하는 듯 보이나, 레비가 과거의 아픈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가슴 아파하며 공감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털리도이다.

그의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은 사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수없이 슬퍼하고 현실의 벽 앞에 좌절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레비가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털리도처럼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다양한 음악이 들려오는, 귀가 즐거운 영화를 생각한 이들에게 이 영화는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 몰입하며 각 인물들의 모습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어쩌면 음악 영화의 OST들 이상으로 다채롭고 흥미로운, 그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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