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손민지 OTT 평론가] 'OTT 공룡' 넷플릭스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특히 코미디언이 독백으로 꾸미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눈에 띄는데, 지난 7월 9일 공개된 <이수근의 눈치코치>가 또 한 번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코미디언이 무대에서 홀로 마이크 하나만을 들고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해외에서 더욱 활발한 장르다.
특히 미국에서는 해나 개즈비, 데이브 샤펠, 트레버 노아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주류 장르로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김병조, 주병진, 쟈니윤 등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진행했으나 이후 콩트 코미디나 리얼버라이어티가 주류가 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현재 일부 코미디언들이 소규모 공연장을 통해 선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변두리 장르에 불과하다.
넷플릭스는 해외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선보이며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물론, 이후 직접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작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2018년에는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의 첫 타자로 유병재와 함께했다.
<유병재: 블랙코미디>, <유병재: B의 농담>은 당시 유행하던 '악플' '꼰대' 등 소재와 사회정치적 풍자를 유병재 특유의 입담으로 위트 있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스탠드업 코미디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넷플릭스는 이후 2019년 19금 토크를 담은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내놨다.
서울, 부산, 전주, 성남, 대구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을 관람한 온‧오프라인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박나래 입담의 수위가 세서 그런 파격을 원하는 이들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았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게 바로 이들의 방송 선배, 이수근이다.
넷플릭스의 의도는 보편성 강화로 해석된다.
유병재와 박나래가 높은 수위로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던 것을 보완해 '전체 관람가'로 순한 맛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 등에 출연 중인 이수근은 생활밀착 버라이어티 강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맨쇼에 강한 코미디언이다.
대표작인 <1박2일>과 <신서유기>에 출연하기에 앞서 <개그콘서트>를 주름잡은 뼈그맨이 아닌가.
그는 오프닝 무대에서 낚시 통에서 마이크를 꺼내들고 부캐인 'MC 주지'로 변신해 랩을 시작했다.
또 게스트로 등장한 김농밀과 랩을 하며 한 팀 같은 호홉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에 "김농밀의 무대는 유럽 전체가 될 것이다. 190여 개국에서 널 지켜보고 있다"라며 긴장한 김농밀을 치켜세우는 능력까지 갖췄다.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이수근은 그간 관객 앞에서 웃기는 데 갈증을 느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마스크를 낀 관객들 앞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놀았다.
큰아들 태준이 맨손 운동을 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에피소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솔함도 느껴졌다.
프로그램 이름에도 담겼듯 이 프로그램은 조금 독특한 소재인 '눈치'를 주제로 만들어졌다.
25년간 누구보다 빠른 눈치력으로 치열한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은 이수근이기에, 개그 에피소드가 대부분이겠지 예상했다.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가족에게 눈치를 보는 건 눈치가 아니다"라면서 "그 또한 소통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픈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면서 가장으로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함축하는 말이었다.
다만 45분가량 이어진 평범한 에피소드들이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코로나19로 관객 숫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겠지만 빵 터지는 큰 웃음이나 격한 공감의 반응도 없었다.
관객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호흡하는 게 스탠드업 코미디의 묘미인데, 그 부분이 약하다 보니 이수근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순한 맛 스탠드업 코미디는 역시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가 되기에 부족한 것일까.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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