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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 언더 컨트롤> 공식 포스터. 사진 왓챠피디아
[OTT뉴스=장혜연 OTT 평론가]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가 10명이 넘었다고, 100명이 넘었다고 대형마트의 가판대에 물품이 사라지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던 것이 어제 같은데, 확진자 500명쯤이야, 700명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코로나 사태와 마스크, 손 소독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고, '이번 달 말에는 이 사태가 끝나지 않을까?' 하던 생각을 접은 지도 오래.
국내외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약간의 희망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내일 확진자 1,500명을 기록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극심한 혼란이 시작되기 전 공항이 닫혔다면, 싸고 정확한 진단 키트와 치료제가 더 빨리 보급되었다면, 백신 전쟁에서 승리해서 안정된 여분 백신을 확보했으면, 상황이 지금과 달랐을까?
왓챠가 배급한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미국 정부의 대응 과정을 묘사하며, 과학을 무시하는 무능한 정치 지도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2021년 1월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패한 이유를 미국 공중 보건 연구소 협회의 책임자, 백악관 출입 기자, 임상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 의료기자 등 전문가의 시각으로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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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 장면. 사진 <토탈리 언더 컨트롤> 공식 예고편 캡처
<토탈리 언더 컨트롤(Totally Under Control)>이라는 제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에서 온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정부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1. 전문적인 과학과 경험의 붕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토탈리 언더 컨트롤>에서 핵심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트럼프 정권이 과거의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H1N1 인플루엔자에 대응했던 과거의 경험, 이 경험으로부터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쌓아온 다수 전문가의 의견, 임상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의료계의 외침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정치 논리로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이 재선을 위한 전략으로 경제 성장을 채택하면서, 관계 당국이 국민과 주가지수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정보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도 있는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민주당의 사기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지침서를 따르며, 의료계 전문가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겼다면, 미국이 그처럼 높은 감염률과 사망률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다큐멘터리는 지적한다.
클로로퀸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전혀 없는데도, 긴급 승인 명령까지 내려가며 국민에게 배포하려 했던 사례가 트럼프 정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인다.
질병관리청과 FDA, 백악관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오직 트럼프가 '기적의 약'이라고 불렀기 때문.
가장 충격적인 점은 대규모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사전 훈련이 2019년 9월 이미 시행되었고, 이 훈련 과정에서 미국의 전염병 관리 체계의 허점이 이미 지적된 바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자원과 정보, 뛰어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강대국에서, 이미 밝혀진 결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전염병의 위험성과 대비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의 지도부가 신뢰를 잃는 모습은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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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 언더 컨트롤>의 한 장면. 사진 <토탈리 언더 컨트롤> 공식 예고편 캡처
2. 맹목적인 자본주의와 인종주의, 코로나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단면?
또다른 문제점은 전염병도 시장의 '마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구매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이베이'에서처럼 경매를 하고, 일반 국민은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을 찾지 못해도 부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팬데믹 대응을 위한 핵심 팀의 수장으로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을 앉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인 이전에 성공한 사업가라는 것은 알았지만, 또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자본주의를 힘으로 성장해온 나라라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전 국가적인 전염병 사태에도 이가 적절치 못한 조치였다고 다큐멘터리 속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마스크 수급을 위한 공급망 체인이 붕괴하자 질병관리청이 국민에게 "(의료인에게 필요한 장비가 부족하니)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는 것은 어쩌면 코미디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새로운 질병에 무방비하게 희생된 계층이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는 점도 미국 사회에 만연히 퍼진 인종주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격리와 봉쇄 중에도 재택근무 등으로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계층보다는, 직업적으로 작업장에서 거리 유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을 치료할 수도 없었던 계층의 피해가 상당히 컸다는 것은 생각해볼 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두게 만든 팬데믹이 사회 구성원 간의 원리인 자본주의와 능력주의,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대해서 새롭게 정의하도록 심판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토탈리 언더 컨트롤>이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작년 10월 경에 공개되었다는 것과 이 다큐멘터리 역시 매우 편파적이고 부정확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제작 당시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을 수도 있다.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대한민국의 초기 대응을 매우 긍정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하며 미국의 무능함과 대한민국을 대비시킨다.
그러나 현시점 대한민국의 확진자 수와 의료기관의 상황, 경제 상황과 국가 예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살펴보며, 'K-방역'이 언제까지나 정답이자 성공 사례는 아님을 기억하자.
분명 대한민국의 대응에도 구멍과 실수는 있으며, 국내 정치권과 의료계가 미국으로부터 배울 점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도 존재한다.
역사에는 '만약에'가 없다지만 만약 정부 지도자가 의사와 과학자였다면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없었을까, 궁금한 당신에게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정부였던 트럼프 정부를 유심히 관찰하던 사람에게,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창구를 찾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다시 한번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힘찬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방호복 속의 의료 관계자가 유일하고 진정한 영웅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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