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채지은 OTT 평론가] 이제는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거나 앱을 열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콘텐츠지만,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정말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모두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니, 공들여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들은 힘이 빠질 수 있는 일이다.
'성공'의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은 방영 전에도 방영 중에도 그리고 방영 후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방영 시간과 당시 상황의 조화나 홍보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잘 만든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나마 요즘은 OTT 서비스로 언제든지 다시 보기가 가능하므로 '시청률'의 위상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가장 객관적이면서 눈으로 확인하기 쉬운 지표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고 해서 좋은 콘텐츠를 그냥 묻어버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따라서, 오늘은 OTT 서비스로 새로운 트렌드가 된 '빈지 워치' 하기 좋은 '시청률만 아쉬웠던'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 빈지 워치란, 폭음ㆍ폭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빈지(Binge)와 본다는 뜻의 워치(Watch)가 결합한 용어로, 단기간에 TV 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이며, 빈지 뷰잉이라고 하기도 한다.
1. 또 로맨스? 우리는 결국 멜로가 '체질'이기 때문!
첫 번째로 소개할 드라마는 2019년 JTBC에서 방영되었던 <멜로가 체질>이다.
제목부터 느껴지겠지만, 이 드라마 역시 흔하지만 지겹지는 않은 '사랑' 이야기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된 세 명의 여자친구들의 일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1.8%(전국)로 매우 낮았다.
하지만, 우리의 '삶'과 '사랑'에 대해 공감이 가는 수많은 명대사와 장면들로 마니아층과 함께 종영 당시 시즌 2를 기다린다는 시청자들도 많이 존재했을 만큼 화제성은 높았던 드라마다.
종영한 지 약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SNS에는 <멜로가 체질> 명대사 짤이 돌아다닐 정도로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단점은 '잔잔함'과 '시끄러움'이다.
<멜로가 체질>은 범죄물이나 스릴러물과 같이 다음 편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유발하여, 한 주의 기다림을 매우 길게 만드는 그런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잔잔하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높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잔잔함이 주는 매력과 끝난 후의 여운은 이 드라마의 단점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큰 장점이다.
이 드라마를 시끄럽다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대사가 많기 때문이다.
탁구공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등장인물 간의 티키타카도 많지만, 극 중 인물인 임진주(천우희 분)의 내레이션도 매우 많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조금 집중하여 보아야 하므로 단순하게 드라마를 시청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대사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대사가 많기 때문에 곱씹어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은 <멜로가 체질>이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다.
2.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남자 vs. 너무 괴로워 잊어버린 여자
두 번째로 소개할 드라마는 2020년 MBC에서 방영되었던 <그 남자의 기억법>이다.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을 잊지 못하고 다 기억하는 병인 '과잉기억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앵커 이정훈(김동욱 분)과 톱스타 여배우 여하진(문가영 분)이 만나 사랑을 하는 내용으로 과거의 인연이 얽혀 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약간의 스릴러가 가미된 드라마다.
사실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흔치 않은 병명과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앵커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신선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5.4%(전국)로 높지 않았다.
드라마 방영 당시 주연 배우였던 김동욱과 문가영은 드라마 방영 시간 전에 인스타 라이브를 진행했고, 문가영은 여하진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운영하여 드라마 홍보를 위해 힘썼지만 아쉽게도 시청률은 응답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기억 커플'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드라마가 종영되기도 전 감독판 블루레이 제작을 추진하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여하진룩'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유튜브 채널인 MBC drama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도 '홍보만 아쉬웠던 완벽한 드라마', '앵커님앓이 중' 등의 댓글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2019년 MBC 연기대상에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남자 최우수연기상과 대상을 거머쥔 김동욱의 세밀한 내면 연기와, 새로운 로코퀸으로 자리 잡은 문가영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함께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한 <그 남자의 기억법>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끝이 존재하고 흘러가 버리는 것이 한 편의 드라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품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언제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바라만 봐도 예쁜 기억 커플의 이야기인 <그 남자의 기억법>을 오늘의 빈지 워치 콘텐츠로 추천한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그 남자의 기억법>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웨이브와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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