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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리마스터링>의 야스민과 브렌다. 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OTT뉴스=장혜연 OTT 1기 리뷰어] "생각할 거리가 있는 좋은 영화 한 편 추천해 줘"라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나에게는 <바그다드 카페>가 바로 그것.

별생각 없이 봤다가 '아, 이거야말로 별점 5점짜리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주제곡인 'Calling You'의 가사를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다.

'찐 영화 덕후'가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리마스터링돼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왓챠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로 들어왔다.

남편과 라스베가스로 가던 독일인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역)은 길 한복판에서 남편과 다투고 나서 모래 날리는 미국 서부의 도로를 혼자 걷는다.

브렌다(CCH 파운더 역)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 야스민.

카페 직원 카후엔가, 할리우드 영화 세트 화가 루디 콕스, 아들 살로모, 딸 필리스, 타투이스트 데비, 캠핑 여행자 에릭과 함께 카페 옆 모텔에서 지내는 야스민으로부터 바그다드 카페의 변화가 시작된다.

브렌다는 어쩐지 야스민이 꺼림칙하다.

야스민과 브렌다의 관계가 영화의 중심이다.

필자는 '상호문화(Interculture)'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다.

상호문화 능력은 낯선 타문화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공감과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야스민과 브렌다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이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참 좋은 행동 양상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대의 필수적인 역량인 이 상호문화 능력을 한번 생각해보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이지만, 문화를 넘어선 연민과 공존, 인간성과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 삶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하는 지향점에 대한 탐색을 돕는다는 점에서 훌륭하게 평가받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상당히 직관적이고 명확한 연출과 대사, 의도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결말도 이 영화의 매력인데, '열린 결말'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영화다.

마음이 든든해지면서도 눈물 콧물 쏟게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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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리마스터링>의 바그다드 카페. 사진 네이버 영화 무비클립 캡처


"Too Much Harmony. (너무 화목해서요)"라는 데비(크리스틴 카우프먼 역)의 마지막 대사가 상당히 흥미롭다.

예상했겠지만 당연하게도 야스민과 브렌다는 마음속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서로 채워주는 관계가 되는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가족적으로 변화한 바그다드 카페를 이상적인 지점으로 규정해버리고 만족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유토피아라 여기는 도착지에도 상상할 수 없던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를 이 대사를 통해 감독이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라고 요구하는 것일 수 있겠다.

왓챠는 다른 OTT 플랫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작품성 있는 콘텐츠들을 한발 앞서 배급하는데, 이 영화가 그중 하나다. 이 대목에서 왓챠의 안목이 돋보인다.

1987년에 개봉한 조금 오래된 영화이자,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 있지도 않은 독일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돈이 안 되는' 콘텐츠일지도 모르겠지만, 배급하는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늘리는 건 영상 문화의 풍부함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용자 입장에서도 또 트렌드의 주도자인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분명 좋은 일이다.

마음에 오래도록 품고 싶은 영화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추천한다.

인생의 즐거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은 사람에게,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를 따뜻하게 안아 줄 친구를 찾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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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리마스터링>의 브렌다와 야스민. 사진 네이버 영화 무비클립 캡처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영상미와 색감이 감상의 가장 중요한 사람도, 영화가 담은 철학을 상징을 찾아 나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영화를 볼 때 음악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람도, 모두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리뷰 글을 쓰면서 영화를 보게 될 당신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 너무 미안해질 지경인 영화다.

색감의 대비와 빛을 유심히 보고, 주제와 관련된 소품 찾기에 집중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