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캣츠 : 냥스타그램의 세계> 포스터. 사진 IMDB
[OTT뉴스=장혜연 OTT 1기 리뷰어] 자기 전 샤워를 하고 뽀송한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린다.
느닷없이 '꼬리 펑'하는 고양이, 소파에 널브러진 뚱냥이, 욕조 '물에 빠진' 집사를 구하는 고양이… 끝도 없는 고양이의 향연이다.
유명한 고양이 밈(meme)은 충분히 본 것 같은데, 고양이 사진은 봐도봐도 새롭고 봐도봐도 귀엽다.
엄마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다가도 결국에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도대체 왜 나만 고양이 없어?!?!?!?'
랜선 집사는 서럽다.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고양이들이 뭐길래 나는 매일 밤 얘네 사진을 보고 있는 거지? 개도, 햄스터도, 이구아나도 아니고 왜 하필 고양이지? 언제부터 인터넷이 이렇게 고양이 판이 되었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Mewvie(영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 Movie와 고양이 울음소리 Mew를 합친 단어) <#캣츠: 냥스타그램의 세계>(이하 <#캣츠>)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준다.
X
SNS상의 인기 고양이 수키. 사진 넷플릭스
◇ 고양이가 인터넷을 지배한다
<#캣츠>는 인터넷상의 고양이 밈에 대해 의외로 잘 정돈된 정보를 전달한다.
시대별로 인터넷과 SNS의 특징, 플랫폼과 유저들의 사용 패턴, 인터넷상에서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
1998년 JIS(일본의 아스키코드)를 활용해 만들어진 첫 고양이 밈 기쿠, 2000년대 초 화면 속의 화면, 고양이 속의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인터넷의 확장성과 함께 퍼져나간 무한대 고양이 프로젝트, 고양이를 의인화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어눌한 롤 말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시작과 함께한 고양이까지, 고양이 밈의 역사뿐만 전반적으로 SNS가 어떻게 트렌드를 만들고 이윤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콘텐츠가 창조되고 전파되는지, 또 동시에 수용자들이 이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박 겉핥기', 그래픽 보여주기식의 다큐멘터리가 넘쳐나는 OTT 플랫폼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예상 외로 도움 되는 다큐멘터리였다.
X
2000년대에 시작된 '무한대 고양이 프로젝트'. 사진 Pinterest
◇ 네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사랑해, 야옹이들아
왜 하필 고양이일까? <#캣츠>는 고양이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받는다고 답한다.
단순하게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의 조그만 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데에서 우리는 매력을 느낀다.
무얼 쳐다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나를 '가소롭게' 쳐다보고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를 더 궁금하게 한다.
우리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다가도 관심을 주면 또 휭 하고 가버리는 고양이, 인간사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
신비로움이 그들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다.
이 신비로우면서도 예민하고, 복잡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행복만 느꼈으면 좋겠다는 건 모든 집사와 랜선 집사들의 바람이다.
<#캣츠>도 펫 인플루언서(Pet Influencer)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사랑하지 않고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에 대한 비난을 전한다.
고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고양이의 실제적인 삶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은 이기적인 일이다.
유기된 아기고양이 구하기, 장애가 있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고양이의 웰빙(well-being) 챙기기를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는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고양이의 행복에 관심을 두는 커뮤니티가 생기는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겠다.
우리 집 주인님이랑 유튜브나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집사 당신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다.
길냥이에게 간택 받고자 가방 깊숙이 츄르 한두 개쯤 챙겨 둔 사람에게, 10만 구독자를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사람에게, 고양이든 강아지든 보송보송한 아이들에게는 사족을 못 쓰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오늘 저녁에는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켜는 대신 넷플릭스를 켜보자.
고양이가 지금 내 옆에 있든 없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있든 없든, 고양이는 언제나 세상을 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