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윤정원 OTT 평론가] "저는 나태한 작가를 싫어해요. 작가라면 독자에게 시체가 있다는 표현보다는 독자에게 시체를 안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급류처럼 빠르고, 폭포처럼 치닫는 소설. 한국형 스릴러의 결정체. 한국의 스티븐 킹. 작가 정유정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녀가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록> (이하 <유퀴즈>)에 등장해 한 말이 화제가 됐다.
작가라면 독자에게 시체를 보여주기 보다는 시체를 안겨줘야 한다고 말한 것.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달이 반짝인다고 말하는 대신 빛에 반짝이는 유리조각을 보여주세요"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달빛 대신 유리조각의 불빛을 보여준 안톤 체호프가 러시아인들을 사로잡았듯, 정유정 파워도 엄청나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악의 3부작이라 불리는 소설 모두가 히트했고, <유퀴즈> 방송 이후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재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7년의 밤>이 발간된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오늘 리뷰에서는 정유정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 소설 <7년의 밤>, 한국형 스릴러의 시작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알고 있는가?
한국형 스릴러 거장의 출발점, 정유정 작가의 메가 히트작 <7년의 밤>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의 마법은 꽤나 강렬했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고, 그 두꺼웠던 책이 어느새 몇 장도 채 남지 않게 된다.
생생한 묘사와 급류같은 전개. 정유정의 소설은 꽤나 야생적이고, 때로는 섬세히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적 드문 세령마을 입구, 현수는 교통사고를 내고. 차에 치인 여자아이는 즉사한다. 현수는 이를 호수에 유기한다. 갑작스럽게 범죄자가 된 현수, 그리고 그를 뒤쫓는 여자아이의 아버지 영제.
때로는 으스스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는 소설. <7년의 밤>은 그렇게 한국 문단에 등장했다.
▶ 영화 <7년의 밤>, 훌륭한 배우합, 연출과 조명은 아쉬워 (넷플릭스, 티빙, 왓챠)
캐스팅 소식부터 화제였다. <내 아내의 모든 것>부터 <광해>까지, 대세 배우 류승룡과 원조 톱스타 장동건의 만남.
특히 장동건의 악역 변신이 화제가 됐다.
장동건은 아이를 학대하는 의사, 오영제로 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러나 편집과 연출 아쉬웠다.
7년 전과 7년 후의 시간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장편소설의 긴 분량을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그려내기란 역부족이었다.
특히 세령마을 연출은 너무 어두워서 영화 감상에 방해가 갔다는 평이 많다.
◆ 소설 <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의 입지를 다지다
<내 심장을 쏴라>는 스릴러 작가 정유정이 아닌, 청소년 소설 작가 정유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녀의 초기작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수명, 그는 그곳에서 악동 승민을 만나게 된다.
평화롭던 정신병동 생활은 점점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 수명은 승민의 병원 탈출계획을 돕게 된다.
수리정신병원에서 그들을 탈출할 수 있을까?
정유정 작가의 주특기인 치밀한 공간 설정은 초기작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잘 드러난다.
촘촘히 그려진 수리정신병원과 그 일대는 소설의 맛을 더했고, 이는 <7년의 밤>의 세령마을, <종의 기원>의 신도시까지 이어진다.
성장소설답게 유쾌하고, 세상과 마주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일품인 소설이다.
▶ <내 심장을 쏴라>, 완벽한 캐스팅! (웨이브, 티빙, 왓챠)
이민기와 여진구, 정유정 원작. 작가와 배우가 완벽한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
두 배우는 각각 승민(이민기 분), 수명(여진구 분)으로 완벽히 빙의해 각각의 캐릭터를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배우 캐스팅은 신의 한 수. 어딘가 우울하면서 맥없는 청소부 역에 박충선 배우, 말 많고 허언증 환자 역에 김정태 배우, 항상 누군가의 등에 업혀있는 만식씨 역에 김기천 배우 등 적재적소에 맞는 캐스팅은 영화 내내 호평을 자아낸다.
공간 재현 역시 완벽해, 책을 읽고 상상속으로만 그려왔던 수리정신병원의 내부가 영화로 생생히 재현되었다.
6월 10일,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이 출간됐다.
지금까지의 정유정 소설이 남성 악인 위주의 소설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나르시시즘에 걸린 여성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으로 악의 3부작을 마무리 지은 정유정 작가, 그녀가 발견한 새로운 '악인'은 어떤 모습일까?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을 즐기기 전, 정유정표 악인들을 영화로 먼저 만나보는 건 어떨까.
<7년의 밤>은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에서, <내 심장을 쏴라>는 웨이브와 티빙,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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