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주영 OTT 1기 리뷰어] OTT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탈주'가 쉽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영화관에서 끔찍하게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를 억지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영화관까지 간 수고로움, 영화 티켓값 만 이천 원, 집중해 보고 있는 다른 관객들을 방해하며 문밖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 민망함이 합쳐져 쉽게 영화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을 막아보려 영화관에 가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고, 네이버나 왓챠피디아에서 평점도 확인하는 수고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OTT 서비스는 다르다. 굳이 사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
아무 영화나 쉽게 도전하고, 아니다 싶으면 쉽게 종료 창을 눌러 빠져나올 수 있다.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을 보게 된 건 알 수 없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에 이끌려서였다.
B급 냄새 물씬 나는 포스터지만 배우진이 어마어마했다.
여차하면 탈주하면 되지, 하는 쉬운 마음으로 클릭했고 두 시간이 사라졌다.
나는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동안 그렇다고 생각했다.
개그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으로 보고, 웃기기로 유명한 오락영화를 봐도 한 두 번의 실소 정도로 그쳤다.
깔깔 웃는 방청객들을 보며 소외감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동안 '난 코미디를 안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웃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 식사를 하다 신혼부부가 불이 붙자 눈치 보듯 소파 밑으로 슬슬 기어들어 가는 로봇청소기를 보면서였다.
그때 알았다. 나 이런 게 웃기는구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B급 코미디다.
깨가 떨어지는 신혼을 즐기고 있던 '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의 핸드폰에서 불륜의 증거를 발견하고, 불륜 전문 흥신소인 '미스터리 연구소'를 찾는다.
그런데 흥신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바로 '만길'이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종족 '언브레이커블'이라는 것!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던 소희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먹는 만길의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야 닥터 장의 이야기를 믿게 된다.
그동안 만길이 여러 차례 결혼을 했으며 아내가 모두 의문사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소희와 닥터 장, 그리고 소희의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은 힘을 합쳐 만길을 막으려 한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개연성이 없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없다. 그러나 웃기다.
황당한 막장 전개와 코믹한 대사를 맛깔나게 살리는 배우들도 좋았지만, 인상적이었던 건 소품을 활용한 코미디였다.
PPL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로봇청소기, 스타일러, 방수되는 핸드폰 등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와 웃음을 준다.
모든 드라마가 PPL을 할 때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연스럽다.
물론 허무한 사건 전개, 후반부의 늘어짐 등 단점이 분명히 있는 영화다.
유머 코드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애초에 큰 기대가 없어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느껴지는 기분은 '만족감'이다.
OTT 서비스를 이용해 쉽게 영화를 고르고, 쉽게 그만 볼 수 있다.
제작자로서는 슬픈 일이지만 소비자로서는 엄청난 장점임에 틀림없다.
가볍게 도전해 본 영화로 새로운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는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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