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을 되찾기 위한 여자들의 여정, <마인>

tvN, <마인>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홍지후 승인 2021.06.07 09:38 의견 0
드라마 <마인>(2021) 포스터. 사진 <마인>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홍지후 OTT 1기 리뷰어] 반가운 드라마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배우 탓인지 모르겠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인기 드라마들(<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 <펜트하우스> 등)과 어딘가 닮은 듯 다른 <마인>.

무엇보다 재밌다. 한 편을 보고 나면 다음 화가 궁금해진다. 드라마는 그 맛 아니겠는가.

<마인>만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게 무엇일까.

◆ 섬세한 연출

드라마 <마인>을 만들고 있는 감독은 이나정 PD로, <착한 남자>,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 등을 연출했다.

그녀가 연출한 드라마들은 강렬하면서도 미묘한 감정들이 세밀하게 담겨있다.

이나정 PD는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뻔한 상황이라도 여성 캐릭터들의 주체성을 드러내며 여타 드라마들과 조금은 다른 공기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여성 감독으로서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2부작 드라마 <눈길>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동명의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그동안 재벌을 다룬 대부분의 드라마가 가족 내 승계자를 가리기 위한 남자들의 알력다툼에 집중했다면, 이나정 PD가 만들어가는 <마인>은 그녀만의 연출을 기반으로, 자신과 자신의 것(마인)을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깊은 생각에 잠긴 희수. 사진 유튜브 'tvN Drama'


◆ '여성'의 감정에 집중하기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의 역할으로 따졌을 때, <마인> 근 5년간 드라마 중에서 여성 배우들의 비중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남자든 여자든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한국의 드라마 안에서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주인공의 여친, 아내, 엄마, 딸로 존재했던 여성들. 그들이 느꼈던 감정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던 안타까운 역사...

그러나 <마인> 속 여성 캐릭터들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감정을 그냥 내뱉어 버리는 순혜(박원숙)와 진희(김혜화), 숨 막히는 시월드 속에서도 할 말은 하는 희수(이보영), 말은 못해도 온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경(옥자연),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려고 하는 유연(정이서)까지.

<마인>은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감정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결의에 찬 눈빛의 서현. 사진 유튜브 'tvN Drama'


◆ 비밀을 지닌 캐릭터들

사실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비밀을 감추고 있다.

<마인>도 재벌가 차남의 아들이 현 부인의 친자냐 아니냐 하는 진부한 비밀이 이야기의 주요한 원료로 쓰인다.

그런데 보는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이 흔한 종류의 '비밀'은 이야기상 필요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더욱 중요한 건 누가 그 비밀을 숨겼고, 그 비밀로 인해 당사자들은 어떠한 상처를 입었으며, 현재 상황에 그들이 미치는 파장이다.

극은 얕은 '비밀'에서 넓고 깊은 심연의 골로 들어가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비밀'에만 치중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진실한 순간들이 있다. 예컨대 비밀의 영역에서 대척점에 놓여있는 희수와 자경도 때로는 서로의 감정에 공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런 순간들이 <마인>의 매력이다.

뿐만 아니라 차갑고 능력 있는 여성인 서현(김서형)의 과거를 그리며, TV에서 보기 힘든 성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낸다.

성 소수자를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없는 것으로 치부되던 성 소수자성을 하나의 특징으로 담아낸 점은 실로 이례적이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죄가 아님에도 '비밀'로 부칠 수밖에 없는 상처는 최근 변희수 하사 사건 등 최근의 사건들, 국가의 태도, 법과 제도와 연관 지었을 때 그 고통이 실질적으로 다가온다.

재미와 함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품고 있는 드라마 <마인>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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