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장혜연 OTT 1기 리뷰어] 미술 시장이 뜨겁다.

새롭게 주목받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 앳된 밀레니얼 세대의 고가 작품 구매 열풍, 대기업 큰 손의 미술 작품 기부까지, 미술 시장은 새로운 '힙함'이자 또 다른 '비트코인'이 되었다.

이렇다 보니, 나도 왠지 뛰어들어야 하나 싶다.

우리 집에도 거한 그림 한 점이 거실 텔레비전 위에 걸려 있으면 왠지 흐뭇할 것 같다.

동시에, 무턱대고 진입했다가는 엄청난 '쫄보'이자 미술 문외한인 내가 큰돈을 잃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작품이 진품인지 아닌지 오래도록 고민한다고 한다던데, 미술 경매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처럼 으리으리한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같던데, "괜히 사기당하는 거 아니야?" 싶다.

넷플릭스의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이 바로 이 이야기다.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8천만 달러 상당의 현대 미술 작품 위조 사건을 다룬 베리 에이브리치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잭슨 폴록, 윌렘 데 쿠닝, 마크 로스코를 포함하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들의 작품을 위조해 15년 동안 8,000만 달러어치의 위작을 판매해 이익을 남긴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멕시코 국적의 미술상인 글라피라 로셀레스가 중국계 이민자였던 무명화가를 섭외해 위작을 만든 뒤 뉴욕에서 최고의 갤러리 중 하나로 인정받는 노들러(Knoedler)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작품을 팔아왔다는 것

우락부락한 '마동석 스타일'의 위압적인 사람도 아니고, 어디서 마주쳤다 해도 잘 기억에 남지 않을 것 같은 작고 조용조용한 개인이,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감정사와 전문 딜러, 신뢰도 높은 화랑까지도 홀딱 넘어가버리는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팔아 미술계를 과감하게 속였다.

(실제 이 사건의 피해자 중에는 아시아 고객이 상당수인데,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입 과정이 불투명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추측도 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들려고 해도 이렇게 다이나믹하게는 못 만들겠다.

'This is a true story about fake art.' 이것은 미술품 위작을 다룬 실화다.
'Names have not been changed to protect the innocent.'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여 무고한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했다.
'as some are not that innocent.' 어떤 이들은 완전히 무고하지 않지만.

까만 화면에 간결한 흰 글씨로 나타나는 첫 자막이 엄청난 몰입감을 조성한다.

디카프리오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대 범죄사기극이 고상하고 품위 있게만 보이는 미술계에도 있고, 심지어 그게 실화이며, '완전히 무고하지 않은' 피해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인터뷰 중인 노들러 관장 앤 프리드먼. 유튜브 Made You Look: A True Story About Fake Art 캡처


뉴욕 최고 화랑의 관장이라는 명예를 지키고자 당당히 말하고는 있지만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미술품 중개상과 그 변호사, 그림에서만큼은 거장 대우를 받는 길거리 무명화가, 이제 와서 사건을 비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 침묵했던 감정가, 위작이라고 주장했지만 꾸준히 무시당했다고 하는 전문가 집단까지.

이 영화는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다각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이 발견되고, 감정되고, 거래되는 현실적인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지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또 수치심과 책임감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미술 시장에 진정성이 있는가, 진실이 이렇게 쉽게 조작될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게 한다.

미술 시장에 뛰어들까 말까 고민 중인 당신에게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추천한다.

시원한 미술관에서 한숨 돌리며 주말을 보내고 싶은 사람, 잭슨 폴록과 로스코의 추상화를 즐기는 사람, 방구석 코난으로 미스터리한 밤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한 손엔 팝콘을, 한 손엔 맥주를 들고 여유롭게 즐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