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황수현 OTT 1기 리뷰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산소가 부족한 어떤 캡슐 안에 묶여있는 한 여자의 절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의 지옥 같은 탈출기.
산소 잔여량 0%가 되기 전에 기억해내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처음 o2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곧바로 신선함을 느꼈다.
나는 영화감독이나 출연하는 배우들보다 오히려 작품의 제목을 보고 흥미도를 측정하곤 한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도 한 여자가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갇혀 탈출하는 영화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원래 <대탈출> 같은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방 탈출 카페도 자주 가는 편이라 어딘가를 탈출하는 이야기 소재는 재생 버튼을 누르기에 충분했다.
한 여자가 전신이 묶인 채 어떤 관에서 눈을 뜬다.
이 관은 의료용 캡슐로 인공지능 '밀로'(마티유 아말릭, 목소리 역)와 대화를 할 수 있다.
눈을 뜬 여자는 본인이 누군지도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기계적 결함으로 산소 잔여량에 문제가 생겨 이 캡슐 속 산소가 40%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밀로를 통해 경찰에 신고하지만, 본인의 신원을 알 수 없어 물거품이 된다.
처음엔 이 여자가 어떻게 기억을 되찾을까 궁금했는데 정답은 밀로였다.
밀로에게 자신의 DNA를 추출해 지구상에 누구와 일치하느냐고 물어 자신이 '엘리자베스 앙센'(멜라니 로랑 역)이라는 걸 알아낸다.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여자지만 DNA 추출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이럴 땐 참 똑똑하다.
자신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 위해 밀로가 보여준 언론 기사와 SNS를 보고 여성은 자신이 극저온 공학 박사이며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알았으니 다시 경찰에 전화해서 자기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이 캡슐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려면 관리자의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경찰은 캡슐을 만든 제조업체에 영장을 발급하고 있다며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경찰이 한 번 자기의 상급자라고 하면서 전화를 바꾸는데 여기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경찰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랄까...?
또한 이 여자가 캡슐 안에 잠든 상태로 갇혀 있는 상태라는 건 결국 어떤 실험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들었다.
회상 장면에서 계속 하얀 쥐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본인이 공학 박사라고 하니 어떤 실험을 하다 갇히게 된 게 아닐까, 혹은 본인 스스로 갇히게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다.
산소 잔여량 30%, 20%, 10%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와중에 엘리자베스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본인의 SNS에서 봤던 남편 레오(말릭 지디 역)가 갑자기 사라졌고, 경찰과 통화를 하는 도중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경찰이 엘리자베스에게 남편은 없었고 일종의 환각과 환청이라고 달래지만 30분 이상이 지났는데도 경찰의 수사가 아무런 진척이 없자 엘리자베스는 더는 경찰을 믿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남편 레오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것마저 웬 나이든 여자가 전화를 받고, 이 여성은 엘리자베스의 전화를 피한다.
그런데, 나이든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 오고 엘리자베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전화 속 늙은 여자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본인밖에 없다며 엘리자베스에게 기계를 조작하게 하자 캡슐 안 중력이 사라졌다.
이 캡슐은 지구와 65,000km가 떨어진 지점에 있었고 우주 어딘가에서 떠다니고 있던 것이다.
솔직히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이전부터 병원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있는 의료용 캡슐이라고 했으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끝까지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주라고 하니까 순간 깜짝 놀랐다.
또 늙은 여자는 엘리자베스가 통화했던 경찰은 사실 경찰이 아니었고 국방부 직원이었다고 설명해준다.
사실은 이렇다.
바이러스로 인한 병 때문에 지구 상에 인류는 곧 멸망할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 행성을 식민지화하여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이것마저 국방부와 함께 본인이 실행한 실험이라는 걸 깨닫고 자책한다.
늙은 여자는 엘리자베스를 살리기 위해 해결방법을 제시해주다가 결국 국방부 직원들이 찾아와 통화가 끊어진다.
엘리자베스는 '기억 소생'이라는 영상을 보다가 또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그 영상에는 늙은 여자가 쥐 실험을 통해 기억을 복제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영상 속 늙은 여자는 바로 조금 전 통화했던 늙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늙은 여자와 엘리자베스는 동일 인물이었고 캡슐 속 엘리자베스는 클론, 즉 복제인간이었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엘리자베스는 "나는 우주 쓰레기였구나, 내 인생은 고작 100분짜리 인생이었구나" 하며 현실을 부정한다.
여기서 우리는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복제인간은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재지만 항상 윤리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복제인간으로 실험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안락사를 시켜버리는 행위는 복제인간을 인간이 아닌 도구로써 여기는 것이다.
먼 미래에 복제인간이 나타날진 모르겠지만 캡슐 속 엘리자베스가 복제인간이라는 반전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영화는 결국 엘리자베스가 다른 고장이 난 캡슐의 산소를 끌어오는 도중 다시 동면 상태로 들어가 성공적으로 타 행성에 정착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흥미는 다소 아쉬웠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탈출, 잃어버린 기억, 복제인간, 그리고 인류의 새로운 개척지와 같은 소재들은 여느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다.
또 10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긴장감보다 지루함을 더 안겨준 느낌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한 여자의 울분과 절규가 대다수였던 거 같다.
영화 후반에 들어가서야 다소 소름 돋는 반전들이 있지만, 관중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휘어잡기 위한 초반 장치는 '산소' 단 하나였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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