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 넷플릭스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장혜연 승인 2021.04.30 10:00 의견 0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사진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OTT뉴스=장혜연 OTT 1기 리뷰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엄마, 아빠 말 중에 내가 유일하게 실천했던 말이다.

몇 안 되는 나의 '특기'가 바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었는데, 요즘 통 잠을 못 잔다.

'아까 이렇게 말했으면 속이 시원했을 텐데' 하고 침대에 누워서야 생각나는 복수의 명대사들, 아직도 끝내지 못한 과제들, 밤새 의미 없이 켜두는 유튜브 화면, 내일 아침 지하철 환승 걱정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겨우 잠들어도 잔 듯 안 잔 듯, 피곤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내 얘기인가?'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씻고 바로 자야지, 했는데 새벽 3시가 되어도 말똥말똥한 그대.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켜고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의 '이브'와 명상을 해보자.

"잠이 안 와요? 괜찮아요. 혼자가 아니거든요. 우리 모두 잠들기 쉽지 않은 날이 있고, 잠들어도 중간에 깨는 날이 있죠" 하는 따뜻한 도입 말부터 위로를 받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는 '잠'을 주제로 하는 20분 남짓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다.

저명한 수면 과학자들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고, '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깰 수 있는 포근한 영상이다.

자기 전에 커피나 와인을 마셔도 되는지, 평일에 못 잔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도 괜찮은지, 도대체 완벽한 수면이란 뭔지,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동안 한 번쯤은 궁금해했던 정보를 조곤조곤 말해준다.

모든 영상의 후반부에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10분 남짓의 명상이 준비되어 있다.

내레이터 '이브'의 목소리에 맞추어 몸과 마음을 살며시 내려놓으면 폭신폭신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잠이 드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짚어줘서 참 고마웠다.

이런 부류의 건강 상식 영상을 보다 보면, 괜한 부담감과 이상한 강박관념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왠지 건강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비정상 인간'이 된 것만 같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간결하고 정형화된 잠의 비법이 있다고 하면 그 습관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수면 비법에 신경 쓰느라 뒤척거리다 보면 오히려 말똥말똥해진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규칙을 지키기 위해 이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 이 영상을 보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해줘 고마웠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도 쉽사리 잠들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 완벽해지려고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며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양 284마리를 세고 나서도 아직 초롱초롱한 당신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다.

'어차피 죽어서 잘 거니까' 하며 일출을 보고야 마는 사람, 하루하루 숨 가쁘게 뛰어오다 보니 천천히 숨을 내쉬는 방법을 잊은 사람, 지난날의 연인이 듣던 노래 가사를 몇 번이고 생각하며 잠 못 드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총 7개의 에피소드를 마음 내키는 대로 보면 좋겠다.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사진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책 같기도 하고, 세련된 미술관의 작품 같기도 한 영상미도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오늘 나의 하루를 말랑말랑하게 주물러주는 듯하다.

명상을 위한 후반부 동안에는 잔잔히 움직이는 화면에서도 배려심이 느껴진다.

참고로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는 넷플릭스의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와 함께 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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