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탄신일 특집] 뻔한 <명량> 대신 색다른 이순신 영화 <천군>

웨이브, <천군>
이순신도 말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이현우 승인 2021.04.28 07:00 | 최종 수정 2021.04.28 13:58 의견 1
오랑캐의 칩입에 맞서 함께 싸우는 현대군인들(좌,우)과 이순신(중).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이현우 OTT 1기 리뷰어] 역사 속 인물들의 새로운 면을 조명한 콘텐츠들은 흥미롭다.

'욕하는 세종대왕'으로 충격을 주었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나, '폭군' 연산군의 감춰진 슬픔을 조명했던 영화 <왕의 남자>같은 콘텐츠들이 그랬다.

이러한 이야기 속 인물들은 교과서 속 딱딱하고 먼 위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풍기는 것에서 큰 매력을 지니곤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신화적인 구국 영웅, 충무공 이순신이라면 도무지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날 때부터 장군의 기개를 떨쳤을 것 같은 이순신 장군은 실제 첫 번째 무과 시험에서 탈락했다.

이후 두 번째 무과에 급제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그 기록이 미비하다고 알려져 있다.

<천군>은 그 4년이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좌절하고 방황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린 영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화 속 첫 등장이 놀랍게도 좀도둑질이라니, 장군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군인들의 무기를 좀도둑질하다가, 현대군인(좌,우)들에게 훈련을 받게 된 이순신. 사진 네이버 영화


<천군>은 타임슬립물이다.

남과 북이 합작해서 만든 폭탄을 미국에 넘겨주게 되었고, 이에 반발한 북한 군인이 무단으로 폭탄을 갈취하려다가 이를 쫓은 남한 군인들과 함께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이들이 떨어진 시대가 바로 이순신의 4년이었고, 현대 군인들은 역사 속 이미지와는 다르게 초라하고 한심한 이순신 장군을 구국의 영웅으로 만들고자 훈련을 시키며 이순신이 우리가 아는 장군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현대 군인들의 총과 수류탄에 오랑캐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나가는 만화적 상상력과 쾌감에 더불어 청년 이순신의 초라함에 실망할 겨를도 없이 장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보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다양하다.

당시 라이징 스타였던 황정민 배우와 무명에 가까웠던 마동석 배우의 연기와 액션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영화적 상상력이 과한 장면도 더러 있지만, 이순신이라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을 뒤집어보는 용기 있는 시도가 대단히 흥미롭다.

시험에 떨어져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지칭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오늘날의 우리처럼, 청년 이순신 역시 다르지 않은 청춘을 보내지 않았을까.

위대한 이순신 장군에게도 '아픈 청춘'이 있었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상상력에 '역사가 스포'이듯, 구국의 영웅이 되는 계기와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랑캐 칩입에 대비해 지도를 보며 작전을 짜는 이순신. 사진 네이버 영화


이순신 장군이 좀도둑질을 했을리는 없고, 현대 군인들이 조선시대로 향해 오랑캐들에게 수류탄을 던졌을리는 더욱 없지만, 청년 이순신이 무과 시험에서 미끄러졌다는 역사만큼은 사실이다.

이는 좌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척의 배로 신화적인 구국을 이뤄낸 이순신 장군조차 말에서 떨어졌던 때가 있었다는 것.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만큼 숱한 실패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반복되는 실패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에 혼자서만 멈춰있는 느낌이 든다면 '좀도둑 이순신'의 이야기는 어떤가.

천하의 이순신도 말에서 떨어졌다는데, 이까짓게 뭐가 그리 대수겠냐며.

이순신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다룬 <천군>은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