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볼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넷플릭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학내 총기 사건으로 딸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 다뤄

홍지후 승인 2021.04.20 18:00 | 최종 수정 2021.12.05 21:40 의견 0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2020). 사진 넷플릭스 캡처


[OTT뉴스=홍지후 OTT 1기 리뷰어] 2020년 11월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짧은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는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고 있지만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부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깨작깨작 밥을 먹는 와이프, 그녀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남편.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분위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잔잔한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면, 과거 그들에게 딸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딸은 축구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씩씩한 아이였다.

어느 날 그들의 딸은,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그들 곁에서 사라진다.

영화의 감독이자 극작가인 윌 매코맥과 미카엘 고비에는 영화를 위해 실제 학교 내외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를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임에도 영화 속 부모의 슬픔이 너무나도 아리게 전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치의 예고도 없이 잃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절망에 빠진 부모를 바라보는 딸. 출처 IMDb


우리는 7년 전 4월 16일, 소중한 사람들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는 집단적인 경험을 했다

급박한 앵커와 기자의 목소리, 눈물 흘리는 텐트 속 유가족, 구조/실종/사망으로 나뉜 박스 안에서 울고 또 울었던 나날들.

진도 팽목항에, 광화문에, 누군가의 키링 또 SNS 프로필에 걸려 있는 노란 리본들.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영화 감독 윌과 미카엘은 언론이 '그들'을 내쳤더라도, 그들의 슬픔은 아직 우리 안에 있고, 그 슬픔이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인 일들.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우리에게 그날의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서로를 의지하는 부모. 출처 유튜브 'Michael Govier' 영화 예고편 캡처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라졌던 딸이 조금 다른 형상으로 부모 앞에 나타난다.

절망에 빠진 그들 앞에 나타나 작은 웃음을 선사하고, 특별한 힘으로 갈라진 부부를 옆에 꼭 붙여놓는다.

우리는 사고나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그저 '희생자'라 부르며 안타까워하지만, 그들은 사실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과거에 가둬놓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원동력을 제공한다.

우리는 이제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꾸려나가야 할까.

아직 풀리지 않는 수많은 문제, 여전히 반복되는 이상한 사건 혹은 사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외치는 구조 신호.

보이지 않지만 옆에 있는 '그들'은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외면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

오늘도 우리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

길 앞에서, 작은 보폭으로 한 걸음 떼보자.

넷플릭스에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을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참고]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2020)의 극작가이자 감독인 윌 매코맥과 미카엘 고비에 언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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